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피해주는 야생동물=유해조수?, 잡아도 돼??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21.11.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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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에서 '유해조수'를 검색하면 덫과 그물 등 각종 포획 장치를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꿩, 비둘기, 까치 등을 예시로 들며 '유해조수'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과연 꿩, 비둘기, 까치는 유해조수일까요? 유해조수는 함부로 잡아도 되는 걸까요? 팩트체크 해 보겠습니다. 

출처: 온라인쇼핑몰 쿠팡
출처: 온라인쇼핑몰 쿠팡

 

◈유해조수란 무엇일까요?

유해란 해로움이 있음을 나타냅니다. 해로움이 있는 조수류. 우리는 그 동물들을 유해조수라고 칭합니다. 유해조수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의 생활에 피해를 주는 새와 짐승”을 일컫습니다. 사람은 살아감에 있어 농업, 어업 등과 같이 무언가를 만들고 채취하기 위해선 일정한 공간과 자연환경의 힘을 빌려 살아갑니다. 자연환경 속 우리의 이웃인 야생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비처럼 사람의 생활공간에 들어와 지붕 아래, 처마 밑과 같은 장소에 집을 짓고 해충구제에 도움을 주거나 농기계의 뒤를 따르며 먹이 활동을 하면서 밭이 건강하도록 도움을 주는 백로류 등 많은 동물들이 우리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갑니다.

출처: 서울시야생동물센터
사람 주변에서 친근하게 살아가는 제비. 출처: 서울시야생동물센터

문제는 이 동물들이 인간이 정한 ‘선’을 지키지 않았을 때 발생합니다. 일정한 범위를 넘어 사람의 통제에서 벗어난 동물은 곧 관리 대상이 됩니다. 그 중 유해야생동물은 2004년 개정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기초로 지정되고 또 관리되고 있죠. 제4조와 관련해 시행규칙에 유해야생동물을 아래와 같이 명시합니다.

유해야생동물(제4조 관련)

1. 장기간에 걸쳐 무리를 지어 농작물 또는 과수에 피해를 주는 참새, 까치, 어치, 직박구리, 까마귀, 갈까마귀, 떼까마귀

2. 일부 지역에 서식밀도가 너무 높아 농ㆍ림ㆍ수산업에 피해를 주는 꿩, 멧비둘기, 고라니, 멧돼지, 청설모, 두더지, 쥐류 및 오리류(오리류 중 원앙이, 원앙사촌, 황오리, 알락쇠오리, 호사비오리, 뿔쇠오리, 붉은가슴흰죽지는 제외한다)

3. 비행장 주변에 출현하여 항공기 또는 특수건조물에 피해를 주거나, 군 작전에 지장을 주는 조수류(멸종위기 야생동물은 제외한다)

4. 인가 주변에 출현하여 인명ㆍ가축에 위해를 주거나 위해 발생의 우려가 있는 멧돼지 및 맹수류(멸종위기 야생동물은 제외한다)

5. 분묘를 훼손하는 멧돼지

6. 전주 등 전력시설에 피해를 주는 까치

7. 일부 지역에 서식밀도가 너무 높아 분변(糞便) 및 털 날림 등으로 문화재 훼손이나 건물 부식 등의 재산상 피해를 주거나 생활에 피해를 주는 집비둘기

법적인 측면에서도 앞서 다룬 사전적 정의와 비슷한 뜻을 내포하여 정의합니다. 야생생물법 4조는 “유해야생동물이란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로서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종을 말한다”고 정의합니다. 위의 법령에도 명시된 것처럼, 까치나 어치 등 여러 동물들이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 어떤 조건이 붙습니다. 이 조건에 따라 유해조수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거죠. 까치를 예로 들면, 날아다니면서 살아가는 까치는 생태 순환 과정 속 당연한 삶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전력시설에 둥지를 지어 피해를 주면 그 때부터 인간에 해로운 행동을 하는 것으로 규정되고, 이는 곧 유해조수로 규정돼 구제(驅除:몰아내 없앰)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CCTV 시설에 새 둥지가 있습니다. 출처: 서울시야생동물센터
CCTV 시설에 새 둥지가 있습니다. 출처: 서울시야생동물센터

