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팩트체크] 그린워싱 추적자들이 밝히는 노하우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9.2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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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짝퉁 친환경’이죠.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친환경적 소비가 강조되면서 기업들도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린’, ‘에코’, ‘녹색’, ‘친환경’, ‘천연’ 등 말만 들어도 지구가 살아날 것 같은 단어들이 광고를 가득 채웁니다. 과연 그린워싱이란 무엇이고, 그린워싱에 속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요? 뉴스톱이 <2022 그린워싱 팩트체크> 시리즈를 통해 우리 곁에 있는 그린워싱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 이 시리즈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취재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지구를 살리려는 움직임에 동참하려는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찾아 헤매는 동안, ‘그린워싱’ 기업들은 이런 소비자들을 호도해 이윤 창출에 골몰합니다. 또 한편 지구 어딘가에는 그린워싱에 맞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뉴스톱은 각자의 분야에서 그린워싱을 추적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전문가들을 모시고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전문가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그린워싱의 실태와 해법, 함께 알아보시죠.

일시: 2022.9.22. 장소: 서울 중구 미디어교육원

참석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팀장

황숙영 환경정의 유해물질대기팀 팀장

우혜진 한국소비자원 국민소통팀 대리

선정수 뉴스톱 팩트체커

정리=김정은 뉴스톱 인턴기자

2022 그린워싱 팩트체크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허승은 녹색연합 전환사회팀장, 우혜진 한국소비자원 국민소통팀 대리, 황숙영 환경정의 유해물질대기팀장,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사진=뉴스톱
2022 그린워싱 팩트체크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 우혜진 한국소비자원 국민소통팀 대리, 황숙영 환경정의 유해물질대기팀장,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사진=뉴스톱

1. 그린워싱이 횡행하고 있는데요. 해법은 무엇일까요?

허승은: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게 하는 사회적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접근해야 합니다. 특히 생분해 플라스틱은 처리 방법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생분해 플라스틱을 수거해 적절히 분해시킬 방법이 없는데도 판매자들은 ‘100% 분해된다’고 홍보합니다. 또 생분해 플라스틱 봉투는 쓰지 않아도 되는데, 친환경이라고 홍보하니까 써야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황숙영: 얼마 전에 편의점에서 어플로 물건을 구입했는데요. 자동으로 10원이 붙었습니다. 친환경 봉투 10원이 필수적으로 계산이 되는 것이죠. 저는 봉투 없이 그냥 물건만 들고 나오고 싶은데, 어플로 물건을 주문하면 플라스틱 봉투에 포장돼서 가져갈 손님을 기다리게 되는 구조가 기본값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죠.

우혜진: 저도 편의점 어플로 물건을 구매했는데 봉투값이 기본으로 결제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홍수열: 현재는 소비자들에게 봉투를 사용할지 말지 선택권이 없는 것이고, 물건을 사면 당연하게 ‘비닐’을 주는 구조입니다.

황숙영: 친환경이라고 하는 범주 안에서 다양한 표현이 쓰입니다. ‘천연’, ‘자연’이라는 표현이 많이 눈에 띄는데요. 소비자들이 뭘 원하는지 기업이 빠르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기업들이 계속 용어를 만들어 쓰게 되는 것 같구요. 법적으로 ‘친환경’과 관련된 용어를 아무리 규정해 놓는다고 해도, 기업이 이 규정을 피해갈 용어를 다시 만들어내는 거죠. 소비자들의 정책 이해도를 높이는 방식이 필요해 보입니다. 소비자 교육이나, 시민 소양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근에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살균제를 많이 쓰는데, 살균제는 다른 생활화학제품과 다르게 효능·효과를 검증하고 출시됩니다. 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효능·효과가 검증이 되는 거죠. 대부분 ‘99.9% 세균을 제거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이면에는 사람에게 혹은 환경에게 위험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기업은 기능적인 면을 강조하는 입장이 되죠. 시민사회나 정부에서는 피해와 편익을 같이 이야기하게 됩니다. 선택은 소비자 몫이지만, 정보를 잘 제공하지 않고 한쪽 면만 이야기하는 측면을 바꿔줄 필요가 있습니다.

