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어린이 코로나백신 맞아야 할까?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3.1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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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부터 5~11세 어린이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실시된다. 방역 당국은 고위험군에 대해선 적극 권고, 고위험군이 아닐 경우 자율 접종을 권고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어린이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서 이를 강제할 우려가 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다른 학부모들은 감염 우려가 높은 만큼 백신 접종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과연 5~11세 어린이들은 코로나 백신을 맞아야 할까? 뉴스톱은 어린이 백신 접종에 대해 분석했다.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①왜 권장하나? → 중증·사망 예방

방역당국이 5~11세 어린이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위험군 어린이들의 보호를 위해서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중증화 위험이 높은 기저질환을 가진 고위험군 5-11세 소아에게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적극 권고한다”고 밝혔다. 고위험군은 만성폐질환, 만성심장질환, 만성간질환, 만성신질환, 신경-근육질환, 당뇨, 비만, 면역억제제 복용 등의 면역저하자, 만성질환으로 사회복지시설 등 집단시설에서 치료·요양·수용 중인 소아 등이 꼽힌다.

질병관리청은 “소아에서 코로나 19로 인한 위중증 환자는 현재까지 20명, 사망자는 4명이며, 다기관염증증후군(MIS-C) 환자는 10명이 발생했다”며 “위중증 환자의 70%, 사망자의 50%가 기저질환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이 밝히고 있는 5~11세 연령대의 예방접종 목표는 “고위험군을 비롯한 소아에서의 중증·사망 예방”이다.

질병청은 5~11세 접종에 사용되는 화이자 백신이 이미 임상실험과 해외 접종사례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주장한다.

화이자사가 식약처에 제출한 미국 등 4개 국가의 임상연구에 따르면 소아용 백신을 접종한 5~11세와 기존 백신을 접종한 16~25세의 면역반응은 유사하게 나타났다. (2차 접종 후  1개월 경과). 또한 감염예방효과는 90.7%로 확인(2차접종 후 7일 경과)됐다.

또한 최근 미국 CDC가 발표한 <질병 발병·사망률 주간보고서(MMWR)>(’22.03.01.)에 따르면, 2차 접종을 완료한 5~11세의 경우(접종 후 14~67일 경과), 오미크론 변이 유행 기간 중 응급실 및 긴급치료 예방효과는 51%, 델타 및 오미크론 변이 유행 기간 중 입원 예방효과는 74%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를 근거로 우리나라 방역 당국은 어린이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것이다. 질병청은 “이상의 연구 결과를 통해, 소아 접종 시 충분한 면역반응이 기대되며, 중증·사망 위험도 줄여주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②왜 기피하나?→부작용 우려+늦은 타이밍

일부 학부모들이 어린이 백신 접종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작용이다. 자신 또는 지인의 부작용 사례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접한 부작용 사례가 아이에게도 나타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크다. 성인 접종 사례에서 접종자들이 사망부터 경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접종 후 이상반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방역 당국이 인과관계를 인정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백신 제조사와 방역 당국은 임상실험과 실제 접종 사례에서 나타난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은 대부분 경미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접종 후 사망사례가 목격됐다. 인과관계를 스스로 밝힐 수 없는 유가족들은 그저 인과관계가 없다는 정부의 조사결과에 분통을 터트릴 뿐이다. 백신 부작용과 관련된 정부의 소통 전략 실패가 두고두고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에 근접했다는 관측도 어린이 접종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향후 1~2주 내에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 접종은 3월31일부터 시작되고 1차 접종 이후 8주 간격으로 2차 접종이 진행된다. 가장 빨리 접종을 받는다고 해도 6월9일(1차 접종 후 8주 뒤 2차 접종, 2주 경과 후 면역 생성)이나 돼야 접종 효과가 완전히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부작용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면서 접종을 진행했는데 1, 2차 접종이 끝난 시점이면 이미 오미크론 유행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출처: 네이처
출처: 네이처

