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우크라이나 미사일 지원 요청 거절 이유는?

  • 기자명 우보형
  • 기사승인 2022.04.2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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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1일 뉴스톱 편집진으로부터 "우크라 국방 ‘재블린’보다 우수한 한국산 ‘新弓’ 요청했다 거부당해"라는 제목의 문화일보 기사와 함께 우크라이나 신궁 지원 요청에 관해 우리 정부가 이를 승인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국제적 혹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를 검토해달라는 의뢰가 왔다. <필자 주>

 

그림 1. 문화일보 기사 도입부 캡처
그림 1. 문화일보 기사 도입부 캡처

기사 제목부터 강렬했다. 재블린보다 우수한 新弓(신궁)이라니 그야말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서술 아닌가? 그래서 이번엔 이 주제를 검증해보기로 했다. 검증을 위한 질문은 크게 이렇게 두 가지다.

1. 과연 한국의 新弓은 성 재블린보다 우수한 무기 체계인가?

2. 우크라이나의 新弓 제공 요청에 대한 우리 정부의 거부는 법적 문제 때문인가?

이 두 가지 질문으로 기사의 내용을 검증하도록 하자.

 

1. 한국의 新弓은 과연 우크라이나의 성 재블린보다 우수한 무기 체계인가?

우크라이나의 성 재블린이라 하면 필자의 4월 6일자, "[팩트체크] 텔레그래프는 과연 탱크의 종언을 말했을까?"와 4월 15일자 "[팩트체크] 우크라이나의 전장은 탱크의 종언을 말하는가?"에서도 상당한 비중으로 다뤘던, 그리고 아래 유튜브 링크에서 보듯이 미국의 제3세대 보병 휴행용 대전차 유도미슬(미사일)이다.

<How Powerful is Javelin Anti-Tank Missile>

한편 新弓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고 LIG넥스원에서 개발한, 기술적으로 볼 때 미스트랄의 프레임에 소련/러시아제 적외선 시커를 단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초단거리대공(VSHORAD: Very Short-Range Air Defence) 미사일이다. 흔히 신궁을 미국의 FIM-92 스팅어, 러시아 9K38 이글라(SA-18)같은 MANPAD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2배쯤 크다. 때문에 프로필 성능은 당연히 스팅어나 이글라보다 낫지만 스팅어나 이글라처럼 용이한 견착 사격은 어렵다. 2014년 무렵에 주요 구성부품을 국산화하먼서 수출시장에도 진출한 MANPAD를 빙자한 단거리 대공 미사일이다.

<신궁+비호복합+미스트랄...육군 1방공 유도미사일 사격훈련>

대전차 미사일은 두터운 장갑으로 둘러싸인 전차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비행속도는 다소 느려도 되지만 명중 이후의 관통력이 중요한 반면 대공 미사일은 빠른 항공기나 헬리콥터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비행속도는 빨라야 하지만 (대체로) 장갑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항공기나 헬리콥터가 그 목표이기에 명중 이후의 관통력은 부차적이라는 차이가 있어 우크라이나의 성 재블린과 신궁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우수한지를 비교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Стугна» збиває найновіший російський ударний вертоліт Ка-52>

물론 위의 동영상처럼 대전차 미사일로 헬리콥터를 격추한 사례가 없진 않지만 저런 사례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특히나 보병이 운용하는 미사일 체계의 범주 내에선 더더욱 말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우크라이나의 성 재블린이나 신궁은 그 사례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그럼 이 상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사실은 우리 군이 재블린이란 이름의 대공미사일을 쓴 적이 있다. 1980년대에 도입된 휴대용 대공 미사일로 스팅어 지대공미사일보다 탄두가 무거워서 살상력이 더 높고 플레어 등의 기존 미사일 교란 수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적외선 대응책(IRCM: Infra-Red Counter Measurement)을 가진 장비로 소개되었다. (아래 그림 2)

그림 2. 재블린 SAM울 발사하는 광경
그림 2. 재블린 SAM울 발사하는 광경

<Javelin SAM>

개요만 본다면 첨단 장비 같지만 실제로는 조준경과 TV 카메라로 표적을 비춰주면 그에 따라 미슬이 유도되는 SACLOS(반자동)식 영상 유도체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적외선 기만책에 당하지 않지만 대전차미사일에서나 어울리는 방식이지 3차원으로 빠르게 기동하는 대공목표를 추적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외에도 여러 문제점 때문에, 그리고 90년대에 들어서 미스트랄 지대공미사일이 도입되고 미군에서 스팅어 지대공미사일을 넘겨줌에 따라 2급 장비로 돌려졌으며 국산 신궁 SAM이 도입된 지금은 퇴역중이다.

아무튼 표 1에 이 세 가지 체계의 성능을 개략적으로 비교해놨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표 1. FGM-148 Javelin, 신궁, 재블린(SAM)의 성능비교
표 1. FGM-148 Javelin, 신궁, 재블린(SAM)의 성능비교

그리고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10년대에 걸쳐 개발된 신궁이 1970년대에 개발된 재블린보다 성능이 좋은 건 당연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4월 15일자 기사 "[팩트체크] 우크라이나의 전장은 탱크의 종언을 말하는가?"를 마무리하면서 아래 그림 3을 그림 29로 붙이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을 전하는 국내 언론에 종사하는 기자님들께서 필히 익혀두셔야 할 인덱스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있다고 했는데 문화일보의 이 기사는 이 상황에 딱 맞는 경우다.

