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미성년자 가상화폐 우회 거래, 불법일까?

  • 기자명 이채리 기자
  • 기사승인 2022.06.2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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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는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금융상품과 다른 디지털형태 상품인 가상자산의 특성상 투자자들은 종전 법령에 따른 보호를 받지 못했다. 가상 화폐는 가격 변동과 거래시간에 제한이 없다. 대주주 내부거래도 단속하기 힘들어 시세조종에 취약하다. 초고위험상품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2018년 1월 1일부터 가상통화 거래 과열로 인한 피해자 방지를 위해 미성년자의 계좌 개설 및 거래를 금지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에서는 미성년자들의 가상화폐 투자 경험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성년자 비트코인 구매법을 설명한 게시글도 있다. 문제는 국내법의 구멍을 이용해 우회적인 방식으로 미성년자의 가상화폐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우회 거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본인인증(KYCㆍKnow Your Customer)을 하지 않고 이메일과 전화번호만으로 가입이 가능한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가상 화폐 환전은 국내 거래소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환전 대행도 암암리에 이뤄진다. 두 번째, 부모명의 차명 계좌 개설을 통한 가상화폐 거래다. 미성년자의 우회 거래는 국내법에 위반되지 않기 때문에 합법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반대로 우회를 하더라도 미성년자의 가상화폐 거래 자체가 불법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미성년자의 가상화폐 우회 거래는 과연 불법일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해외거래소 BINANCE
출처: 해외거래소 BINANCE

■ 관련 법안 없어 '그레이존'에 해당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20일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미성년자 가상화폐 우회 투자는 편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합법이냐 불법이냐 둘 중 하나로 단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구분이 힘들어 중간지대를 뜻하는 그레이존에 해당된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 가상 자산 관련 법규가 없기 때문이다. 주식 차명 계좌 현황을 모두 파악할 수 없듯이 부모 계좌 개설을 통한 미성년자 가상화폐 거래도 실태 파악이 어렵다고 답했다. 2018년 당시 국내 미성년자 가상화폐 거래 금지는 국내 거래소에서 미성년자의 계좌 개설을 금지한 조치이기 때문에 해외 거래소 우회 투자까지 막을 수 없다고 한다. 결국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가상화폐 투자는 해외 감독 당국의 규제나 거래소 내부 기준에 따를 수밖에 없다. 

출처: 업비트
출처: 업비트

■ '우회투자' 금융당국 규제 소관 아냐

그렇다면 금융감독원 내부에서 미성년자 비트코인 우회 투자 규제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을까?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규제책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라며 "디지털자산기본법이라는 큰 그림을 일단 만들자 정도의 수준이고 미성년자의 우회 투자를 규제할 정도의 단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폭발적인 국내 가상 자산 거래 증가로 지난 20-21대 국회에서는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 보호 등 다양한 입법적 시도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가상 자산 관련 법안들은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미성년자 가상화폐 거래 관련 규제 소관도 금융당국이라고 볼 수 없다. 법안도 없을 뿐더러 공식적으로는 가상 자산을 금융 자산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 자산으로 인정하면 규제를 할 수 있지만 다른 금융상품처럼 소비자보호도 이뤄져야 한다. 어느 코인까지 자산으로 인정할지 여부도 판단해야 한다. 지금은 누구나 일정 요건만 갖추면 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실물자산과 연동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가치를 평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현재 미성년자 국내 계좌 개설 금지는 금융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되는 게 아니라 은행들의 내부 기준에 따라 진행된다.  이 기준대로라면 코인 거래소의 기준에 따라 규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거래소는 사설 기관이나 다름 없고 언제 없어지거나 생길지 모른다. 

 

■ 해외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 동향은?

법제처 법제조정법제관실의 가상자산 거래 관련 입법 동향을 살펴보자. 독일은 「은행법」에서 암호화폐가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명시한다. 연방금융감독청의 지침을 통하여 암호화폐 수탁업을 새로운 금융서비스로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가상 자산을 두고 증권 또는 상품 등의 관점에서 각각 다른 규율을 적용한다. 가상 자산이 증권의 정의를 충족할 경우 증권거래위원회가 증권 감독 규정을 적용하고, 교환의 매체로 기능할 경우 법정화폐와 유사한 규제대상으로 취급한다. 또한 뉴욕주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범죄 예방 및 거래 투명성을 위해 가상자산 취급업자가 가상자산 관련 리스크와 계약 조건 등을 공지하도록 금융감독 규정을 개정해 관리한다.


정리하면 현재 미성년자 가상화폐 우회 투자 불법 여부는 '판정불가'다. 합법이냐 불법을 따지기 전에 아예 관련 법안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위원회는 미성년자 가상화폐 우회 투자를 편법으로 인식했다. 정부는 2018년 1월 1일부터 미성년자의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법안의 부재로 가상 자산 관련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 수도 증가 추세를 보인다. 미성년자의 피해 사례도 안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다. 최소한의 규제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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