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연초 일본 코로나 급증은 무료 검사 확대 때문?

  • 기자명 윤재언
  • 기사승인 2022.01.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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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코로나 감염자 숫자가 크게 변할 때마다 억측이 끊이지 않는다. 2020년 코로나 초기 한국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 때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거나, 오히려 조롱하는 모습까지 보였던 일본사회와 미디어의 업보라 하겠으나, 명확한 근거 없는 설명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번 일본 내 감염 확산으로, 경북대 이덕희 교수가 주장했던 ‘교차 면역’ 근거가 적어도 오미크론 앞에서는 무의미하다는 게 확인되고 있고, PCR 검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김어준씨 말도 근거가 없었다. 이처럼 일본 상황을 자신들의 주장에 맞추려는 모습은 객관적 이해에 악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오미크론 대응을 이유로 무료 검사가 시작된 건 사실

새해 들어 일본에서는 확진자 숫자가 전례 없는 속도로 급증하고 있다. 1월 1일 500명대를 시작으로 7일 6000명대로 뛰더니, 9일에는 무려 8000명대를 기록했다(아래 그래프). 이 때문에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PCR검사를 무료화한 영향”이라며 지난해 10월 이후 감염자 급감도 “은폐의 결과였다”라는 음모론이 떠도는 상황이다. 오미크론 시중감염이 확인된 지자체 중심으로 무료 검사가 확대된 건 사실이다. 무료 검사 실시 상황에 대해 우선 살펴보자.

일본 전국 확진자수 추이(NHK)
일본 전국 확진자수 추이(NHK)

 

수도인 도쿄는 지난 12월 23일 민간 검사소를 통한 무료 검사를 시작했다. 대략 하루 3만건 검사를 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원래는 백신 미접종자나 12세 미만이 대상이었으나 누구라도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경로가 불분명한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오사카와 교토, 오키나와 등에서도 비슷한 시기 같은 이유로 무료 검사가 시작됐다. 이전까지 정책에 대한 반성으로 선제적 대응을 한다는 차원이다. 아래 영상은 최근의 무료 검사소 풍경을 담고 있다. 

 

일본은 연말연시(신정)가 가장 큰 명절이다. 보통 1주일 이상을 쉬기 때문에 이때 여행을 가거나 고향을 찾는 사람이 많다. 철도회사 JR각사에 따르면 12월 28일부터 1월 5일까지 열차를 이용한 사람은 893만 8000명 정도였다고 한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2.5배였다. 12월 25일부터 1월 4일까지 국내선 이용은 1.9배 늘었다고 한다. 다만 철도와 비행기 모두 코로나 직전과 비교하면 70%대 수준으로 완전한 회복은 아니었다고 하니, 여전히 일본 사회에는 코로나에 대한 경계심이 어느 정도 남아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들 귀성객들을 중심으로 무료 검사 수요가 상당히 있었다고 한다. 고향 가기 전, 혹은 갔다 와서 검사를 받은 사람이 늘었다는 얘기다. 이들이 대거 검사를 받으면서 숨겨져 있던 감염자가 발견됐을 가능성도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밑에서 제기할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때, 무료 검사가 확진자 급증의 '결정적 요인'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양성률을 살펴보자.

 

양성률로 볼 때 검사가 오히려 확진자를 못 따라가는 상황

공식 통계로 확인되는 전체 검사수는 어떨까? NHK 홈페이지에 등록된 검사수(아래 그래프)는 후생노동성 공식자료에 기반하고 있다. 해당 검사에 자비 민간검사는 반영되지 않고, 포함되는 다른 검사 일부도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고 한다. 지자체 무료 검사 포함 여부도 명시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의 확진자 급증이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는데, 아직 검사수의 큰 폭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이 통계로만 봤을 땐 무료 검사가 들어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검사수 추이(NHK)
검사수 추이(NHK)

 

검사수 변화가 통계상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양성률이 최근 크게 올라가고 있다. 전국 집계의 낮은 신뢰성을 고려해, 지자체별로 살펴보면 도쿄는 최근까지 0점대 양성률을 기록하다 1 7 5%대로 올라갔다(아래 그래프, 점선이 양성률). 아마 점점 더 올라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오사카도 10 기준 양성률이 4.7%에 달했다. 적어도 확대된 검사로 인해 코로나가 급증했다면, 양성률은 유지되면서 절대적 검사수와 확진자가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코로나 감염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검사가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그동안 숨겨져 있던 코로나 확진자가 무료 검사로 새롭게 포착됐다기 보다, 실제 코로나 상황이 상당히 악화된 게 아닌가 싶다.

