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최근 증가한 마약 유통, 텔레그램·구글·트위터가 온상

  • 기자명 김정은 기자
  • 기사승인 2022.10.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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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두 개를 소개하겠습니다.

"청소년들의 약물남용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고교생들이 코카인ㆍ필로폰을 포함, 모두 14종의 약물을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생 등 청소년 마약사범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 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모두 1991년 연합뉴스에서 보도된 내용입니다. 청소년사범을 포함한 마약사범이 최근에서야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사실 1990년대 이전에도 마약사범은 존재했습니다. 청소년 마약 범죄 역시 당시에도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이 아닙니다. 대검찰청이 6일 발간한 <8월 마약류월간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월별 마약류사범 단속인원은 1658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15세 미만 사범수는 38명, 15세~19세 사범수는 334명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과 비교했을 때 월별 전체 마약류사범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15세 미만 사범수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교육을 받고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마약류가 널리 퍼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뉴스톱>이 마약류가 젊은층 사이에서 널리 유통되고 있는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 '마약' 아닌 '마약류'가 정확한 용어

<뉴스톱>은 마약류 유통 과정을 다루기 전에, 용어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마약이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면서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약물'을 의미합니다. 흔히 펜타닐과 대마 등을 편의를 위해 '마약'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용어는 '마약류'입니다. 마약은 마약류의 한 종류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대검찰청은 지난 5월 <2021 마약류 범죄백서>를 발간하며, 마약류를 정리했습니다. 마약류는 크게 ①마약, ②향정신성의약품, ③대마로 분류(아래 표 참고)할 수 있습니다.

마약류 분류 (대검찰청 참고)

먼저 '마약'은 코카인, 모르핀과 같은 천연마약과 펜타닐 등 합성마약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얼마 전 한 연예인의 투약 사실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필로폰은 마약이 아닌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합니다. 엑스터시라고도 불리는 MDMA도 향정신성의약품입니다. 최근에는 크라톰과 케타민 등 신종 향정신성의약품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잘 알려진 '대마'에는 마리화나라고 불리는 대마초와 해시시가 포함됩니다. 

핵심은 마약을 포함한 여러 위해약물을 지칭하기 위해서는 '마약류'라고 불러야 한다는 점입니다.

 

◈ 마약류 유통, 그 뒤에는 구글ㆍ텔레그램ㆍ트위터가 있다

많은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 우리 사회를 '마약사회'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닙니다. <뉴스톱>은 누구나 마약류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범죄의 온상이 된 SNS와 구글을 살펴봤습니다.

**모방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마약류를 지칭하는 '은어'와 관련 불법 사이트를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① 구글에 마약류 은어 검색하니, 관련 없는 사이트 연결돼

마약류를 구매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은어가 알려져 있습니다. <뉴스톱>이 구글 검색창에 은어를 검색하니, 여러 사이트가 나왔습니다. 트위터 계정이 검색되기도 했고, 불법 마약류 판매 사이트로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목격했습니다. 온라인 이용자들이 자주 찾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이트도 검색됐기 때문(아래 그림 참고)입니다. 

하지만 막상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검색결과가 없다고 나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마약(류)'이라는 단어를 변형해서 찾아보니, 미국 애니메이션 회사 '디즈니'의 채용 공고 사이트 'Disney Careers'도 검색됐습니다. 

우연일 수도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마약류 은어를 검색하니, 배달비품 전문 쇼핑몰과 전통시장 홈페이지도 나왔습니다. 세 곳 모두 사이트 자체에서는 검색 결과가 없다고 나옵니다. 

문제는 사이트 내에서 마약류 관련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불법 판매자들이 자신의 텔레그램 아이디를 검색어에 강조해 홍보한다는 겁니다.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 검색어에 텔레그램 아이디가 포함돼 있어 구매를 원하는 이들에게 정보가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겁니다.

방송통신심의원회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현재 구글 검색어 결과값에 대해서는 시정 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② 텔레그램, 마약류 범죄의 온상

<뉴스톱>은 구글 검색어에서 다수 언급된 텔레그램 계정 사용자의 게시글을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범죄 발각 확률이 낮은 '비트코인(암호화폐)'으로 거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판매자는 공지사항에 "무조건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 본인 부담"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마약류를 구입하고 싶은 이들이 판매자에게 문의하면,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가상화폐 구매대행사의 계좌를 알려줍니다. 입금이 확인되면 판매자는 마약을 보관한 장소의 좌표를 구매자에게 전달합니다. 이때 해외에 거주하는 판매자가 직접 마약을 전달하지 않고, 국내에 거주하는 '운반자'를 시켜 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운반하게 합니다.

구매자는 좌표에 숨겨둔 마약류를 찾은 후, 인증 사진을 찍어 판매자에게 보냅니다. 정성껏 자필로 인증 후기를 남기는 이가 있는가 하면, 대담하게 대중교통이나 길거리에서 인증 사진을 촬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매자는 판매자들의 인증글들을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게시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매자가 '좌표'를 노출한 것을 확인(아래 그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발각되지 않기 위해, 한 번 활용한 좌표(장소)는 다시 사용하지 않습니다. <뉴스톱>은 이들이 어떤 장소를 마약류 은닉 장소로 정하는지 알고 싶어, 구매자가 언급한 좌표를 방문했습니다.

