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오미크론 대유행' 전 세계 고성능 마스크 권고...그럼 한국은?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1.1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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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역당국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한 타개책으로 KF94 등급(N95, KN95)의 마스크를 권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나라도 1월 첫째주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이 12.5%로 급증하는 추세다. 방역 당국은 향후 1~2주 이내에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마스크 착용과 관련된 지침에는 큰 변화가 없다. 마스크에 대한 전세계 지침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뉴스톱이 분석했다.

 

◈미국, 유럽 오미크론에 맞서 고성능 마스크 카드 꺼내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

 

미국 방역당국은 현재 천 마스크와 일회용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윗 그림 참조) 우리나라의 KF94와 비슷한 성능인 N95마스크는 일반인들에게 권고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 초기 마스크 공급이 달리면서 N95마스크를 의료진에게 우선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떠오르면서 신규 확진자가 대폭 증가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0일 기준 미국의 신규 확진자는 148만명에 이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Covid Data Tracker 통계를 봐도 9일 기준 주간 평균 일일 확진자수는 67만명을 넘어섰다. 방역 상황이 악화되면서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선 고성능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 CDC가 오미크론 변이에 맞서 고성능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것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CDC의 권고는 KN95 또는 N95마스크를 하루 종일 착용하는 것을 견딜 수 있다면 반드시 착용하라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도 오미크론 확산에 대응해 고성능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독일 방역당국은 2021년 1월부터 KF94와 같은 규격인 FFP2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도 FFP2가 의무화됐다. 프랑스는 천 마스크도 무방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90% 이상 입자를 차단할 수 있는 ‘카테고리1’ 마스크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우리는 어떤가? … 의약외품 권고, 없으면 천마스크 무방

그렇다면 독자 여러분들이 오늘 아침 쓰고 나온 마스크는 어떤 등급일까? 우리나라 방역당국은 어떤 마스크 지침을 갖고 있을까?

출처: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출처: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이 내놓고 있는 마스크 관련 최신 지침은 2021년 11월 25일 배포한 <마스크 착용 방역지침 준수 명령 및 과태료 부과업무 안내서(제4-1판)>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우리 방역당국은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식약처에서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은 마스크를 강력히 권고’한다. 그러나 의약외품 마스크가 없는 경우 천, 면 마스크 또는 일회용마스크, 전자식마스크(KC마크 부착 제품 한정)도 착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의약외품으로 허가되는 마스크는 KF94, KF80, KF-AD와 수술용 마스크(덴탈마스크)이다. 여기에 천·면 마스크, 일회용마스크, 전자식마스크까지 착용이 허용된다. 물론 "없으면"이라는 제한 조건이 달려있기는 하다. 그러나 의약외품 마스크를 살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인지, 의약외품을 사러 나갈 부지런함이 없는 경우인지는 따지지 않는다. 사실상 천, 면 마스크와 공산품 마스크, 전자식 마스크 등 아무 것으로나 입과 코를 가리면 되는 것이다.(물론 망사형, 밸브형 마스크 또는 스카프, 손수건 등은 미착용으로 간주돼 단속 대상이 된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앞에선 천마스크는 무용지물이라고 선언했다. 12월24일 CNN보도에 따르면 CNN 의료 분석가 리아나 원은 “천 마스크는 얼굴 장식과 다를 게 없다”며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선 역할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길거리, 대중교통 등에서 만나는 이웃을 살펴보면 대부분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가끔 예쁜 자수를 넣은 수제 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이웃도 발견할 수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취약층으로 부각되고 있는 백신 미접종자, 고령층, 기저질환자에 한해서라도 고규격 마스크를 지원하거나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도 있다. 

 

◈오미크론, 뭣 때문에 고성능 마스크를 써야하나?

오미크론 변이는 높은 전파력이 특징이다. 남아공, 미국, 유럽 등의 상황을 보면 엄청난 속도로 우세종으로 자리잡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전파력이 높다는 것은 감염자가 배출하는 바이러스 양이 많거나, 비감염자가 적은 양의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 감염자가 배출한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오래 머물면서 감염력을 잃지 않는 경우 등으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오미크론 변이가 높은 전파력을 갖는 원인에 대해서는 속 시원히 규명되지 않았다.

경로가 어떻든 고성능 마스크를 착용하면 바이러스가 포함된 비말(또는 에어로졸)이 비감염자의 호흡기로 들어갈 확률이 낮아진다. KF94 마스크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0.4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입자를 94% 이상 거른다. KF80은 0.6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내도록 설계됐다. KF뒤에 붙는 숫자가 커질수록 더 작은 입자를 더 많이 걸러낸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선 고성능 마스크 착용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에 비해 증상이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환자가 숨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WHO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백신 미접종자, 노인,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접종자, 노인, 기저질환자는 특히 더 마스크 착용에 신경을 써야하는 이유다. 고성능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마스크를 똑바로 쓰는 것이다. 마스크를 쓴 뒤에 코 부분에 있는 금속 부품을 이용해 최대한 틈이 없도록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숨을 내 쉬고 들이 마실 때 마스크 안쪽이 불룩해지고 홀쭉해진다면 틈새없이 마스크를 잘 착용한 것이다.

마스크 착용이 불가능한 상황(다중이용시설에서의 식사 등)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 많은 곳으로의 외출을 가급적 줄이고, 외출 이후 30초 이상 손을 씻는 것도 감염 위험을 낮추는 방법이다.


오미크론 상륙과 함께 일본의 신규 확진자 발생이 급증했다. 우리나라도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현재 60세 이상 인구의 82.4%가 3차 접종을 완료했다. 백신 접종과 기본 방역, 거리두기의 힘으로 오미크론의 격랑을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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