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팩트체크] ②태양광 패널은 중금속 덩어리?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10.14 11: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후위기 해결은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전 세계는 205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제로(0)로 만든다는 큰 틀의 합의를 한 상태입니다. 구체적으로 유럽연합은 2023년부터 시범적으로 '탄소국경세'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탄소를 기준치이상으로 배출한 제품에 일종에 관세를 매기는 겁니다. 2035년 이후로는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수입을 안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에너지 산업은 물론, 다른 산업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재생에너지 전원의 비중을 높이고 석탄발전을 줄이는 등 에너지산업에서 큰 변화가 예고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변화의 과정에서 부정확한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유통되고 있습니다. 팩트체크 전문 언론 뉴스톱은 건설적인 에너지 전환 토론을 위해 잘못 알려지거나 오해가 있는 주장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팩트체크를 합니다.

※ 이 기사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에너지전환 팩트체크> 시리즈
① 태양광 발전은 환경파괴 시설이다?
② 태양광 패널은 중금속 덩어리?
③ 태양광 전자파·빛반사로 주변에 해를 끼친다?
④ 전세계는 탈원전 추세다?
⑤ 해상풍력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
⑥ 신재생 에너지 발전원가 원전 5배?
⑦ 전기차 온실가스 감축에 큰 효과 없다?
⑧ ‘늙은 나무’는 탄소흡수율 떨어진다?
⑨ 조력발전소 건설하면 해양 생태계 훼손?
⑩ 수소차는 친환경차의 ‘끝판왕’?
⑪ 소형모듈원전(SMR)이 기존 발전소를 대체한다?
⑫ 에너지전환 과속인가? - 현황과 과제

2020년 9월 8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값싼 중국산 태양광 패널로 전국의 산야와 계곡이 중금속 오염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뉴스톱은 태양광 패널이 중금속 오염을 유발하는지 확인했다.

①태양광 패널 중금속 범벅? → 사실 아님

국민의힘은 태양광 발전 패널이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어 오염을 유발한다고 비판한다. 2018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간한 <태양광 폐패널의 관리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살펴보자.

본 연구에서는 태양광 폐패널의 환경영향 측면을 검토하기 위하여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폐패널 시료 4종을 확보하여 국립환경과학원의 협조를 얻어 과학원에서 용출 및 함량 분석을 수행하였다. 용출 분석 대상 중금속은 7가지 금속(Cu, Pb, Cd, As, Hg, Cr, Cr6+)이며, 이를 분석한 결과 3가지 금속(Cu, Hg, Cr6+)이 모든 시료에서 정량한계 이하로 검출되었다. 반면 납(Pb)은 모든 시료에서 0.064~0.541mg/L의 범위로 분석되었으며, 3종의 샘플에서 비소(As)가 0.008~0.138mg/L 범위로 검출되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의 ‘[별표1] 지정폐기물에 함유된 유해물질’에 명시된 지정폐기물 기준에 따르면, 7가지 중금속 모두 지정폐기물 기준 미만으로 검출되었다.

다음으로, 함량 분석은 6가지 중금속(Cu,Pb, Cd, As, Hg, Cr)을 대상으로 수행되었다. 그 결과, 2가지 중금속(Cd, Hg)이 검출한계 미만으로 나타났으며, 4가지 중금속(Cu, Pb, As, Cr)은 모두 검출되었다. 특히 납의 함량을 분석한 결과 88.7~201.8mg/kg의 범위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폐패널 시료 4종을 대상으로 용출시험과 함량분석 시험을 시행했다. 용출실험은 시료를 완전히 분쇄해 시약에 넣고 흔들어 중금속 성분이 얼마나 빠져나오는지를 확인하는 시험법이다. 이 실험을 통해 분석 대상 7가지 중금속 모두 지정폐기물 기준 미만으로 검출된 것이 확인됐다.

지정폐기물 기준이란 금속성분 등이 함유된 사업장 폐기물 중 주변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인체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유독한 물질을 폐기할 때 적용된다. 금속 성분 폐기물은 주로 매립하는 방법으로 처리된다. 유해한 금속 물질이 매립장에 스며든 빗물 또는 지하수를 만나 얼마나 환경에 유출되어야 위해한지를 평가해 세운 기준치이다.

일단 폐패널 시료는 이 기준치를 충족했으므로 큰 우려의 대상은 아니다. 게다가 이 실험은 폐패널을 완전히 분해해 실험하는 방식이므로 현재 설치돼 가동중인, 파손되지 않은 태양광 발전시설에는 직접 적용하기 힘들다. 태양광 패널은 여러 개의 셀을 연결하고 빗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알루미늄 프레임과 유리로 밀봉돼 있다.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태양광 패널은 중금속 용출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보수 성향의 중앙일보도 2020년 9월 <‘중금속 덩어리’에 재활용도 어렵다? 주변 토양 납·수은 기준치 이하>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팩트체크한 바 있다. 태양광 업계는 공인시험기관에 자체적으로 시험을 의뢰한 결과 KEI 보고서에 언급된 중금속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완제품을 시약에 넣어 용출 분석을 하는 것과 제품을 분쇄한 상태로 용출시험을 하는 시험 방법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②태양광 폐패널 쏟아져 감당 못한다? → 대체로 사실 아님

태양광 발전 시설이 중금속을 줄줄 흘리는 오염 덩어리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태양광 발전 시설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관련 폐기물 증가를 부른다. 태양광 발전 시설의 수명 연한이 순차적으로 도래하면서 폐패널이 쏟아져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뉴스톱이 확인해봤다.

출처: KEI
출처: KEI

 

2020년 10월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은 "태양광 폐패널의 누적 배출량은 2025년 2만3292톤에서 2030년에는 8만7124톤, 2040년에는 82만29톤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태양광 폐패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심각한 환경오염은 물론 인체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태양광 에너지 확대 정책의 속도 조절과 동시에 재활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엄 의원이 인용한 수치는 앞서 언급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태양광 폐패널의 관리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와 일치한다. 보고서는 "앞으로 태양광 폐패널이 전량 매립될 경우 상당량의 매립지 용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충북 진천에 건설 중인 태양광재활용센터. 출처: 충청북도
충북 진천에 건설 중인 태양광재활용센터. 출처: 충청북도

그러나 정부는 2021년 11월 완공 예정인 충북 진천의 태양광 재활용 센터를 가동하면 2027년까지는 아무런 문제없이 태양광 폐패널을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향후 폐모듈 발생 추이 및 재활용 시설 처리용량을 고려할 때 2027년까지 폐모듈 재활용 및 처리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2027년 이전 폐모듈 발생량은 2023년에 최대 연간 9665톤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진천 재활용센터 준공 등으로 2022년에 연간 총 9700톤 규모의 폐모듈 처리용량을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23년부터는 태양광 패널 생산·수입업자가 폐패널 재활용을 책임지는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EPR)이 시행되는데, 재활용 산업의 활성화로 이어져 폐패널 재활용 시설용량은 보다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일각에선 정부의 전망이 너무 낙관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데일리는 태양광 업계를 인용해 "태양광 폐패널 처리를 위해서는 수거와 보관 등 관련 산업도 함께 시스템화해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