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팩트체크] ⑧ ‘늙은 나무’는 탄소흡수율 떨어진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1.10.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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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해결은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전 세계는 205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제로(0)로 만든다는 큰 틀의 합의를 한 상태입니다. 구체적으로 유럽연합은 2023년부터 시범적으로 '탄소국경세'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탄소를 기준치이상으로 배출한 제품에 일종에 관세를 매기는 겁니다. 2035년 이후로는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수입을 안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에너지 산업은 물론, 다른 산업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재생에너지 전원의 비중을 높이고 석탄발전을 줄이는 등 에너지산업에서 큰 변화가 예고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변화의 과정에서 부정확한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유통되고 있습니다. 팩트체크 전문 언론 뉴스톱은 건설적인 에너지 전환 토론을 위해 잘못 알려지거나 오해가 있는 주장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팩트체크를 합니다. 

※ 이 기사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에너지전환 팩트체크> 시리즈
① 태양광 발전은 환경파괴 시설이다?
② 태양광 패널은 중금속 덩어리?
③ 태양광 전자파·빛반사로 주변에 해를 끼친다?
④ 전세계는 탈원전 추세다?
⑤ 해상풍력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
⑥ 신재생 에너지 발전원가 원전 5배?
⑦ 전기차 온실가스 감축에 큰 효과 없다?
⑧ ‘늙은 나무’는 탄소흡수율 떨어진다?
⑨ 조력발전소 건설하면 해양 생태계 훼손?
⑩ 수소차는 친환경차의 ‘끝판왕’?
⑪ 소형모듈원전(SMR)이 기존 발전소를 대체한다?
⑫ 에너지전환 과속인가? - 현황과 과제

산림청이 탄소중립을 위해 추진하는 ‘30년간 30억 그루 나무심기’가 ‘탄소중립을 빙자한 대규모 벌목사업’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30년 넘은 ‘늙은 나무’의 탄소 흡수 능력이 논란이 됐습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산림청>은 2021년 1월 20일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안)’을 마련하고 대국민 보고회를 가졌습니다. ‘30년간 30억 그루의 나무심기를 통한 2050년 탄소중립 3,400만 톤 기여’를 목표로, 12대 핵심과제를 계획대로 추진하면 산림의 탄소흡수량은 연간 1,400만 톤에서 2,680만 톤으로 증가하고, 목재 이용에 따른 탄소저장량은 200만 톤까지 이르게 되며, 화석에너지를 산림바이오매스로 대체함으로써 가능한 탄소배출 감축량은 520만 톤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은 4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는 ‘탄소중립을 빙자한 대규모 벌목정책’이라며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을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산림청이 전국토 산림면적에 72%를 차지하는 30년 넘게 자란 ‘늙은’ 나무를 베고 ‘어린’ 나무를 심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기존에 하던 산림경영사업 확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관건은 30년 넘은 나무의 탄소 흡수 능력입니다.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는 5월 14일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정부는 30억 그루를 심기 위해 전국 산림의 1/3의 베어낸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숲은 30년 이상의 늙은 나무들이 대부분이라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나무는 30년이 지나면 오히려 탄소흡수 능력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산림청은 5월 16일 설명자료를 내고, “나무 나이에 따른 탄소흡수량 변화와 관련해 보도내용처럼 단일 개체목의 경우 탄소흡수량이 특정나이까지 증가하는 것이 사실이나, 산림부문 추진전략(안)은 ‘개체목’이 아닌 나무의 집단인 ‘임분’을 대상으로 설명한 것으로 단위면적당 나무전체의 탄소흡수 합산량은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습니다.

나무는 30년이 지나도 탄소흡수력이 계속 증가한다는 주장에 대해 개체목 단위가 아닌 산림은 20~30년 이후 탄소흡수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나무는 계속 성장하기 마련인데 클수록 간격이 넓어지면서 주변의 나무를 정리하면서 솎아내는 작용을 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할 경우 산림 탄소흡수원의 효율성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의 산정 결과, 나무 한 그루당 탄소흡수량은 수종에 따라 침엽수는 대개 수령 30년~50년 사이에 절정에 다다르고 이후 감소하며, 활엽수는 수령 70년까지 지속해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전체 숲 단위의 흡수량을 보면 수종과 관계없이 임령 20~25년이 절정이며 이후 완만하게 하락하여 50년 이후에는 수령 10년 수준과 같거나 낮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출처: 산림청_우리나라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 자료
출처: 산림청_우리나라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 자료

하지만 오래된 나무의 탄소 흡수능력에 대해서는 과학계에서도 아직 확실한 결론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태입니다. 2008년 벨기에, 미국, 독일, 스위스, 프랑스, 영국 6개국 공동연구팀은 15~800년된 산림과 토양의 이산화탄소 능력을 분석한 논문 ‘Old-growth forests as global carbon sinks’를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800년 된 숲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지만 젊은 나무들에 비해 흡수능력은 떨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2014년에는 ‘대부분의 나무는 노령화돼도 연간 온실가스 흡수량이 둔화되지 않는다’는 16개국 과학자들의 공동연구 결과인 ‘Rate of tree carbon accumulation increases continuously with tree size’가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공동연구팀은 6개 대륙에 분포한 나무 403종 67만 3046그루의 성장속도를 조사한 결과, 크기가 큰 나무일수록 1년간 흡수하는 탄소의 양이 중간크기 나무 수백 그루가 이룬 숲과 비슷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결론의 연구결과도 찾을 수 있습니다. 2013년 네덜란드 바헤닝언대를 중심으로 한 국제공동연구팀은 2005년 이후 유럽대륙의 숲이 흡수하는 탄소량이 줄어들고 있으며, 나무의 노화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기후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했습니다. 

2016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독일 기후서비스센터, 싱가포르 국립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공동연구팀도 1750년대부터 250년 동안 유럽지역 숲을 분석한 결과 오래된 나무가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부추겼다는 분석을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오래된 나무들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대사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탄소흡수능력이 점점 줄어든다는 주장과 반대로 오래된 나무들도 여전히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은 팽팽한 상황입니다. '‘늙은 나무’는 탄소흡수율 떨어진다'는 주장은 '판정보류'로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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