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항균필름 상당 수, 코로나 억제 못 해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8.1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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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함께한 지도 2년이 훌쩍 넘었다. 여러모로 지겹다. 엘리베이터 버튼에 갑갑하게 붙어있는 항균필름도 꼴보기 싫다. 과연 저게 코로나19 감염 전파를 억제하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래서 알아봤다.

출처: 국립보건연구원, 신현영 의원실
출처: 국립보건연구원, 신현영 의원실

◈국립보건연구원 연구결과 단독 공개

뉴스톱은 18일 국회 보건복지위 신현영(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내놓은 <항균필름 소재의 코로나19 감염력 억제 효능분석> 연구결과 보고서를 입수해 최초 공개한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이 수행한 이 연구는 시판 중인 항균필름 30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 억제 효과를 분석했는데, 고작 8종 만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항균필름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묻히고 24시간까지 시간별로 반응시킨 후 표면의 바이러스를 회수해 얼마나 증식하는지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진행했다.

5종은 2시간 접촉 후 바이러스 감염력을 99.99% 억제했고, 2종은 6시간 접촉 후, 1종은 24시간 접촉 후에 같은 효과를 거뒀다. 나머지 22종은 바이러스 증식 억제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대조군 대비 4log이상(바이러스 감염력 억제율 99.99%) 역가 감소시 억제효능이 있다고 판정한다”고 밝혔다.

출처: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신현영 의원실
출처: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신현영 의원실

◈30개 제품 중 8개만 바이러스 억제

연구진은 시판 중인 항균제품 30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8종만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능력을 나타냈다. 바꿔말하면 시판 항균필름 30종 가운데 22종이 코로나19바이러스를 억제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특히, 항바이러스 성적서를 제시한 항균필름 제품 10종 가운데 3종,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 제품 4종 가운데 1종만 항바이러스 효능 99.99%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를 통해 시험기관의 항바이러스 성적서를 첨부하거나,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제품 14종 가운데 4종만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항균필름 업체들이 제시하고 있는 시험성적이 실제 항바이러스 효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질병청은 “항균필름의 항바이러스 효능 평가를 위한 공인시험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항균필름을 부착하면 오래 사용한다는 특성을 고려해 항균필름의 장기 안정성도 시험했다. 항바이러스 효능 99.99%를 나타낸 8종의 항균 필름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1개월 단위로 조사한 결과 구매일로부터 3개월까지 효능이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위적으로 항균필름을 손상시킨 뒤에도 효능에 변화는 없었다.

출처: 2021년 추석 연휴 정부합동 특별교통대책, 정부
출처: 2021년 추석 연휴 정부합동 특별교통대책, 정부

◈헛돈 쓴 정부, 지자체, 공기관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하자 업체들은 발빠르게 항균 필름 판매에 열을 올렸다. 저마다 시험성적서를 첨부하고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면서 물건을 팔았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은 업체의 광고만 믿고 제품을 구매해 다중의 손이 닿는 곳을 항균필름으로 도배를 했다.

2021년 9월 국토교통부는 <추석 연휴 정부합동 특별교통대책 시행> 보도자료를 통해 교통수단 방역 관리 방안으로 철도 부문에 열차 출입구 손소독제 비치와 함께 ‘차내 손잡이 항균 필름 설치’를 제시했다. 코레일은 전국 열차와 수도권 전철 등 열차내 손잡이봉과 역 구내 주요 시설에 항균필름을 부착했다. 앞선 2020년 3월에는 서울 강남구청이 관내 모든 아파트에 항균 필름을 배부해 엘리베이터 버튼에 부착하도록 했다. 각급 지자체의 청사와 소속 기관 등의 출입문 등 손 닿는 곳마다 항균필름을 붙인 곳이 많다.

어느 기관이 효과 없는 항균필름을 구매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질병청이 업체명을 가리고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균필름을 구매한 소비자와 내가 낸 세금이 항균필름을 구매하는데 쓰여진 납세자들은 ‘알 권리’가 있다.