홍수열: 우리 일상 소비 생활에서 벌어지는 친환경 마케팅 전체를 규제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친환경과 관련된 공론의 장이 잘 펼쳐져야 합니다. 기업들이 친환경을 홍보하려면 관련된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업들이 친환경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하고, 그 내용을 가지고 시장에서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뢰성 있게 평가해줄 수 있는 민간사회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기업들도 그 용어를 쓸 때 주의를 하게 되겠죠. 결국 (기업들이) 소비자를 만만하게 보고 쉽게 광고하지 못하게끔 해야하는 거죠.

소비를 조장하는 마케팅은 큰 틀에서 그린워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좁은 의미에서 그린워싱은 악의를 가지고 친환경이 아닌데 친환경인 것처럼 속이고 과장하는 것이죠. 큰 틀에서는 의도가 없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그런 식으로 광고하면 그린워싱의 범위 안에 들어온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Reusable(리유저블∙재사용가능)’이라는 용어가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재질이 두껍기만 하면 그 용어를 갖다 붙여 쓰고 있는데요.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과, 재사용이 이뤄지는 것은 다릅니다. 세계적으로 그 용어 사용에 제한을 가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리유저블이라는 용어를 쉽게 쓰고 있습니다. 재사용 가능하다는 것은 용기 자체를 두껍게 만든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고, 용기를 씻어서 재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느냐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배달된 용기가 회수되느냐’, ‘회수된 것들을 세척할 인프라가 있느냐’, ‘다시 세척한 것을 가게로 보낼 수 있느냐’ 이런 메커니즘이 갖춰져야 리유저블 용어를 쓸 수 있는 거죠. 이게 요즘 EU와 미국에서 나오는 목소리입니다.

우혜진: 환경성 표시에 대해 관련 법령에서는 환경성에 대한 포괄적인 용어로 '에코', '웰빙', '친환경'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알아보다 놀랐던 게 ‘친환경 비건 가죽’입니다. 일반 인조가죽인데 동물 가죽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친환경적인 것처럼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인데요. 비건 가죽을 만들 때 안 좋은 성분이 첨가될 수도 있는데, 친환경이라고 표기를 하는 것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죠. 환경성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공정위의 '전자상거래 상품정보 제공고시' 개정안처럼 소비자 입장에서 환경성에 대한 정보제공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2. 그린워싱에 관한 지적이 많아질수록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뭐를 써야 할까’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계속 지적을 하면, 소비자들은 무력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우려도 생깁니다.

홍수열: 친환경과 관련해서 하나의 기준을 정해놓고 ‘이것만 답이다’라고 얘기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소비생활에는 굉장히 다양한 층위들이 있습니다. (환경적인 관점에서) 제일 좋은 건 소비를 안 하는 건데, 그렇게 살 수는 없는 거죠. 실천의지가 있지만 상황이 안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몰아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친환경이라고 하는 것은 다양한 층위들이 있고, 그 속에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프레임에 갇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스스로 설정하고, 기업과 정부가 소비자들이 한계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페트병에 대한 대표적인 프레임은 ‘재활용’ 프레임입니다. 재활용만 잘하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다루고 있죠. ‘페트병을 분리배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줄여야겠다.’ 이런 식으로 상위의 고민을 하게 되는 구조여야 합니다.

황숙영: 인기있는 생활화학제품을 판매하는 업체가 있는데요. 비건 인증을 받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생활화학제품은 제품의 위해성에 대해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동물실험을 안 했다는 건 윤리적으로 좋은 일이긴 합니다. 그러나 생활화학제품에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많이 포함됩니다. 본질을 보지 못하게 은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것은 제품의 안전성은 이야기하지 않고, 친환경 포장을 한다는 식으로 우회적으로 그린워싱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홍수열: 기후위기 차원에서 화석연료는 퇴출되는 과정입니다.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원료 측면에서 ‘바이오’가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바이오가 들어가면 다 친환경이라고 보고 있지만, 앞으로는 바이오 원료 조달 과정을 평가해야 합니다. ‘옥수수를 집어 넣으면 바이오냐, 부산물을 집어 넣은 게 바이오냐’, 아니면 ‘농지를 침해하지 않고 빠르게 조달할 수 있는 원료 중심으로 나가는 거냐’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는 정립될 것으로 보입니다.

 

3. 면죄부를 사고 싶은 소비자들, 과연 죄를 면할 수 있을까요?

