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기자의 전용기 탑승, 세금 쓰이는 취재편의?

  • 기자명 김정은 기자
  • 기사승인 2022.11.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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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11월 11일부터 시작되는 동남아시아 순방 때 MBC 출입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한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까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과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합니다. 

대통령실은 출발 이틀전인 지난 9일, MBC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외교ㆍ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으로, 최근 문화방송(MBC)의 외교 관련 왜곡ㆍ편파 보도가 반복돼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탑승 불허 조치는 이와 같은 왜곡ㆍ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덧붙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10일 출근길 기자회견에서 "많은 국민의 세금을 써가며 이런 해외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기자 여러분께도 이런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온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시면 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MBC 앵커 출신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10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이 순방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순방 취재에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생각한다"며 대통령실의 결정을 옹호했습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어제(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이 "MBC에는 전용기에 동행하는 순방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출처: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취재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옳으냐는 고민 속에서 취한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취재편의’라는 대통령실의 주장을 <뉴스톱>이 검증했습니다. 

 

◈ 편의 제공? "언론사가 자비로 부담해"

10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취재 편의를 일부분 제공하지 않는 것이지, 취재 제한은 전혀 아니라는 말씀"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편의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하거나 일하는데 형편이나 조건 따위가 편하고 좋음'입니다. '편의를 봐준다(제공한다)'는 말의 의미는 상대방이 편리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을 뜻하며 일반적으로 시혜를 베푸는 것을 말합니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는 '편의'의 예시로 "저희 학교는 지역주민들의 편의를 생각해서 휴일에도 학교 운동장을 개방하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굳이 개방할 필요가 없는 운동장을 지역주민을 위해 무료로 개방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대통령 해외순방시 대통령 전용기에 취재기자들이 탑승하는 것을 편의제공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은 마치 대통령실이 해외 순방 시 돈을 받지 않고 취재진을 전용기에 태워줬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순방 시 소요되는 취재비용은 언론사가 자비로 부담합니다. 뉴스핌의 2019년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당시 개별 언론사는 기자 1인당 673만원의 항공료를 지불했습니다. 한국기자협회가 2004년에 보도한 기사에서도 당시 해외순방국 기자 1인당 비용은 평균적으로 500만원에서 600만원을 육박(아래 사진 참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기자협회가 2004년 공개한 대통령 해외순방 기자 1인당 비용, 출처: 한국기자협회

과거에는 대통령 해외순방시 청와대가 비용을 부담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 들어서 언론사가 상당부분 비용을 부담하기 시작했고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100% 언론사 자부담으로 해외 순방 취재를 하는 것으로 관행이 확립됐습니다. 언론사가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공적 업무 수행을 위해 자비를 부담해 전용기에 탑승한 것을 두고, '편의를 제공했다'고 언급한 대통령실의 발언이 어색하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 대통령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용...취재활동도 이뤄져

대통령 전용기는 공군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탑승하는 전용기를 '공군 1호기'라고도 부릅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현재 대통령 전용기를 구입해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민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장기 임차계약을 체결해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빌려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자들 탑승시 비용도 대한항공 운임 기준으로 책정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00명 정도의 기자가 탑승 가능합니다.

이번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용하는 전용기는 항공기 제작 회사인 보잉(Boeing)사의 <B747-8i> 기종입니다. 국방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국방부와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약 3002억 9000만원에 전용기 임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로써 국방부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2026년까지 전용기와 조종사, 정비사, 승무원 등을 5년 동안 임차하게 됐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제공한 '신형 공군 1호기(B747-8i)'의 내부를 살펴보면, 대통령이 해외 순방 도중 활용할 수 있는 회의실이 갖춰져 있습니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나눌 수 있는 간담회장(아래 사진 참고) 등도 마련돼 있습니다. 