마약류 판매자가 공개한 좌표, 사진=텔레그램 게시글 캡처

범죄에 이용된 장소는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버스를 갈아타고 좁은 골목길에 들어선 후에야 마을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재개발을 앞둔 곳으로, 대다수의 주민이 떠나 빈 집들이 가득했습니다. 집 담벼락에 그려져 있는 빨간 동그라미는 "(주민이) 퇴거했다"는 표시입니다.

사진=뉴스톱

지도 어플을 이용해 번지수를 찾아가 보니, 구매자가 텔레그램 게시글에서 언급한 철판 구조물이 보였습니다. 판매자는 구조물의 수평 무늬 가운데, 미세하게 위로 올라간 부분을 좌표로 지정했습니다. 

마약류 구매자가 올린 좌표 현장, 사진=뉴스톱

운반자가 좌석 혹은 스티커를 이용해 철판 구조물 뒷 면(아래 그림 참고)에 포장된 마약류를 붙여두면, 구매자가 직접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현재 46가구가 살고 있다"며 "재작년에 빈집에서 젊은 사람들이 술 먹고 도망가거나, 불을 지르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는 근무자들이 플래시를 비춰가며 방범활동에 나서고 있어 초창기만큼 범죄가 잦지 않지만, 인적이 드문 곳을 인지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많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진=뉴스톱

사람이 드문 곳만 범죄 장소로 활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텔레그램 게시글을 확인해보니, ▲빌라 주차장 담벼락, ▲우체통 안, ▲에어컨 실외기 틈, ▲단독주택 지붕, ▲건물 내부 소화기 밑, ▲계량기함 내부 등이 좌표로 지정되기도 합니다. 사람의 출입이 잦은 주택가도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③ 마약류 불법 판매 홍보 수단으로 전락한 '트위터'

앞서 <뉴스톱>은 불법 마약류 판매자들이 구글을 통해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홍보하는 것을 보여드렸습니다. 그런데 판매자들은 구글뿐만 아니라 SNS인 '트위터'도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트위터를 사용하는 청소년들도 손쉽게 마약류를 판매하는 텔레그램 계정을 알 수 있는 실정입니다.

<뉴스톱>은 마약류 판매를 홍보하는 트위터 계정을 신고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점을 신고하려고 하시냐'는 트위터의 질문에 답하려고 했지만, '마약류 불법 판매'에 적합한 유형(아래 그림 참고)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불법촬영물, 스팸, 혐오 계정을 신고할 수 있는 유형은 따로 존재하지만, 마약류를 신고할 수 있는 유형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뉴스톱>은 '의심스럽거나 스팸'을 선택해 해당 계정을 지난 목요일에 신고했지만, 기사를 작성하는 월요일 오후에도 문제의 트위터는 여전히 텔레그램 계정을 광고하고 있습니다.

사진=트위터 캡처

◈ 근절 쉽지 않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어"

대부분 마약류 불법 판매는 '비밀 대화'를 보장하는 텔레그램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검거가 쉽지 않습니다.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김명주 교수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텔레그램과 다크웹(특수한 웹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근할 수 있는 웹)은 추적이 안 된다"며 "수사를 위해 국제 공조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말했습니다. 마약을 판매하는 이들은 주로 해외에서 텔래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은 새로운 계정을 만들기 때문에 국제 공조 수사가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경찰청 관계자도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을 활용해 텔레그램이나 트위터 계정을 신고해도 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마약사범들은 금방 다른 아이디로 갈아타기 때문에 검거하기 쉽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그렇다고 청소년들도 이용하는 SNS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이들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현재 해외에 거주하는 마약사범들을 검거하기는 어렵지만, 마약 판매를 홍보하는 게시글들을 내리게 할 수는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회법익보호팀 관계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통신심의 민원신고를 할 수 있다"며 "인증을 하고 신고를 해주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방문해 <통신민원 - 불법ㆍ유해정보 신고>를 누르면, 아래처럼 민원인 정보를 입력하는 창이 나옵니다. 신청인의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비밀번호를 설정하면 간단한 인증 후에 곧바로 불법정보를 신고할 수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불법ㆍ유해정보 신고>,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서울여자대학교 김명주 교수는 "'단속한다'는 것보다 '마약을 하면 반드시 잡아낸다'는 메시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언젠가는 검거되고 본인에게 큰 피해가 일어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김명주 교수의 말처럼 마약사범들은 언젠가 검거되고 그에 적합한 처벌을 받습니다. 관세청의 <년도별 마약밀수 단속 추이> 통계에 따르면, 마약(류) 단속 건수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9년 공익광고를 통해 마약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들의 광고 문구처럼 "마약은 한 번이라도 시작하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마약사범들을 검거하고 범죄를 근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마약류에 손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 2022.12.15 14:00 내용 수정                                                                           언론중재위원회의 모방범죄 우려에 따른 시정권고에 따라 기사 이미지 한 개를 삭제했고, 뉴스톱 자체 판단으로 일부 표현 및 이미지를 추가로 삭제했습니다. 뉴스톱은 기사 내용 추가 및 수정에 있어서 IFCN(International Fact-Checking Network: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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