홍수열: 물건을 팔고 싶은 기업과 소비하고 싶은 소비자들 양측 모두 환경오염에 대한 비난은 피하고 싶은 마음일 겁니다. 그렇다 보니 ‘녹색야합’이 이뤄지는 겁니다. EU연구결과 보면, 재활용때문에 소비는 결국 조장됐다고 합니다. 소비량이 늘었다는 거죠. 환경 충격을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 줄이는 게 맞는데, 결국 친환경이라고 하는 면죄부를 핑계로 정신 줄 놓고 소비하면 총 소비량만 늘어나고, 결과적으로는 환경오염이 커지게 됩니다.

요즘은 순환경제영역에서도 기후위기처럼 상대적 평가를 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GDP 대비 쓰레기 발생량’ 이런 기준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대기 중에 제한해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 목표가 있듯이 자원소비 총량을 정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거죠. 이런 잣대로 평가해야, 우리 소비가 환경적으로 개선되었는지 평가할 수 있습니다.

허승은: 저는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마케팅용으로 텀블러 판매를 위한 행사를 주기적으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 비판하게 됩니다. 텀블러 하나를 구입해 오래 쓰는 것은 친환경적인 일이지만,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새로운 디자인의 텀블러를 철마다 내놓으면서 계속적으로 새 텀블러를 구매하도록 조장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소비자들이 굿즈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것이죠. 소비자들 또한 텀블러 용도가 명확한데도, 집에 30개씩 쟁여놓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방송이나 언론에서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광고하고요. 연예인들이 캠핑 용품을 방송에서 자랑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홍수열: 굿즈 소비는 사회적 폐해가 크다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 기획사가 만드는 연예인 굿즈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아이돌 CD를 판매하는데요. 포토카드를 넣어 놨습니다. 청소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죠. 자칫 아이들에게 소비와 관련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청소년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굿즈 마케팅은 사회적 지탄을 받을 소지가 많습니다.

 

4. 소비자 입장에선 모든 물건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 건지 따져보고 사려면 너무 따질 게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에너지가 엄청 많이 필요한데요.

황숙영: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벌레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살충제를 구매해야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미국은 정책적으로 소비자에게 어떻게 벌레를 예방할 수 있는지 안내합니다. 먼저 화학적 방식이 아닌 물리적 방식으로 벌레를 예방하는 방식을 안내하고, 이것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최후로 살충제를 안전하게 사용하라는 가이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살생물제를 적절하게 사용하라고 하는데, 알기 쉬운 정보가 없습니다. 피해를 걱정하는 사람은 소수인데, 이마저도 그 정보를 어디에서 얻을 데가 없습니다.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수열: 소비자들에게 강요하면 안 됩니다. 연구한 것 보면 인간은 어림짐작 선택을 하도록 진화해왔다고 합니다. 대충 ‘이 정도가 좋겠지’라고 생각해서 선택하는 인류가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기후위기에 왜 인간은 대응을 못 할까요? 대략적으로 보면서 어림짐작으로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정도 선택하세요’라고 이야기를 해줘야 합니다. 물건 구입할 때도 표시 제도가 확산되는 것이 좋습니다. 분리배출도 외우라고 하기 보다 표시를 줘야 합니다. 너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지우면 소비자들은 포기하게 됩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사진=뉴스톱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사진=뉴스톱

5. 홍수열, “페트병으로 만든 옷은 그린워싱”, 그 의미는?

선정수: 소장님 유튜브 출연 영상에서 “페트병으로 만든 옷은 그린워싱”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홍수열: 페트병을 재활용한 것 그 자체로는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려고 한 것은 패션업체나 석유업체들이 패스트패션으로 인해 발생되는 폐기물에 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짧게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으로 인해 석유사용량이 증가한다는 게 본질인데, 이 문제를 페트병 재생섬유를 사용했다면서 덮으려고 합니다. 페트병이 섬유로 재활용되고 이 섬유가 다시 재생원료로 사용되는 순환의 흐름이 이어지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패스트패션 업체들이 폐 의류를 재활용하는 인프라에는 투자하지 않고, 패트병 재활용 섬유를 가져다 쓰는 것으로 이런 행태를 정당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재활용 노력까지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그린워싱에 대한 타겟을 정확히 해야 합니다. 저는 합성섬유 업체와 패스트패션을 저격한 겁니다. 요즘은 혼방섬유가 많습니다. ‘순수 100%면’, ‘순수 100% 폴리에스터’가 아니라 면과 폴리에스터 혹은 아크릴 이런 게 섞여 있죠. 단추와 같은 부자재도 섞여 있습니다. 색깔도 들어가고요. 그래서 재질별로 다시 재활용하는 게 어렵습니다.