2020년 국방부와 대한항공이 계약을 체결한 '공군 1호기(B747-8i)', 출처: 문재인 정부 청와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하던 중, 공군 1호기 내에서 순방기자단과 약식으로 간담회(아래 사진 참고)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공군 1호기 내에서 순방기자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출처: 대통령실

핵심은 대통령 전용기는 국가 예산, 즉 '세금'으로 운용되는 공적 재원이라는 점입니다. 전용기 내부에서 이뤄지는 일도 대통령의 공적 업무에 해당되기 때문에, 기자들이 이를 취재하고자 동행하는 것입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어제 성명문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이라는 공적 인물의 공적 책무 이행에 대한 언론의 취재와 감시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개인 윤석열의 사유재산 이용에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착각하는 시대착오적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 미국에서도 해외 순방 시 '풀 취재단(공동취재단)'이 동행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로 알려진 '에어포스원(Air Force One)'에도 참모진과 취재진이 함께 탑승합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을 따라다니며 취재하는 기자단을 'A protective press pool'이라고 부릅니다. 기사에서는 편의상 '풀(pool) 취재단'이라고 부르겠습니다.

2018년 1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준비하고 있다. 출처: <NEWSWEEK>

이때 'Protect'라는 영어 단어는 한국어로 '보호하다'라는 의미입니다. 순방취재단의 공식 명칭에 '보호한다'라는 단어가 들어가, 마치 대통령을 비호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ABC 뉴스>는 풀 취재단이 '예상치 못한 주요한 사건을 놓치지 않기 위해 동행한다'고 설명(아래 사진 참고)했습니다. 매순간 대통령의 업무 집행 과정을 보도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ABC 뉴스는 '풀 취재단(A protective press pool)'의 역할이 '예상치 못한 주요한 사건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통령과 동행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출처: <ABC뉴스>

보통 13명으로 구성되는 풀 취재단은 취재내용이 담긴 비디오를 미국 뉴스 매체(CNN, CBS, NBC, FOX NEWS, ABC)에 공유합니다. 미국의 정치 전문 신문인 <폴리티코(POLITICO)>는 2017년,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에 참석하기 위해 하노이로 향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풀 취재단과 전용기에서 나눈 담화 내용을 '대본'으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폴리티코가 정리한 대본을 살펴보면, 풀 취재단은 대통령의 안부를 묻거나 발언을 그대로 받아적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외교 현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풀 취재단'의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모습이다. 출처: <ABC뉴스>

◈ CNN 출입기자와 설전 벌인 트럼프 전 대통령...폭스뉴스도 트럼프 비판

한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윤석열 대통령처럼 취재진과 마찰을 빚은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8년 CNN 백악관 수석 출입기자 '짐 아코스타(Jim Acosta)'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미 이민자들의 행렬을 '침략'이라고 표현한 것을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솔직히 그냥 내가 나라를 운영하게 내버려뒀으면 좋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이어 아코스타 기자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된 특별검사(추진)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지 질문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CNN은 당신같은 사람을 고용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 해야 할 것 같다"며 "당신은 무례하고 끔찍한 사람"이라고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이후 트럼프는 CNN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정지했습니다. 당시 언론사는 일제히 트럼프의 행보를 비판했습니다. 보수성향 언론사로 꼽히는 폭스뉴스(FOX NEWS)도 "백악관 출입증(취재 허가증)을 무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폭스뉴스(FOX NEWS)는 CNN 기자의 백악관 출입정지 조치를 취한 백악관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CNN을 지지한다고 성명문을 발표했다. 출처: <FOX NEWS>

CNN과 아코스타는 백악관 출입금지 조치는 언론자유를 침해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워싱턴 DC 연방법원이 "백악관은 아코스타의 출입증을 돌려주고 출입을 허가하라"고 판결해, 아코스타의 승소로 사건은 일단락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특정 언론사의 전용기 탑승을 거부한 것에 대해 ‘국익을 위한 일’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의 전용기 탑승이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편의’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사는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취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100% 자부담합니다. 또 대통령 전용기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시설일뿐더러, 언론은 대통령의 순방 등 공적 업무를 취재할 의무와 권리가 있습니다. 

이번 대통령실의 결정에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외신도 성명문을 내며 ‘언론 자유’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제21조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이유로 대통령실이 주장한 ‘기자의 전용기 탑승은 세금이 들어가는 취재편의’라는 말은 ‘거짓’으로 판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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