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종류 상관없이 야생동물 죽이면 범죄다?

  • 기자명 이채리 기자
  • 기사승인 2022.07.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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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소년들이 청둥오리를 돌로 맞혀서 죽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소위 '오리 돌팔매질 사건'의 범인인 10대 2명에 대한 수사를 종결했다. 이들은 서울 도봉구 방학천에 살던 청둥오리 암컷 성체 1마리와 새끼 5마리를 돌로 때려죽였다.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이하 야생생물법) 위반 혐의를 받은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호기심 때문에 그랬다"며 "죄가 되는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둥오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관찰되는 오리종 중 하나다. 청둥오리는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 지정한 '최소관심종'으로 관심이 필요한 동물이지만 멸종위기종은 아니다. 이 사건을 놓고 일부에서는 멸종 위기종이 아닌 야생 동물을 죽이는 행위가 범죄인지 몰랐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개구리에 돌을 던져 죽이는 것도 범죄냐'고 묻기도 했다. 종(種)에 상관없이 야생 동물을 죽이는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는지,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JTBC NEWS
출처: JTBC News

◈  종(種)에 관계없다...야생생물법 위반 맞아 

야생생물법 제8조는 멸종위기종 여부와 관계없이 야생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때리거나 산채로 태우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목을 매달거나 독극물, 도구 등을 사용하여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그 밖의 학대행위로 야생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가 해당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학대도 마찬가지다. △포획ㆍ감금하여 고통을 주거나 상처를 입히는 행위 △살아 있는 상태에서 혈액, 쓸개, 내장 또는 그 밖의 생체의 일부를 채취하거나 채취하는 장치 등을 설치하는 행위 △도구ㆍ약물을 사용하거나 물리적인 방법으로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 도박ㆍ광고ㆍ오락ㆍ유흥 등의 목적으로 상해를 입히는 행위 △야생동물을 보관, 유통하는 경우 등에 고의로 먹이 또는 물을 제공하지 아니하거나,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방치하는 행위 등이다. 법률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논에 있는 개구리를 향해 돌을 던지거나, 돋보기로 개미를 태우거나, 곤충의 날개를 뜯거나, 개구리를 잡아 플라스틱 상자에 넣어두고 방치하는 행위도 엄격하게 따지면 범죄에 해당한다. 

 

출처: 야생생물법 제8조
출처: 야생생물법 제8조

◈  포획 도구 소지도 불법

야생동물 포획도구 소지는 어떨까. 잠자리채나 새총 소지도 위법일까.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최영희 서기관은 지난 25일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포획 도구에 새총, 잠자리 채도 들어갈 수는 있다"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황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획 도구를 통해 무엇을 하려 했는지, 포획 금지종을 잡으려 한 것 인지, 당사자의 정보가 어떻게 되는지 등을 고려한다.

야생생물법 제10조는 누구든지 덫, 창애, 올무 또는 그 밖에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를 제작, 판매, 소지 또는 보관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다만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학술 연구, 관람 전시, 유해야생동물의 포획 등의 경우는 제외한다(아래 확인).

최 서기관은 "새총이나 잠자리채 소지 자체를 적발하기보다는 포획 도구를 전문적으로 제작하거나 판매하는 조직에 한해서 처벌이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누군가 허가 없이 멧돼지를 잡을 수 있을 만큼 단단한 올무를 만들고 있다던가 너구리를 잡을 수 있는 덫을 전문적으로 만들고 있다면 범죄라는 의미다. 포획 기구로 인해 멧돼지나 너구리가 아니더라도 다른 야생동물들이 생해를 입거나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덫, 올가미 등 포획 기구 제작 방법을 설명한 게시글이나 영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허가받지 않은 중국산 야생 동물 퇴치 망과 덫이 오픈 마켓에서 판매 중이다. 최 서기관은 "야생생물법 위반 신고 양이 많기 때문에 환경부가 모든 위법 행위들을 찾아서 적발할 만큼의 여유가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출처:
출처: 야생생물법 시행규칙 제9조