그림 3. 저널리스트들을 위한 장갑차량 구별 인덱스
그림 3. 저널리스트들을 위한 장갑차량 구별 인덱스

문화일보 기자께서는 탱크라 부른다고 다 탱크인 것이 아니듯 재블린이라고 부른다고 다 같은 재블린이 아님을 상기하실 필요가 있겠다.

단지 우크라이나의 성 재블린께서는 별다른 신뢰도 문제가 언급되지 않는 반면 신궁은 2021년 10월 12일자 연합뉴스에 ""신궁 유도탄, 3년간 24% 사격 실패…발사 직후 지상 낙하도""기사가 나온 걸 볼 때 최소한 신궁의 신뢰도는 우크라이나의 성 재블린에 비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新弓이 성 재블린보다 우수하다는 문화일보 기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정한다.

 

2. 우크라이나의 新弓 제공 요청에 대한 우리 정부의 거부는 법적 문제 때문인가?

다음으로 우크라이나 신궁 지원 요청에 관해 우리 정부가 이를 승인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맞는가에 대한 이야기룰 해보자.

앞서 말했듯 新弓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고 LIG넥스원에서 개발한, 기술적으로 볼 때 미스트랄의 프레임에 소련/러시아제 적외선 시커를 단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초단거리대공미슬이고 아래 그림 4의 "국방저널 2007년 6월호 (통권 402호) 60페이지, [첨단무기 개발비화] 승리의 믿음 ‘신궁’ 개발에서 전력화까지 <4>" 기사 캡처에서 보인대로 시커의 개발에 러시아의 협력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림 4. 국방저널 2007년 6월호 (통권 402호) 60페이지, "[첨단무기 개발비화] 승리의 믿음 ‘신궁’ 개발에서 전력화까지 '4'" 기사 캡처
그림 4. 국방저널 2007년 6월호 (통권 402호) 60페이지, "[첨단무기 개발비화] 승리의 믿음 ‘신궁’ 개발에서 전력화까지 4" 기사 캡처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대해 우리 정부가 승인하지 못한 이유를 법적인 이유로 보는 견해가 있는 것 같다.

그림 5. 연합뉴스 2014년 12월 9일자 기사, "지대공유도무기 '신궁' 적외선탐색기 국내 개발" 기사 캡처
그림 5. 연합뉴스 2014년 12월 9일자 기사, "지대공유도무기 '신궁' 적외선탐색기 국내 개발" 기사 캡처

연합뉴스가 2014년 12월 09일자로 낸 "지대공유도무기 '신궁' 적외선탐색기 국내 개발"이라는 기사와 아래 그림 6에서 보인, 2016년 5월 29일자 서울경제의 "휴대용 대공무기 ‘신궁’에 국산 적외선 탐색기 탑재"이라는 기사를 낸 것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그림 6. 서울경제 2016년 5월 29일자 기사, "지대공유도무기 '신궁' 적외선탐색기 국내 개발" 기사 캡처
그림 6. 서울경제 2016년 5월 29일자 기사, "지대공유도무기 '신궁' 적외선탐색기 국내 개발" 기사 캡처

그림 6 서울경제 기사의 "특히 적외선 탐색기는 제작국의 수출승인(E/L) 품목이어서 그동안 제한을 받아온 신궁 미사일 수출 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라는 서술이 이 법적 문제를 콕 집어주는 듯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궁 제조사인 LIG넥스원이 2017년 2월 16일자로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 IDEX 2017 참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2017년 IDEX에 참가했었던 사례를 볼 때 시커 제조국인 러시아의 승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나름의 판단을 하고 수출 시장에 뛰어든 것 같다. 실제로 수출이 이뤄졌으며 지난 5년간 러시아측에서 이 문제로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적어도 이 문제가 법적 문제의 영역은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단지 이것은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영역에서의 접근일 뿐, 이면계약이 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이 점은 참고해주시기 바란다.

어쨌거나 4월 12일자로 ukranews.com에 올라온 "폴란드 언론이 창고에서 T-72 탱크 100대가 사라졌다며 우크라이나가 "성공적인 사냥"을 했기를 기원한다.(Polish Media Report Disappearance Of 100 T-72 Tanks From Warehouses And Wish Ukraine "Successful Hunt")"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던 것은, 그리고 폴란드가 이에 응한 것은 사실같지만 그렇다고 폴란드가 우크라이나를 대놓고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정리하면 우크라이나의 신궁 지원 요청에 대해 법적인 문제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단지 이것은 덥석 받아물기엔 정치적인 부하가 제법 큰 안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쨌거나 우크라이나 신궁 지원 요청에 관해 우리 정부가 이를 승인하지 않은 이유가 법적인 이유 때문이란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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