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검수완박' 때문에 검찰이 '대형 참사' 수사 개시할 수 없다?

  • 기자명 김정은 기자
  • 기사승인 2022.11.0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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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톱>은 어제, '이태원 참사' 당일 사고 발생 약 4시간 전부터 경찰 112센터에 접수된 '압사 우려' 신고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뉴스톱을 비롯한 언론들의 보도가 알려지면서 경찰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자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단히 엄정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검수완박(개정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법률 개정으로, 검찰이 '대형 참사' 수사를 개시할 수 없다는 의견(아래)도 밝혔습니다.

기자: 이태원 참사 경찰 대응에 관련해서 경찰이 자체 감찰ㆍ자체 수사를 한다고 그러는데, '셀프(감찰)' 아니냐는 우려가 많거든요. 법무부나 검찰 측 대응이 있을까요?

한동훈 법무부장관: 지난 검수완박 법률 개정으로 검찰이 대형 참사 관련해서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규정이 빠졌습니다. 검찰이 경찰의 범죄 자체를 수사할 수는 있게 되어 있지만, 이 사안은 여러 가지 원인들이 결합된 참사고 범위가 넓기 때문에 지금 현재 수사 개시 규정으로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이는 면도 있습니다.

경찰의 '부실 대응' 의혹에 대한 법무부와 검찰 대응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검수완박' 법률 개정으로 검찰이 '대형 참사 범죄' 수사를 개시할 수 없다고 답한 것입니다. <뉴스톱>이 한동훈 장관의 발언을 팩트체크했습니다.

 

◈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에 '대형참사범죄'가 제외된 것은 '사실'

지난 9월 10일, 이른바 '검수완박' 법률 개정(개정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이 시행됐습니다.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를 6대 범죄(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범죄, 경제범죄)로 축소시키는 개정 검찰청법에 따라 검사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에 대해서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정된 검찰청법은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를 축소했다. 출처: 검찰청법

같은 날 범무부장관은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를 축소한 '검수완박' 법률 개정에 대응하고자,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귀)'으로 불리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마련해 시행했습니다.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에 해당하는 범위를 별표에 따로 규정(아래 그림 참고)한 것인데요, 한 마디로 검사의 직접 수사개시 범위를 확대한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정부가 법무부장관의 주도 하에 소위 '검수원복' 대통령령(시행령)을 마련할 수 있던 이유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문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그 밖에도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말'인 '등'이 명시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검찰청법 개정안 원안에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이라고 명시(아래 그림 참고)됐습니다. 하지만 여야가 '중'이 아닌 '등'으로 타협하면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위와 같은 시행령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 4월 27일 법제사법위원회에 통과된 위원회제출안에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이라고 명시돼 있다. 출처: 의안정보시스템
지난 4월 27일 법제사법위원회에 통과된 위원회제출안에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이라고 명시돼 있다. 출처: 의안정보시스템

어쨌든, '검수완박' 법률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에서 '대형참사'라는 표현이 빠진 것은 사실입니다. 

 

◈ '검수원복' 시행령으로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 넓히려 시도

'대형참사범죄'와 관련해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없는 것은 맞지만, '검수원복(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시행령으로 주요 범죄에 대해 검찰의 직접 수사가 이전보다 활발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앞서 언급했듯 정부가 법무부장관 주도 하에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시행하면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의 구체적인 범위가 확대된 측면이 있습니다. 대통령령(시행령)에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의 범위를 별표에 구체적으로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법무법인 세종은 9월에 발표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 관련 개정 대통령령의 주요 내용>을 통해 "종전 대통령령에 의할 때 '공직자범죄'에 속하던 공무원의 직무유기(형법 제122조), 직권남용(동법 제123조) 등 범죄를 '부패범죄'로 포섭시켰다"고 분석했습니다.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가 줄어들었지만,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직접 수사 개시가 가능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의 범위를 자체적으로 확대한 것입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 5월에 발표한 <형사소송법 등 개정에 따른 형사사법체계 변화 - 주요 내용 및 향후 전망>에서 "검사 수사개시 범위를 제한하는 검찰청법 문언이 '부패범죄 및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규정되어 있어, 대통령령 개정에 따라 구체적인 검찰 수사개시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대형 법률 사무소도 '검수원복' 시행령(대통령령)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파악한 것입니다.

이를 증명하듯 법무부는 지난 8월 <Q&A자료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관련>을 발간하면서, "법률 문언상 정부가 대통령령을 통해 부패범죄, 경제범죄를 포함한 중요범죄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한 것이 명백하다"고 시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그 밖의 유형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해석에 대해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아래 그림 참고)했습니다.

정리하면 지난 9월 시행된 '검수완박' 법률 개정으로 '대형참사'에 대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중요범위'의 유형을 구체화해 검사의 수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 경찰의 부실 대응과 관련된 질문에 검수완박 언급 "부적절"

참사 당일 경찰의 '부실 대응' 의혹에 대한 질문에,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답변이 '부적절'했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이주희 변호사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대형참사'라는 표현 자체가 검찰청법에서 빠진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경찰공무원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면, 현재의 검찰청법으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청법 제4조(검사의 직무) 1항 1조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뿐만 아니라, "경찰공무원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 공무원이 범한 범죄"도 수사할 수 있다고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이주희 변호사는 "경찰 공무원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 공무원에 대해서는 검사가 수사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권 조정이 되어서 수사를 하지 못한다는 발언은 성립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기자가 질문한 사안은 경찰 수사와 관련된 것인데, 현재 경찰공무원을 수사할 수 있는 법조항이 마련되어 있는데도 '검수완박'으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의 위법성을 수사할 수 없다는 한 장관의 발언을 비판한 것입니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형 참사를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어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이주희 변호사는 "시민단체와 유족이 참여하는 독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발언대로 '검수완박' 시행 이후 검사가 '대형참사'를 직접 수사개시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검수완박'과 같은 날 시행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은 정부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발언을 완전한 '사실'로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또 현재 경찰 공무원 등 공직자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법이 마련됐는데도, '검수완박'을 언급하며 수사가 어렵다는 한 장관의 발언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같은 점을 종합해 한동훈 장관의 발언을 '절반의 사실'로 판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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