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이 '영화상'을 받는 게 맞는 일일까

  • 기자명 노광우
  • 기사승인 2022.07.1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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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가 7월 7일부터 17일까지 11일간 진행됐다. 올해부터는 관객 수를 제한하지 않고 팬데믹 이전 영화제의 형태를 회복하려는 모습이 나타났다. 수많은 영화제 스탭과 자원봉사자들, 관계자들의 고민과 노력으로 지금까지 영화제가 잘 유지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노력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 글에서는 올해 영화제를 보고 느꼈던 아쉬운 점을 얘기하고자 한다. 영화제 주최 측이 더 나은 영화제와 판타스틱 영화의 발전을 위해 이런 견해도 있다는 것을 참고하길 바랄 뿐이다.

내가 특히 주목한 것은 7월 7일 개막식과 7월 8일, 12일에 열린 학술 포럼이다. 우선, 개막식은 영화제의 주요 스탭과 귀빈들을 소개하고 축하공연, 올해의 주요 행사 소개로 진행됐다. 개막식을 하는 도중 비가 내렸지만 중간에 주최 측이 신속하게 천막을 쳐서 객석에 앉은 내빈들이 비를 맞지 않고 행사를 계속 볼 수 있었다. 청중을 배려하려고 노력한 점은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정지영 조직위원장의 개막 선언이 끝난 다음에 신철 집행위원장이 소개한 영화제의 의미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 많았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무대 뒤에 있는 화면에 파워포인트를 띄워서 영화제가 마련한 주요 코너들을 소개했다. 그런데, 그 내용은 그냥 영화제 프로그램 북에 다 나오는 것들이었다. 영화제의 기조와 올해 신설된 코너에 대해서만 짧게 설명해도 충분했다.

 

OTT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왜 '시리즈 영화상'을 받았을까

말미에 신철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의 우수성과 한국콘텐트의 국제적 성공을 언급했다. 그런데, 여기서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한국의 OTT 시리즈들을 시리즈 영화라고 명명하고 시리즈 영화상이라는 부문을 신설해서 ‘오징어 게임’의 제작자인 김지연 대표에게 시상했다. 보통 영화제의 시상은 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런 시상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출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홈페이지
출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홈페이지

그리고 영화제가 이 OTT 시리즈를 시리즈 영화라고 규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OTT 시리즈는 우리가 생각한 영화보다는 차라리 텔레비전 드라마에 더 가깝다. 영화계의 주요 인사가 기존의 텔레비전 드라마는 영화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하지 않으면서 OTT 시리즈는 시리즈 영화라고 부르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한, 이 영화제가 판타스틱 영화를 지향한다면 과연 시리즈 영화라는 길이를 염두에 둔 명칭과 시상 부문이 과연 부천영화제의 성격과 부합하는 것인지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시리즈 영화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서 상을 줄 정도로 부천영화제가 OTT 시리즈를 중시했다면 영화제 기간에 OTT 시리즈를 극장에서 상영하면서 관객의 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관객이 모니터 화면이 아닌 극장에서 ‘오징어 게임’을 보는 영화적 체험을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영화라고 규정하는 것은 무리한 시도였다. 개막식 녹화영상은 유튜브에 올라와있으니 궁금한 사람은 한번 확인해볼 수 있다.

 

판타스틱영화제에서 판타스틱 영화 토론의 실종 

다음으로 부천영화제의 학술포럼을 보자. 영화제의 부대 행사로 진행되는 학술 포럼은 연구자들의 모임인 학회의 학술대회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이곤 한다. 학술대회는 일단 학술대회에 참가비를 내고 등록한 학회원들이나 발표를 한다. 보통 연구단체나 학회가 진행하는 학술행사는 이렇게 진행된다. 발표하는 논문은 연구자가 자기가 관심이 있고 연구한 결과물이나 주제를 어느 정도 형식에 맞춰서 써온 것이다. 그럼 지정된 토론자가 자기 관점에서 일차적으로 그 논문의 문제점이나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을 말해준다. 그런 다음에 사회자는 청중에게 질문이 있는지를 묻고, 궁금한 점이 있는 사람은 다른 관점에서 질문하거나 발표나 토론 내용에 논평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발표자, 토론자, 청중이 이런 과정을 거쳐서 발표문의 완성도를 높여서 발표자는 나중에 발표문을 다듬어서 더 양질의 논문으로 발전시키고, 토론자나 청중도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그렇지만 일단 공개된 자리에서 발표하는 만큼 자료 조사가 부실하고 앞뒤가 안맞는 내용을 적어서는 안된다. 아울러 발표자도 토론자와 청중의 지적을 참고해서 자기 연구에 문제가 있는지를 검토해서 더 나은 글로 발전시키면 된다. 이때 발표자는 새로운 발상을 제기하는 과감함을 보여주는 것만큼 다른 이의 지적을 받아들이는 겸손함을 보이는 것이 좋다.