◈인간에게 피해주는 동물은 모두 구제 대상? … 사실 아님

그렇다면 전력시설에 피해를 주는 까치는 그 자리에서 수렵과 같은 형태로 즉각적인 처벌이 가능할까? 라는 질문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까치의 포획을 위해선 포획허가가 필요하고 허가 후의 절차를 따라야 하며, 수렵면허를 소지한 자에 한해 포획이 가능합니다. 모든 절차가 완료되면 설령 전력시설에 피해를 준 적이 없는 안타까운 까치라 할지라도 그 지역의 까치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수렵 및 포획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수렵은 굉장히 까다롭고 철저하게 규정됩니다. 보통 11월부터 2월까지의 기간 동안 지정된 수렵장에서만 가능하며, 수렵 시 도구와 방법, 그리고 어떤 동물을 몇 마리까지 잡을 수 있는지 규정하고 있어 이외의 모든 포획, 채취 등의 행위는 밀렵으로 간주됩니다.

서울시야생동물센터에서는 이 동물들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문제를 일으키거나 혹은 일으킬 우려가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모두 구조해 치료하고 자연으로의 복귀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간혹 “유해조수는 구조하지 않아. 구조해도 안락사 해” 라는 말을 들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와 의욕을 잃기도 합니다. 구조 자체에 대해 불신을 표현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어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해조수이기 이전에 야생동물이므로 모든 야생동물은 센터에서 치료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둥지의 주인은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입니다. 출처: 서울시야생동물센터
이 둥지의 주인은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입니다. 출처: 서울시야생동물센터

 

◈황조롱이의 둥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CCTV 시설 위 둥지의 주인은 황조롱이입니다. 천연기념물 323-8호로 지정되어 보호 받는 맹금류입니다. 시설에 피해를 줬다고 해도 구제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조류들은 2개월 정도면 새끼들의 독립이 이뤄집니다. 그때까지만 둥지를 보존한 후에 철거하는 것이 윤리적인 측면에서 가장 올바른 접근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무엇보다도 둥지를 지어서는 안 되는 곳이라고 알려주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들의 숙제가 될 것입니다.

글쓴이: 김태훈 서울시야생동물센터 재활관리사


◈함부로 잡으면 처벌, 포획도구 제조·판매자도 처벌 대상

김태훈 재활관리사의 글에 이어 야생생물법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야생생물법 8조는 야생동물의 학대를 금지하는 조항입니다.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없이 야생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때리거나 산채로 태우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목을 매달거나 독극물, 도구 등을 사용하여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그 밖의 학대행위로 야생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입니다.

학대행위는 △포획ㆍ감금하여 고통을 주거나 상처를 입히는 행위 △살아 있는 상태에서 혈액, 쓸개, 내장 또는 그 밖의 생체의 일부를 채취하거나 채취하는 장치 등을 설치하는 행위 △도구ㆍ약물을 사용하거나 물리적인 방법으로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 도박ㆍ광고ㆍ오락ㆍ유흥 등의 목적으로 상해를 입히는 행위 △야생동물을 보관, 유통하는 경우 등에 고의로 먹이 또는 물을 제공하지 아니하거나,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방치하는 행위 등이 해당됩니다.

야생생물법 10조는 "누구든지 덫, 창애, 올무 또는 그 밖에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를 제작ㆍ판매ㆍ소지 또는 보관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학술 연구, 관람ㆍ전시, 유해야생동물의 포획 등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합니다. 유해야생동물을 잡으려고 포획 도구를 판매·구매 했다고 하더라도 변명이 되지 않습니다. 포획허가를 받지 않을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살펴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야생동물 포획도구를 판매하는 업자들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은 이들 야생동물 포획도구를 판매하는 것이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올바른 일인지 따져보시길 권합니다.

글쓴이: 선정수 뉴스톱 팩트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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