◈ 멸종위기종은 환경부가, 나머지는 지자체가 단속

야생생물법 위반 신고는 크게 국민신문고, 경찰, 지자체, 환경부 본부를 통해 이뤄진다. 신고 방식에 따라 단속 기관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신고 건을 담당 관할로 보내는 조정 과정이 선행된다. 예를 들어 환경부로 신고가 들어오면 위법 행위가 발생한 소재지 관할에 통지를 해주고, 지자체로 신고가 들어오면 담당 관할에 통지하는 형식이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김세현 행정사무관은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본부로 민원이 들어온 경우에는 위법 행위가 발생한 소재지에 연락해 이런 부분에 대해 신고가 들어왔으니, 그쪽에서 단속을 나가달라고 전한다"며 "본부 외의 민원에 대한 사안도 환경부에서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단속은 멸종위기종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종 두 가지로 나눠 진행된다. 멸종위기종 단속은 7개의 환경부 소속 기관인 지방유역환경청에서 담당한다. △한강유역환경청 △낙동강유역환경청 △금강유역환경청 △영산강 유역환경청 △원주 지방환경청 △대구 지방환경청 △전북 지방환경청이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해당하지 않고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종(아래 확인)들은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단속을 나간다. 기초지방자치단체마다 환경과가 있는데, 환경과 담당자들이 단속에 나선다. 

 

출처: 19조
출처: 야생생물법 시행규칙 별표6, 포획·채취 등의 금지 야생생물 일부 캡쳐

수사 여부 결정은 단속 공무원의 재량이다.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단속 공무원은 야생생물법을 바탕으로 수사 의뢰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야생동물을 키운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하자. 정황을 따져본 결과 겨울철 먹이가 없어 거주지로 내려온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힌 것이다. 이런 경우 야생동물을 사육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단속 공무원은 보호나 구조활동의 일환으로 판단해 수사 의뢰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야생생물법은 징역 및 벌금과 같은 벌칙 조항을 갖고 있다. 단속 공무원이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이후는 경찰의 업무다. 수사기관이 자체적으로 조사해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현실적으로 7개의 지방유역환경청과 기초지방자치단체 환경과 공무원들이 국내의 야생생물법 위반 사례를 모두 단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정을 거치고, 단속을 통해 정황을 따져 보고,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단속 인원을 늘리는 건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 미국 야생동물 보호법...다양한 제도 마련해 

한국법제연구원은 미국을 동물보호 선진국으로 규정한 바 있다. 미국의 야생동물보호법에는 <항공기에서의 수렵을 금지하는 법률>, <종합환경보상법>, <국가환경교육법> 등이 있다. 

미국헌법학회의 <야생동식물의 지속가능한 보호에 관한 미국법제도 연구>에 따르면 1971년 제정된 <항공기에서의 수렵을 금지하는 법률>은 파괴력이 큰 첨단 포획 기구 사용을 사전에 규제한다. 헬리콥터, 비행기 등 항공기에서 총으로 사냥을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사냥 장비가 첨단화된 상황에서 불법적인 사냥을 규제하는 게 동물보호에 있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종합환경보상법>은 야생동식물이 살아가는 환경을 오염시킨 원인 제공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규정한다. 직접적인 학대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산업 활동, 개발행위와 같은 간접적 행위로 자연환경을 훼손할 경우 벌금을 부과한다.  <국가환경교육법>은 처벌 외에 교육을 통한 인식 변화 및 홍보를 통해 야생동식물과 관련된 문제를 포함해 환경문제에 대한 근복적인 해결을 위해 제정됐다. 환경교육, 훈련프로그램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아래 확인). 

이외에도 미국은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주민의 협력을 통해 시간, 인력, 비용의 측면에서 야생동식물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자 다양한 제도를 마련했다.

 

출처: 세계 법재
출처: 세계법제정보센터, 미국의 국가환경교육법

정리하면, 야생동물법 제8조는 종(種)에 상관없이 야생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위법으로 규정한다. 같은 법 10조는 포획 기구의 제작, 판매, 소지 또는 보관도 금지한다. 잠자리채나 새총 소지도 원칙적으론 위법이다. 멸종 위기종이 아닌 야생동물을 죽이거나 학대하는 행위는 법률상 위반되기 때문에 '멸종위기종이 아닌 야생 동물을 죽이면 범죄'라는 주장은 '사실'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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