영화제의 학술 포럼은 영화제가 정한 성격에 맞는 발제자를 섭외해서 발표를 맡기고 그에 맞는 토론자를 섭외한다. 그래서 영화제의 학술 포럼은 어떤 면에서는 영화제가 지향하는 성격을 보여줄 수도 있다. 올해 부천영화제의 학술 포럼은 7월 8일과 12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7월 8일에는 부천영화제와 한국영화평론가협회의 공동 주최로 팬더믹 이후의 영화의 성격과 영화제의 성격과 정의에 대한 발표로 구성됐다. 이는 부천 ‘영화제’의 성격과 통하는 측면이 있는 주제였다.

그리고, 12일 발표는 영화인비상정책포럼, 부천영화제, 영화진흥위원회 주최로 팬데믹 이후의 영화산업과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발표로 구성됐다. 부천영화제는 다르게 보면 수도권에서 열리는 가장 큰 영화제이다. 그래서 12일 발표는 한국영화산업의 중심이 수도권이기에 부천영화제가 영화산업계의 전반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업계의 현황에 대한 발표와 논의는 그 발표와 토론의 내용의 진지함과는 별개로 그런 점이 전체 영화계에 중대한 쟁점이라면 차라리 다른 자리를 마련해 하는 것이 나았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생각해볼 만한 점은 부천영화제는 판타스틱영화를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팬더믹 이후의 판타스틱 영화의 경향이나 성격에 대한 학술적 논의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점을 고민하는 국내외 연구자를 발굴해서 토론하려고 주최측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영화제를 통해 새로운 영화인들을 발굴하듯이 영화연구자를 발굴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출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홈페이지
출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홈페이지

무리수와 아쉬움 인정하고 더 나은 영화제가 되길

학술 포럼의 구성상 아쉬움 이외에 발표 내용 자체가 형편없었던 것은 7월 8일 오후 세션이었다. 오후 세션에서 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대표가 ‘국제영화제의 위기와 생존전략’, 김연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는 ‘영화의 재정의, 영화제의 확장’이라는 제목을 발표했다. 성일권 대표의 발표는 영화제에 대한 고찰과 검토가 부족하고 사실도 제대로 체크하지 않는 등, 무책임하고 무성의했다. 유서깊은 국제영화제이자, 젊은 관객이 많이 찾는 영화제인 부천영화제 관계자와 평론가들 앞에서 국제성, 다양성, 청년 관객층 개발을 거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았다. 차라리 본인이 유럽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영화제에 다녀본 경험이 있다면 그런 경험과 한국의 국제영화제를 비교하는 내용이 있을 법도 했지만 그런 점은 전혀 없었다. 그는 발제문에 “스크린, 로드쇼 등 영화매체들의 잇단 폐간이 영화제의 위상변화를 반증한다.”라고 썼는데 모호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문장이라 이를 지적하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프랑스의 유명 잡지의 부침의 예를 들면서 대답을 시도했다. 그렇지만 그는 ‘카이에 두 시네마’를 계속 ‘시네마 두 카이에’라고 부르는 실수를 저지르면서 영화제와 영화잡지의 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다음 발표자인 김연호 교수는 활동사진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영화라는 단어가 등장한 점이 일제 강점기에 일본 제국주의의 의도일지도 모른다는 설을 제기했다. 그는 영화의 영의 한자인 ‘映’을 날 일(日)과 가운데 앙(央)으로 파자해서 이것이 무의식적으로 당시 조선인들에게 일본이 중심임을 주입시키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다는 설을 제기했다. 다행히도 이 점은 지정 토론자인 함충범 교수가 영화라는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통치의 목적에서 등장한 단어가 아니라 일본 영화계 내에서 등장한 단어라는 점을 알려주면서 김연호 교수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것을 제대로 짚어주었다. 다행히 김연호 교수도 자기 오류를 인정했고 함충범 교수의 지적에 감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올해에도 부천영화제는 흥미로운 영화를 선정해서 상영했고, 영화인들과 관객들이 주로 의견을 주고받을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듯이 올해에는 이런 무리수와 아쉬운 일이 있었다. 그 점을 인정하고 다음에는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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