추후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어떤 항균필름을 구매하는 데 혈세를 얼마나 들였는지 파악해 공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왜 실험했나?

항균 필름의 효과를 두고 코로나 발병 초기부터 논란이 있어왔다. 항균필름 업체들은 금속 구리 표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4시간 만에 사멸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면서 항균필름의 효과를 선전했다.

이에 서강대 이덕환 명예교수 등은 구리 이온이 필름 바깥으로 노출될 수가 없기 때문에 미생물과 접촉을 할 수 없고, 살균력을 발휘할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혼선이 계속되자 정부 부처들이 항균 필름 검증에 나섰다. 환경부는 2020년 5월 시중 유통되는 38종의 항균 필름 제품을 수거해 효과를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그해 11월에 나온다던 결과는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뉴스톱이 환경부에 직접 알아봤다. 환경부 관계자는 “항균 필름의 인체 위해성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시험을 진행했는데 위해성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닌 3종의 미생물에 대해서 효과성 실험도 진행했지만 제품마다 성능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던 중 질병청에서 항균필름의 효과성에 대해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환경부는 추가적인 검증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 소속 국립보건연구원은 2021년 <항균필름 소재의 코로나19 감염력 억제 효능분석>연구를 발주했다. 연구원은 “코로나19 감염력 억제 효과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항균필름이 보다 적절하게 전파 차단에 활용될 수 있도록 표준화·전문화된 기술로 코로나19 감염력 억제 효능을 정확히 판단하고 분석하여 관련 정보를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연구는 2021년 12월 끝났지만 뉴스톱의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질병청은 미공개 이유에 대해 “시판되는 항균필름 일부를 수거해 효과를 분석한 것이라 항균필름 전반에 대해 일괄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항균필름의 평가 방법에 대해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험실의 제한된 조건에서 분석 결과이므로, 실제 현장 조건을 반영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엘리베이터 등 항균필름 부착시설의 이용자 수가 많고 짧은 시간 내 반복 노출이 일어나는 상황을 고려한 실사용 조건을 상정한 평가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남은 과제는?

정부가 항균필름에 관한 표준 시험법을 제정하고 이에 따른 항균력 검증 기준을 만들면 소비자들의 혼란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원적으로 항균필름이 코로나19 감염 전파 억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연구결과대로 2시간, 6시간, 24시간 접촉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99.99% 억제됐다고 하더라도, 지하철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 등 실생활 사용조건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아파트 엘리베이터 버튼 위에 2시간 접촉 후 99.99% 바이러스 억제 항균필름을 붙였다고 치자. 감염자 A가 아파트 현관 밖에서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다가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재채기를 했다. 그리고는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면서 마스크를 썼다. 1층 현관에서 항균필름이 붙은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을 눌렀다. A가 집으로 들어가고 3분 뒤 비감염자인 B가 1층 현관에서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을 눌렀다. B의 감염 위험은 얼마나 될까? 3분 동안 항균 필름 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얼마나 감염력을 상실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이런 부분을 모른다.

혹자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나서 손소독제로 소독을 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할 지도 모른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항균필름은 존재 의미가 없게 된다. 모두가 무언가를 만지고 나서 손소독을 철저히 이행한다면 항균필름을 붙일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 항균필름이 실생활에서 감염 전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출처: 신현영 의원실
출처: 신현영 의원실

◈신현영 의원, “항균 악용 사례 방지해야”

신현영 의원은 “‘항균’이라는 단어를 제품 이름에 붙여 바이러스나 세균억제 기능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소비자의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며 “공인된 검증 절차를 갖춰 상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면, 감염병 시대에 소비자를 현혹하거나 상업적으로 악용되는 사례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향후 항균 필름에 대한 항균필름의 항바이러스 효과 검증 기술을 표준화하고 국제기준에 맞는 국내 공인시험법을 마련하는 등 관련 규정을 정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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