패스트패션의 문제는 불필요한 소비가 조장되면서 의류 소비량이 증가하는 겁니다. 패스트패션 산업이 변화해야 합니다. 옷을 오래 입게 만들어야 하고, 쓰레기가 되면 재활용이 되어야 합니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섬유를 쓴다는 것’으로 재활용되지 않는 이 산업을 덮으면 안 됩니다.

황숙영 환경정의 유해물질대기팀장. 사진=뉴스톱
황숙영 환경정의 유해물질대기팀장. 사진=뉴스톱

6. 황숙영, “자연유래라고 안전한 게 아니다”

선정수: 화학물질과 관련한 그린워싱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요?

황숙영: ‘천연, 자연유래 성분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동물들에게도 안심’ 이런 문구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리모넨’, ‘시트로넬롤’ 같은 성분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데, 자연유래 성분입니다. 자연유래라고 모두 안전한 게 아닙니다. 자연에 있는 물질이라도 고유의 유해성을 가진 경우도 있고, 다른 첨가물과 함께 쓰이면서 유해성을 띄기도 합니다. 또 물질에 어떤 경로로 노출되었는지에 따라 위험 수준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천연’, ‘자연유래’ 이런 단어를 화학제품에 썼다고 해서 단속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유럽연합에서는 ‘천연’ 또는 ‘자연’이라는 표현도 못 쓰게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원에서 작년에 조사한 것에 따르면, 문구 사용되는 것 중에 1위가 ‘안전함’, 4위가 ‘천연, 자연유래’입니다. 이런 것들을 제도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 큰 문제는 ‘무독성’이라는 표현인데요. 버젓이 제품에 표기돼 있는 것도 본 적이 있습니다. 

우혜진 한국소비자원 국민소통팀 대리. 사진=뉴스톱
우혜진 한국소비자원 국민소통팀 대리. 사진=뉴스톱

7. 우혜진, “정보부족이 소비자의 큰 불만”

선정수: 그린워싱과 관련해서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우혜진: 소비자들이 정보가 부족한 것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제품이라고 얘기해서 샀는데, 나중에 보니 친환경 정보가 없고 기업들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는 거죠. 환불 요청한다는 상담이 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선정수: 환불받을 수 있을까요?

우혜진: ‘가구’ 관련해서 그런 문의가 많은데요. 친환경 목재를 사용한 가구라고 해서 구매했는데 냄새가 나서 환불을 요청하는 민원이 많습니다. 냄새 나는 가구와 관련해서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규정하고 있어서, 관련 기준에 따라 답변하고 있습니다.

선정수: 소비자원이 단속 권한 가지고 있다면 단속하고 싶은 그린워싱은 무엇일까요?

우혜진: 소비자들은 인체에 대한 안전을 친환경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아용품 관련해서는 ‘분해성 유아 식기’, ‘인체에 문제 없는 유아 식기’ 이런 식으로 홍보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유아용품 위주로 단속을 해보고 싶습니다.

허승은 녹색연합 전환사회팀장. 사진=뉴스톱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
사진=뉴스톱

8. 허승은, “이해당사자의 목소리가 중요”

선정수: 2050~2060년대를 전성기로 보내야 할 분들은 미래에 삶의 질이 악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이 그분들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지 않나 생각되는데요. 현재 전성기를 누리는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젊은이들의 미래가 개선될 가능성 있을까요?

허승은: 정치권에 들어가시라고 권합니다. 국회의원들이 50대 이상이 다수고 이들이 결정한 사안을 나머지가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20대의 삶과 소비문화를 몰라서 제가 20대를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의사결정 대부분은 기성세대가 하고 있죠. 실질적으로 이것이 얼마나 심각하고 개선될 필요가 있는지 체감도가 다릅니다. 이해당사자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복적으로 사회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정치권에 청년들이 많이 들어가야 합니다.

배달용기 관련해서 대응할 때, 공무원들과 국회의원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이분들은 배달용기를 많이 안 써봤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것이죠. 하루에 1000만개씩 나온다고 우리는 그들한테 말합니다. 근데 그분들은 모릅니다. 체감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죠. 경험이 다른 겁니다. 그분들을 바꾸기보다, 이 목소리 반영하기 위해 이해당사자가 힘 있게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선정수: 결국 친환경적인 생활은 일상의 편리함을 포기하는 생활이 될 텐데요? 우리는 편리함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을까요?

