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불법 영해침범 어선 격침=몰수+폐기?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2.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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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중국 어선 격침" 발언이 논란이 됐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국지전 위험"을 경고했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사드는 안 되고 민간어선은 격침?"이라고 비꼬았다. 뉴스톱은 영해를 침범한 타국 어선이 격침 대상인지 짚어봤다.

출처: 세계일보 홈페이지
출처: 세계일보 홈페이지

 

①이재명 "격침=현지 몰수+폐기 처분"

논란이 된 이 후보의 발언은 지난 8일 보도된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나왔다. 이 후보는 당시 인터뷰에서 '대(對) 중국 외교' 관련 질문을 받고 "동서 해역의 북한이나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라며 "불법 영해 침범인데 그런 건 격침해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이 후보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마당에서 열린 '생명안전 국민약속식' 참석 후 관련 질문을 받고 "제가 지난해 12월 서해5도 특별경비단을 방문했을 때 '인도네시아가 불법어로 행위 단속 방법으로 (해당 어선이) 나포에 불응하는 경우 격침했던 사례가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면서 '불법조업 중국어선 격침' 입장은 자신이 오랫동안 견지했던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 반박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격침'의 의미를 재차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현지에서 몰수, 폐기처분을 동시에 실시한다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대한민국 국가지도집, 국토지리정보원 홈페이지
출처: 대한민국 국가지도집, 국토지리정보원 홈페이지

 

②영해 침범하면 격침 대상?

우리나라 영해법은 "외국선박은 대한민국의 평화·공공질서 또는 안전보장을 해치지 아니하는 한 대한민국의 영해를 무해통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외국선박이 그 통항시 13개 항목의 특정 행위를 할 경우, 대한민국의 평화·공공질서 또는 안전보장을 해치는 것으로 간주해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어로행위이다. 

벌칙은 5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이하의 벌금이고, 위법 행위가 중할 때는 선박 등 위반물품을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우리나라의 영해는 기선으로부터 측정해 12해리(22.22km) 선까지 이르는 수역을 말한다. 이 구역 안에서 타국 어선이 어업행위를 하면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영해법에는 영해를 침범하는 타국 선박을 격침하라는 내용은 없다.

 

③EEZ 침범하면?

대한민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에 따라 영해법 제2조에 따른 기선으로부터 그 바깥쪽 200해리의 선까지에 이르는 수역 중 대한민국의 영해를 제외한 수역이다.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외국인어업 등에 대한 주권적 권리의 행사에 관한 법률'(경제수역어업주권법)에 따라 이 구역에서 타국 어선이 어로행위를 하려면 우리 정부에 입어료를 내고 어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특정금지구역에선 어로행위를 할 수 없다.

만일 타국 어선이 이런 규정을 위반해 어로행위를 하면 단속 대상이 된다. 그러나 EEZ에서 불법 어로행위가 적발된 타국 어선이 나포될 경우엔 담보금이 부과된다. 담보금을 내면 선장·선원을 석방하고 선박을 반환해야 한다. 담보금은 향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 위반자가 출석하겠다는 의미이다. 

법원에서 선고한 벌금을 납부한 경우, 무죄·면소 또는 공소기각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 등은 담보금이 환부된다. 

경제수역어업주권법에도 불법 어로행위를 적발할 경우 격침하라는 내용은 들어있지 않다.

 

④격침 가능한 외국 선박은?

해양경비법 17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제17조(무기의 사용) ① 해양경찰관은 해양경비 활동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무기사용의 기준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의4에 따른다. <개정 2014. 5. 20., 2014. 11. 19., 2017. 7. 26.>

1. 선박등의 나포와 범인을 체포하기 위한 경우

2. 선박등과 범인의 도주를 방지하기 위한 경우

3.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危害)를 방지하기 위한 경우

4. 공무집행에 대한 저항을 억제하기 위한 경우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개인화기(個人火器) 외에 공용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 <개정 2017. 4. 18.>

1. 대간첩ㆍ대테러 작전 등 국가안보와 관련되는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

2.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선박등과 범인이 선체나 무기ㆍ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여 경비세력을 공격하거나 공격하려는 경우

3. 선박등이 3회 이상 정선 또는 이동 명령에 따르지 아니하고 경비세력에게 집단으로 위해를 끼치거나 끼치려는 경우

불법행위를 한 선박과 범인이 극렬히 저항할 경우 공용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양경찰청 훈령 '무기·탄약류 등 관리규칙'에 따르면 공용화기는 유탄발사기, 중기관총, 함포(부대장비를 포함한다) 등이다. 

불법 어로행위로 적발된 타국 어선이 극렬히 저항할 경우 단속 함정에 설치된 공용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 공용화기를 사용할 경우 불법 행위를 제압하는 것을 넘어 격침도 충분히 가능하다.

출처: 국민안전처 보도자료(2016. 11. 8)
출처: 국민안전처 보도자료(2016. 11. 8)

 

⑤몰수와 동시에 폐기=격침?

이 후보는 불법적으로 영해를 침범해 어로행위를 하는 타국 어선을 격침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한 발 물러서 몰수와 동시에 폐기하겠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몰수와 동시에 폐기하는 일이 격침과 같은 의미가 될 수는 없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 해양 관련 법규들은 불법적으로 우리 영해에서 어로 행위를 하는 선박을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단순히 불법 영해 침범 어로행위 만으로는 격침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 경비 세력의 단속에 극렬히 저항하며 경비세력을 공격하거나 위해를 끼치려는 경우에만 공용화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할 뿐이다. 불법으로 해역을 침법해 어로행위를 하는 것만으로는 격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타국 어선의 영해 침범 어로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해 예외없이 몰수하겠다"고 말하면 그만인 것이다. 격침은 '몰수 및 폐기' 또는 '몰수와 동시에 폐기'의 동의어가 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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