[주장] 개 식용 금지, 개농장 실태 파악이 우선이다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21.10.1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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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개식용 논란에 지핀 불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문대통령은 지난 9월 27일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유기·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 보고를 받으면서 ‘이제 개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2017년 대선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한국일보가 보낸 질의서에 ‘개식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지만 정식 공약으로 내걸지는 않았다.

출처: 어웨어
출처: 어웨어

 

여야 대선 후보들은 환영 의사를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중 개식용 금지 공약을 가장 먼저 발표한 이재명 후보를 선두로 이낙연, 추미애 후보 등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까지 9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이 하는 짓이 마음에 드는 게 없었는데 이건 찬성한다’고 말했다. 다만, 홍 후보는 해당 글을 곧 삭제해 현재는 찾아볼 수 없다.

개식용의 법적 금지 논의는 지난 20대 국회에 시작되었다. 가축의 정의에서 개를 제외하는 축산법 개정안과 법으로 정한 경우 외에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음식물쓰레기를 사료로 사용하는 것을 막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 등이 발의되었으나 모두 논의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2018년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는 국민청원에는 21만 명 이상이 서명했는데, 당시 청원에 대해 최재관 농어업비서관은 ‘정부가 식용견 사육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측면도 있어서 이번 청원을 계기로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도록 축산법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3년이 넘은 지금까지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21대 국회에서는 지난 해 12월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개식용을 겨냥한 유일한 법안이다. 개정안은 개와 고양이를 도살·처리해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농식품부 장관이 개 식용업을 하는 자가 폐업 신고 및 업종 전환을 하는 경우 필요한 지원 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식용은 개인의 취향인데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도 식용개 사육과 도살 과정의 상당 부분은 불법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도살 방법이다. 개를 도살할 때는 대부분 입이나 몸에 전기 쇠꼬챙이를 찔러 전류를 흐르게 해 감전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개식용 산업에서는 이를 ‘전살법’이라 주장하지만, 전살법은 방혈 등의 방법으로 죽이기 전 단계에 의식을 소실시키는 것이고 전압을 통해 감전시켜 죽이는 방법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준에 의해 통용되는 종별로 규격화된 장비를 사용하는 전살법과 개체마다 크기가 각각 다른 개에게 보정도 안 된 상태에서 사람이 다룰 수 있을 정도의 약한 전압이 흐르는 전기봉을 임의적으로 사용하는 감전사는 비교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도살 현장에서는 의식이 소실되지 않은 채로 털을 빼는 ‘작업대’에 오르는 경우가 흔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이미 지난 해 대법원은 개를 전기로 도살하는 방식을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한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로 보고 유죄 판결한 바 있다. 이 외에도 ‘같은 종류의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등 개도살장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관행은 이미 동물보호법에서 동물학대로 금지하고 있다. 식품 안전 측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의 목록을 고시한 ‘식품공전’에서 개고기는 식품 원료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개고기를 가공, 조리해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출처: 어웨어 홈페이지
출처: 어웨어 홈페이지

정부는 그 동안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개식용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시민들의 인식도 큰 폭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지난 5월 7일부터 11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지역 성인 남녀 총 2000명을 대상으로 동물보호·복지 정책에 대한 인식을 설문조사한 <2021 동물복지 정책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조사 대행:(주)엠브레인 퍼블릭, 조사 방법:온라인 패널조사).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 고양이를 죽이고 그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생산, 판매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는데 동의하는지에 대한 문항에 78.1%의 동의율을 보였다. 이중 금지하는데 ’매우 찬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8.9%에 달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30, 40대에서는 개 식용 목적 도살, 사육 금지에 대한 동의율이 각각 81.1%, 81.9%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 60대에서 69.4%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이 83%로 남성 73.2%보다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지역 규모별로 살펴보면 농어촌 거주자의 동의율이 80.5%로 오히려 도심 77.7%보다 높게 나타났다. 정치 성향 별로는 진보와 중도라고 집단이 각 79.9%, 79.8%로 유사한 수준을 보였으며 보수는 74.9%, 관심 없다고 응답한 집단은 73.6%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식용개 농장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사육 관행에 대해서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게 나타나, 바닥이 망으로 뚫려 배설물이 바닥으로 빠지는 구조인 이른바 ‘뜬장’에서 동물을 사육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82.9%로 조사됐다. 물론 해당 조사는 여론조사 기관에 온라인 패널로 등록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비록 60대 이상이나 농어촌 거주자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응답자들임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식용에 대한 국민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식용견 산업계도 개식용이 사양 산업임을 인지하고 금지 반대 보다는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월 3일자 서울경제 인터뷰에서 조환로 전국육견인연합회 사무총장은 ‘관계부처를 여러 차례 찾아가 정부 결정으로 폐업을 하게 될 시 손해 보상을 해주고 다른 축종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면 기르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지금까지 정부에선 제대로 된 대책 하나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어차피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든 현실을 감안할 때 늦지 않게 전업 지원 대책이 마련되는 것이 개농장 입장에서도 이득일 것이다.

동물학대가 만연한 개식용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전반적인 동물복지 제도 수준을 향상시키는데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누구나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동물 사육관리 의무를 정하려고 해도 개농장에서는 준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행 동물보호법은 같은 ‘개’라도 동물등록 의무나 맹견 관리 의무 등의 대상을 ‘반려 목적’으로 사육하는 개로 제한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개농장 개가 아니더라도 소유자가 반려 목적임을 부인하면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각지대가 생긴다. 개식용 금지가 선거철 ‘펫심’을 겨냥한 일회성 공수표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는 지금부터 개농장의 실태와 정확한 개체수 등에 대한 조사부터 착수해야 할 것이다.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가 개고기 식용 금지에 관한 의견을 기고했습니다. 어웨어는 정책연구와 시민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동물의 사회적 지위와 복지기준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비영리단체입니다.

이 기고는 재단법인 숲과나눔의 풀씨 7기 사업이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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