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美 팜스프링스, 성소수자 기본소득 지급?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22.04.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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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팜스프링스 시에서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이분법적 성 구분에서 벗어난 정체성을 가진 사람) 주민 20명을 선정해 매달 최대 900달러 기본소득을 18개월동안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만장일치로 의결됐다는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국내에서도 연합뉴스가 외신 보도를 인용해 기사를 내보낸 이후 다수의 매체들이 연합뉴스를 추종해 보도했습니다. 이 기본소득 프로그램을 위해 20만 달러를 시의회가 배정했으며, 주 정부에도 자금 지원을 신청할 예정이라는 내용입니다.

미국 지방정부가 성 소수자들에게 기본소득을 지원한다는 이 보도 내용은 정말 사실일까요?

외신의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글을 작성한 외국 기자, 기본소득 프로그램을 설계한 비영리단체에 문의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이 만장일치로 의결된 3월 24일의 팜스프링스 시의회 회의록과 팜스프링스 리사 미들턴 시장의 정기 회의(4월 7일) 영상도 찾아봤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홈페이지
출처: 연합뉴스 홈페이지

◈20만 달러 지원은 맞지만…

그 결과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달랐습니다. 지난 14일 해당 프로그램을 맡게 된 퀴어웍스(Queer Works)에 이메일로 문의했습니다. CEO 제이콥 로스토브스키가 같은 날 직접 답장을 줬습니다. 그는 답장에 3월 30일자(현지 시각) 보도자료를 첨부하면서 "가장 최근의 정보(the most current and up to date information)"라고 말했습니다. 내용을 확인해 볼까요.

보도자료에서 퀴어웍스는 "팜스프링스 시의 초기 재정지원은 두 기관(퀴어웍스, DAP Health)이 전국적으로 성공적인 이니셔티브의 모범 사례를 연구하고, 지역 연구를 수행하며, 지역의 의견을 얻어 설계 과정을 알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잠재적(Potential) 보장소득 파일럿의 연구와 설계 단계는 최대 6개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초기 재정지원이란 20만 달러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 돈은 연구 및 지역민 의견 청취에 사용될 것이라고 합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잠재적' 기본소득(보장소득) 연구와 설계는 최대 6개월까지 소요됩니다. 20만 달러는 연구에 활용되며, 기본소득 프로그램은 아직 설계 단계에 있다는 뜻입니다.

 

◈회의록 살펴보니…

20만 달러를 지원하는 투표가 만장일치로 의결된 3월 24일(현지 시각)의 팜스프링스 시 회의록도 살펴봤습니다. 회의록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퀴어웍스가 제출한 제안서가 붙임 C(Attachment C)로 첨부돼 있었는데요. 20만 달러를 직원 고용, 자재 구입, 자문 비용, 인센티브 지급에 지출하겠다고 써 있었습니다.

출처: 팜스프링스 시의회
출처: 팜스프링스 시의회

◈현지의 오보 대응

현지에서도 같은 오보를 냈던 모양입니다. 지난 6일에 반박 보도가 있었습니다. 리버테리안 잡지 <리즌>은 엘리자베스 놀란 브라운 기자의 기사를 통해 "어제 <Fox News>에서 캘리포니아 시가 소득에 관계없이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주민에게 보편적인 소득을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라면서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That's not really true)"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DAP Health와 퀴어웍스는 트랜스젠더와 비바이너리인 주민에 대한 지원을 우선시하려는 그들의 의도를 나타냈지만, 이것이 어떻게 될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대부분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그 단체들은 말했다"고 썼습니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11일 엘리자베스 놀란 브라운 기자에게 메일로 문의했고, 다음날 답장이 왔습니다. 답장에서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 뉴스에 대해서 혼란스러워했다고 생각한다며, "그 돈(20만 달러)은 단지 그 단체들이 UBI(보편적 기본소득)을 연구하고 주와 다른 자금 제공자들에게 제출할 최종안을 종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그 돈은 그들이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시작할 돈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시의회 회의록을 직접 확인한 결과 그 돈은 단지 연구를 위한 것이지 UBI 프로그램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또한 두 단체 중 한 곳의 보도자료와 지역 언론의 기사를 참고했다고 합니다.

 

◈팜스프링스 시장 "20만 달러 중 일부도 소득으로 제공되지 않을 것"

지난 7일(현지시각) 열린 팜스프링스 정기 회의에서 리사 미들턴 시장의 발언을 찾아봤습니다. 회의 말미에 이런 말을 하는데요. (5:00:40 부터 관련 발언이 나옵니다.)

"우리가 승인한 것은 DAP와 퀴어 웍스에 20만 달러였다. DAP와 퀴어 웍스는 파일럿을 만들고 캘리포니아 주에 제출할 신청 절차를 완료하는 데 필요한 숙제를 할 것이다. 이 설계에는 포커스 그룹 수행, 모범 사례 연구, 메시징 개발, 인력 배치 모델 및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 제안 등이 포함된다. 그 20만 달러 중 어느 것도 누구에게도 소득의 형태로 혜택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승인한 것이 아니다."

아래는 원문입니다.

"What we approved was $200,000 that is going to DAP and Queer Works for them to build out a pilot and to do the homework that is necessary to complete an application process to present to the state of California. That buildout will include doing focus groups, studying best practices, developing messaging, proposing a staffing model and an application process. None of that $200,000 is going to provide benefits in the form of income to anyone. That is not what we approved."

 


위와 같은 근거로 해당 뉴스를 거짓으로 판명했습니다. 이 기사는 <연합뉴스>에서 4월 6일 오전 11시 53분 작성돼 <한국경제>, <매일경제>에 전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18일 작성자는 <연합뉴스> 측에 이메일을 보내 진위 여부를 다시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습니다.


※ 이 기사는 팩트체크넷 4월 프로젝트에 참여한 최현빈 예비시민팩트체커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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