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FDA ‘등록’한 제품이니 믿을 만하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2.01.19 17: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보도자료를 받았습니다. “주식회사 ○○○○이 미국 FDA 등록이 승인된 ○○○○○ ○○○○○의 독점 공급권을 공동 확보하고 본격적인(으로) 국내·외(에) 제품(을) 공급하는(한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라는 내용입니다.

해당 제품은 건물 출입 시 사용하는 사원증 형태로 목에 걸고 다닐 수 있는데, 제품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산화염소를 통해 1미터 이내에 있는 바이러스와 세균을 제거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제품에 FDA로고를 넣었고, FDA증명서도 제시했습니다.

제품 판매 페이지 갈무리
제품 판매 페이지 갈무리

흔히 ‘공간제균 목걸이’, ‘바이러스차단 목걸이’로 불리는 이런 종류의 제품은 이미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논란이 됐습니다. 하지만 효과가 검증된 제품은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보도자료에는 ‘미국 FDA 등록이 승인된’이라는 설명을 달았습니다. 미국 연방 식품의약국인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는 미국 보건복지부(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산하기관으로 가장 역사가 깊고 신뢰할 수 있는 소비자 보호기관의 하나로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해당하는 정부기관입니다. 식품과 의약품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신뢰가 높은 기관 중 하나입니다.

이미지 출처: FDA 홈페이지
이미지 출처: FDA 홈페이지

이 때문에 FDA ‘승인’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해당 기업이나 제품의 품질을 높이 평가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해당제품은 FDA 승인이 아닌 “‘등록’이 ‘승인’됐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FDA ‘등록’과 ‘승인’은 전혀 다릅니다. FDA 등록(Registration and Device Listing)은 별다른 증빙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FDA 등록 신청 페이지에 단순히 회사와 제품에 대한 정보만을 직접 입력하면 됩니다.

비유하면 자격증 시험을 보기 위해 시험 응시 등록을 해 놓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일부 기업들이 이를 마치 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FDA에 등록된 제품이어서 관심이 간다.”는 게시물은 물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1등급 의료기기로 등록, 글로벌 판매를 위한 준비도 마쳤다.”는 유력 일간지 기사로도 등장합니다. 심지어 해당 기사에서 주장하는 1등급은 ‘Class Ⅰ: 일반규제(General Controls)’군으로 인체에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주지 않는 비교적 단순한 기능의 용구가 해당됩니다. 흔히 생각하는 높은 등급이 아니라 여러 분류군 가운데 가장 낮은 기준의 분류군입니다.

FDA는 원칙적으로 자국에 물품을 수출하려는 모든 제조업체에 대해선 일단 ‘등록’을 먼저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생산 시설과 설비, 환경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점검을 위해서입니다. 특정 기업이 생산시설이나 장치, 제품을 FDA의 등록 및 목록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했다고 해서, 해당 시설이나 장치의 승인·허가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FDA 홈페이지 갈무리
FDA 홈페이지 갈무리

의료기기의 경우, 위험통제 수준에 따라 세 개의 클래스(class)별로 구분 관리하고 있는데, class1은 일반규제만 적용받아 시판 전 신고절차를 면제받습니다. 별도의 절차 없이 등록이 가능합니다. class2부터는 시판 전 검토 면제요건이 대부분 없어지며, class3는 FDA승인이 필요합니다.

특히 FDA등록을 했다며 FDA문양을 홍보에 사용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FDA는 홈페이지 ‘로고 규정’ (FDA Logo Policy)을 통해, “로고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식 사용을 위한 것이며 민간 부문 자료에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FDA 로고의 무단 사용은 연방법을 위반할 수 있으며 책임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라고 공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FDA인증 혹은 등록을 대행해준다며 고액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대행업체들이 한국은 물론 미국 현지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FDA도 홈페이지 <Is It Really ‘FDA Approved?’>를 통해 ‘FDA가 제품을 규제하는 방법과 FDA가 승인 및 승인하지 않는 지침’에 대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FDA 홈페이지 갈무리
FDA 홈페이지 갈무리

정리하면, FDA는 미국 내로 반입되는 식품, 화장품, 의료용구 등에 대해서는 관련 설비나 공정 또는 제품을 등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절차를 FDA등록이라고 하며,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절차이기 때문에 FDA등록이 제품이나 기업에 대해 품질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