도쿄도 검사 상황(도쿄도 홈페이지)
도쿄도 검사 상황(도쿄도 홈페이지)

 

문제는 검사보다 미군發 오미크론 유입

이는 두 가지를 전제로 한다. 첫째는 10월 이후 코로나 급감기에 일본 상황이 실제로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듭해 강조하지만 이 시기 검사를 통해 확진자를 의도적으로 감췄는지 아닌지는 불명확하다. 다만 전국민 80% 이상이 백신 접종 등으로 코로나 감염 후에도 별다른 일 없이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인공호흡기, 인공폐(에크모) 장착 건수가 급감했다는 사실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 가능하다(아래 그래프). 해당 통계는 의사, 병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집계된다. 즉 일본 정부를 통하지 않기 때문에 조작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병상 사용률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코로나 사망자 집계 변화로 인한 누락은 병원까지 ‘공범자’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 적어도 이 기간에는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고 생각된다. 필자도 11월부터 12월까지 거리낌없이 모임을 잡았고 어디를 가든 사람이 넘쳤다.

에크모 장착건수(ECMO넷)
에크모 장착건수(ECMO넷)

 

둘째는 코로나 감염 폭발이 ‘입국정책 구멍’이었던 미군 기지 지역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지난글에서 적었듯, 해외 각국에서 오미크론 감염이 확산되자 일본 정부는 해외 신규 입국을 아예 막고 대부분 입국자에 대해 강제 시설격리를 시작한다. 그런데 미군들은 해당 정책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입국 시 코로나 검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미일방위협정에 미군이 기지로 입국할 때 검역은 오로지 미국에 맡겨져 있었다. 즉, 반쪽자리 쇄국정책이었던 셈이다. 미국에서 오미크론이 확산되면서 미군들이 사실상 일본 내 매개체였던 게 정설이 되고 있다. 미군이 오미크론에 감염된 채로 들어와 일본인 직원과 기지 근처에 감염이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아래 영상).

확진자수에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오키나와와 야마구치, 히로시마가 감염 확산 시발점인 것도 미군 영향을 짐작케 한다. 오키나와에는 일본 전체 미군기지 70%가 집중돼 있고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에는 미군 해병대 비행장이 있다. 일본 정부 조사 결과 1월 2일까지 1주일간 오키나와와 야마구치의 오미크론 가능성이 높은 감염자는 73%, 71%였다. 이와쿠니와 생활권을 같이 하는 히로시마(아래 구글지도 참고, 사각형 부분이 이와쿠니비행장)에서도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역시 75%로 높은 비율이었다. 이와쿠니에서는 미군 감염자와 시중 감염자의 유전자형태가 같다는 결과도 나와 있다.

이와쿠니와 히로시마 위치(구글지도)
이와쿠니와 히로시마 위치(구글지도)

 

필자의 오키나와 출신 지인도 연말 고향에 돌아갔다가 본가에 사는 동생이 확진돼 발이 묶였다고 한다. 밀접접촉임에도 검사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자가진단키트(항원검사)로 양성임을 확인한 뒤 일단 자택에 대기중이다. 오키나와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는 사례라 하겠다.

일본 정부는 검역의 문제점을 들어 미국에 항의하고 오키나와, 야마구치, 히로시마 3곳에 지난 8일 ‘만연방지 중점조치’를 발령했다. 각 지사 판단 하에 음식점 영업시간 제한(저녁 8시) 및 술 제공 금지가 가능해졌다. 야마구치, 히로시마에서는 감염이 심각한 지역 음식점에 대해 해당 조치를 내렸다. 오키나와에선 영업을 밤 9시까지 인정하되, 술 제공은 8시까지로 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시설도 문을 닫기 시작했다. 기시다 총리는 과거 아베와 스가의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신속하게 규제 정책에 들어갔다고 했지만, 평소 미군 기지에 비판적이던 다마키 데니 오키나와현 지사는 “더 일찍 대책이 있었어야 했다”며 분노를 표했다. 결론적으로 이번에도 이덕희 교수가 주장하던 ‘완화 정책’은 없었던 셈이다. 주일미군에 대해선 1월 10일부터 14일간 외출이 금지됐다. 

미국(특히 백신 접종률이 높은 뉴욕)이나 유럽에서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면, 백신이나 다른 요인(이전의 감염으로 인한 집단면역?)이 오미크론 감염 자체를 막을 가능성은 굉장히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일반인에 대한 부스터샷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진이나 고령자 등 일부 고위험군 외에는 ‘2차 접종 후 8개월’이라는 방침이 유지되고 있다. 적은 확진자 숫자와 (미군을 제외한) 엄격한 입국정책으로 방심하고 있던 탓이다. 이 때문에 지난 7월에 2차 접종을 마친 필자는 당장 부스터샷을 맞으려고 해도 맞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무료 검사 확대로 인한 감염 폭발’은 시점상으로 일견 개연성이 있어 보여도, 다른 요인(12월말까지 여유 있던 병상과 심폐장치, 연초 양성률의 갑작스러운 변화, 줄줄이 나타난 미군 감염과 인근 지역 확산 등)을 묶어 보면, 결정적 요인일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12월말까지 백신 등으로 호전됐던 일본 내 상황이, 백신 효력 저하와 미군을 통한 오미크론 대규모 유입으로 악화되고 있는 게 실상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론 한국에서 이번 일본 상황을 그저 강건너 불구경할 게 아니라, 여러 면에서 두 국가가 비슷한 점이 있는 만큼 오미크론 영향을 면밀히 체크할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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