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민주당 尹정부법안 발목? ... 새누리당도 그랬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11.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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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가 발의한 법률안 가운데 단 한 건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언론은 각종 숫자를 제시하며 야당의 발목 잡기를 지적하고, 여당은 이를 바탕으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뉴스톱이 분석해 봤습니다. 

출처: 국민의힘 홈페이지
출처: 국민의힘 홈페이지

◈ 주호영,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 동안 정부제출 법안 1건도 통과 못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제출 법안이 하나도 처리되지 않았다면서 야당의 발목잡기를 지적합니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 내용은 세계일보가 11월15일자 사설 <尹정부 제출 법안 77건 중 처리 ‘0’, 巨野 발목 잡기 도 넘었다>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정권이 교체되고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불복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이 모두 77건인데 1건도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87년 헌법 이후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한다. (중략)

이러한 민주당의 태도로 보아서 2주밖에 남지 않은 예산 통과 법정기한 안에 예산 통과가 심히 우려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이 준 많은 수의 의석을 위기 극복이나 나라 발전에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대선 불복, 정권 발목잡기에 치중하고 있다. 이러한 민주당의 몽니는 다음 총선에서 국민들이 엄중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14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발언

 

그런데 주 원내대표 발언의 근거가 된 언론보도가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가 10일 보도한 <정부 발의법안 77건...단 1건도 국회 문턱 못넘어> 기사입니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 대통령 취임한 지난 510일부터 현재까지 국회에 발의된 정부법안은 총 77개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했던 2017510일 이후 6개월 동안 국회를 통과한 정부법안은 총 12건이다. 당시 20대 국회 정당별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123, 새누리당 122석으로 여야가 균형을 맞춘 상황에 38석을 확보한 국민의힘(편집자 주: '국민의당'의 오기인 듯)이 중재세력으로 존재했다. 현재 21대 국회는 민주당이 169석이고, 국민의힘이 115석으로 과반의석을 차지한 제1야당과 여당이 사실상 중재세력 없이 팽팽히 대립하는 형국이다.

<정부 발의법안 77...1건도 국회 문턱 못넘어>, 헤럴드경제 2022.11.10 보도

그렇다면 주 원내대표와 언론이 보도한대로 정부 출범 6개월간 정부발의 법안 통과가 적은 것이 이례적인지, 그리고 저 수치가 맞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출범 6개월 정부발의법안 文정부 160건 중 12건 통과, 尹정부 80건 중 0건 

헤럴드경제는 11월10일까지 윤석열정부가 발의한 법안이 77개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되는 건수는 80건입니다. 헤럴드경제가 기사를 마감한 이후 3건의 정부발의 법률안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재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 헤럴드경제 보도에서 잘 살펴봐야 할 부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했던 2017510일 이후 6개월 동안 국회를 통과한 정부법안은 총 12건"이라고 언급한 대목입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해봤습니다. 2017년 5월10일 이후 6개월 동안 정부 발의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 건 모두 52건(아래 그림 참조)에 이릅니다. 원안가결 12건, 수정가결 7건, 대안반영 33건입니다. 일단 12건이라고 보도한 헤럴드경제 보도는 숫자가 잘못됐습니다. 여기엔 문재인 정부가 발의한 법안도 들어있고 전임 박근혜 정부가 발의한 법안도 들어있습니다. 

출처: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출처: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이 가운데 문재인정부가 발의한 법안만 추려내보면 원안가결 4건, 대안반영 8건으로 확인됩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6개월이 되는 시점인 2017년 11월10일까지 정부가 발의한 법률안은 160건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해당 기간 통과된 건수는 12건입니다. 

원안가결된 법안은 선박안전법, 관광진흥개발기금법, 해외농업∙산림자원개발협력법, 산림기본법 개정안입니다. 대안반영은 산림자원법(2건), 자원재활용법, 폐기물관리법, 석면안전관리법, 수상레저안전법, 농업협동조합법, 국유림법 등 입니다.

출처: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출범 이후 6개월 동안 국회를 통과한 문재인정부 발의 법안. 출처: 국회의안정보시스템

법안의 면면을 보면 느낌이 오시겠지만 여야간 정치적 쟁점이 아닌 환경, 안전, 산림 분야 법안이 주를 이룹니다. 

정부 출범 이후 6개월까지 제출된 윤석열정부 법률안은 80건, 이 가운데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은 없습니다. 출범 6개월 동안 문재인정부가 제출한 법률안 160건 중 12건이 통과된 것과 비교한다면, 같은 비율대로라면 윤석열정부 법안은 6개는 통과될 시점입니다.

문재인정부(왼쪽)과 윤석열정부(오른쪽)의 집권 초기 주요 정부발의 법안. 출처: 국회의안정보시스템
문재인정부(왼쪽)과 윤석열정부(오른쪽)의 집권 초기 주요 정부발의 법안. 출처: 국회의안정보시스템

◈ 그때나 지금이나 여소야대...거대야당의 '깐깐함'은 똑같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으로 과반의석(150석)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윤석열정부 집권과 함께 현재의 여당이 된 국민의힘(115석)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처지입니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 야당이었던 새누리당도 집권 초기 정부발의 법률안 통과에 비협조적으로 나왔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정부 제출 법률안이 모두 국회를 통과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정부는 712건의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이 중 가결된 법안은 모두 167건입니다. 정부 발의 법률안 중 22.7%만이 국회를 통과한 셈이죠. 집권 초기 거대 야당의 비협조로 인해 정부 발의 법안이 신속하게 통과되지 않는 것은 소수 정부의 숙명입니다.

소위 '발목잡기'를 하는 다수 야당을 비판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했는지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상 양당 체제로 굳어진 우리 정치 현실에서 협치를 주도해야 할 주체는 정부-여당입니다. 야당 역시 발목잡기로 일관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듭니다. 우리 정치 역사에선 발목잡기로 일관했던 거대 야당이 다음 총선에서 참패했던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할 수 있습니다. 

법률은 우리 사회가 움직이는 근간입니다. 법 개정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치적인 이슈가 없는 민생 분야의 관련 법률은 국회 본연의 기능인 입법 과정이 작동하게 해야합니다. 정치는 협상의 예술입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현실로 만드는 것도 정치의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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