③어린이도 코로나 후유증 겪는다

어린이 백신 접종 시작을 환영하는 부모들은 자녀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성인 감염자의 경우 뇌기능이 위축된다는 보고(윗그림 참조)가 나오고 있어 어린 자녀들도 장기간 후유증에 시달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어린이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일부 연구들은 어린이 확진자의 경우에도 롱 코비드(long COVID)라고 부르는 코로나19 후유증을 겪는 것을 보여준다. 네이처에 따르면 롱 코비드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피로, 숨가쁨, 인지 기능 장애(브레인포그라고도 함) 및 운동 후 권태감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사소한 신체 활동으로도 지속적인 피로를 유발한다. 롱 코비드에 걸린 사람 1/5~1/3 사이는 COVID-19 진단 후 최소 12주 동안 계속 아프며 상당수는 몇 달 후에도 증상을 계속 경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University College London Great Ormond Street 아동 건강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수행한 연구인 CLoCk(Child & Young People with Long Covid)의 결과를 살펴보자. 지난 3일 발표된 연구는 2021년 초 영국에서 6804명의 11세에서 17세 사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CLoCk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만 수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롱 코비드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영국 통계청이 영국에서 4만4000명의 2~11세 아동과 7만3000명의 12~16세 청소년이 롱 코비드에 걸린 것으로 추정한 것과 일치한다.

코로나에 걸렸다고 해서 모두가 코로나 후유증(롱 코비드)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것 뿐이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 현재로선 기본 방역 준수와 백신 접종 밖에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출처: medRxiv
시간 경과에 따라 백신의 감염예방효과가 줄어든다. 출처: medRxiv

④어린이 코로나 백신 오미크론엔 무용지물?

5~11세 대상 코로나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선 감염 예방 효과가 낮다는 보고도 나와있다. 아직 동료 검증을 받기 전 단계의 연구이지만 시사점이 있어 옮겨본다. 미 뉴욕주 보건당국이 화이자 백신을 맞은 5~11세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청소년이나 성인에게서 나타나는 것과 비교해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은 접종 후 수개월 뒤부터 점차 효력이 떨어지지만 5∼11세 연령대에서는 접종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효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중증 예방에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의학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에 지난달 28일 공개됐다.

뉴욕주 보건국과 뉴욕주립대 연구팀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화이자 백신 1·2차 접종을 완료한 12∼17세 청소년 85만2384명과 5~11세의 어린이 36만5502명의 접종 데이터를 분석했다.

감염 예방 효과는 12∼17세의 경우 66%에서 51%로 낮아진 것과 비교해 5∼11세는 68%에서 12%로 크게 떨어졌다. 입원 예방 효과는 12∼17세는 85%에서 73%로, 5∼11세는 그보다 더 큰 폭인 100%에서 48%로 떨어진 걸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백신 약효의 급격한 저하가 5~11세 어린이에게 접종되는 투약분이 청소년과 성인에게 투여하는 양이 3분의 1에 불과한 데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연구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어린이용 화이자 백신이 사실상 감염 예방 효과가 미미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⑤고위험군 중증 예방 OK, 非고위험군 자율 접종      

우리나라 5~11세 어린이는 318만414명이다. 이 가운데 지난 12일까지 70만4853명이 코로나19에 걸렸다. 이 연령대 어린이 100명 중 22명이 확진됐다는 뜻이다. 18~59세 연령대의 확진률(12%)보다 10%p나 높다.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으면서도 가족 구성원과 빈번이 접촉하고, 학교, 학원 등 교육·보육 현장에서 또래 집단의 어울림도 많아 거세게 감염이 확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비교적 증상이 경미하고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성인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다. 다만, 소아에서 현재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위중증 환자는 20명, 사망자는 4명으로 집계됐다. 위중증 환자의 70%, 사망자의 50%가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이유로 방역 당국은 고위험군 어린이들의 접종을 적극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어린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걸려도 예후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선 서둘러 접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방역 당국도 밝히고 있듯 어린이 백신 접종의 목표가 위중증과 사망을 예방하는 것이기 때문에 걸려도 예후가 나쁘지 않은 고위험군이 아닌 어린이들이 서둘러 접종을 마칠 이유는 찾기 어렵다.

어린이 본인이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서둘러 백신 접종을 해야할 이유를 현 시점에서는 발견하기 어렵다. 백신 접종이 높은 감염 예방 효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건강한 어린이라면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위중증·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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