허승은: 플라스틱 문제를 떠나서, 소비에 있어서 편리함은 포기가 안 됩니다. 서울에서 자가용 승용차 일부러 안 갖고 다니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중교통보다 불편하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일회용품을 쓸 때 더 편리해서 쓰는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일회용품을 처리하는 게 복잡해지면 안 쓰게 됩니다. 일회용품 쓰고 처리하기가 어렵고 텀블러 갖고 다니는 게 편한 사회가 되면 일회용품 쓸 이유가 없습니다. 텀블러 갖고 다니라며 불편을 감내하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불편함 참으라고 하는데 왜 참아야 하나요. 시스템을 바꾸면 되는 거죠. 불편함을 개인에게 감내하라고 하지말고 다회용품을 쓰는 게 편리하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홍수열: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접근을 바꿔야 합니다. 바다쓰레기 이야기에 집중하면 안 됩니다. 콧구멍에 빨대가 꽂혀 피를 흘리는 거북은 불쌍하지만, 그것이 ‘플라스틱 줄여야겠다’는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일상적 소비로 인해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플라스틱이 많을 것입니다. 배달 용기 사용 등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플라스틱 양이 많아집니다. 매각이 되고 소각이 되면서 우리 몸에 들어오는 것은 먼 문제죠. 쟁점을 옮겨가야 합니다. 당장 직접적인 문제라고 말해야 합니다. 바다쓰레기를 이야기하면서 ‘일회용 쓸래, 다회용 쓸래’ 말하는 것보다, 내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득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지지 강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그 속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허승은: 음식 배달 플랫폼에서 ‘일회용 수저 받기’가 디폴트였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코로나 때 많이 주문하면서, 일회용 수저가 쌓이니까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소비자들이 일회용 수저를 안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서, 기본값을 바꿨습니다. 필요한 사람만 받도록 선택하게 했죠. 이후에 데이터를 추산해봤습니다. 기본값을 변경하기 이전에는 일회용 수저를 안 받는 사람이 15%에 불과했습니다. 일회용 수저 안 받기를 기본값으로 설정한 뒤에는 일회용 수저를 안 받는 사람이 70%로 증가했습니다. 안 쓸 수 있다는 것이죠. 행동을 유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업이 시스템과 제품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9. 독자에게 드리는 말

황숙영: 하나의 물질로 제품이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제품을 여러가지 쓰고 있고 제품 하나에도 수많은 화학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그 물질은 나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환경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 영향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건 노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화학제품을 아예 안 쓸 수는 없지만, 안 쓸 수 있는 제품은 뭐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그 제품 중에서도 ‘이런 물질은 더 신경써야지’라고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당연하게 썼던 것들을 내려놔도 괜찮습니다.

홍수열: 시민사회가 단단해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린워싱을 감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행위에 대해 감시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결국은 문제의식이 넓어지고 문제의식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이것이 우리 운동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기업이나 정부가 가만히 있는데 우리를 보호해주지는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노력을 해야 합니다. 환경 소그룹들의 다양한 관심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시민들의 관심사와 활동들이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우혜진: 표시∙광고의 주체는 기업입니다. 일단 기업에서 환경성과 관련해서 혼란을 주지 않게 광고하는 게 중요합니다. 환경성 정보와 관련해서 정보 제공도 충분히 이뤄져야 합니다. 소비자 인식이 높아질수록 소비자들은 그린워싱 기업 제품을 소비하지 않을 겁니다. 결국엔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기업만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허승은: 시민들의 목소리가 중요합니다. 스타벅스가 굿즈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2~3년 전만 해도 소수만 비판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스타벅스 굿즈가 그린워싱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이 이제는 알게 된 것이죠. 이니스프리에서 페이퍼보틀 화장품 용기가 나왔을 때도, 소비자들이 ‘겉은 종이인데 안은 플라스틱’이라며 공분했습니다. 특정 계기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일상에서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지만 소비자들이 목소리를 냈을 때 충분히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목소리가 나와야 기업도 변하고 사회도 변합니다. 그린워싱 문제도 답이 없는 것처럼 답답하지는 않습니다. 법으로 규제할 수 없더라도 시민 가치관이나 문화로 바꿔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김정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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