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화물연대 파업은 불법?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11.3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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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는??

정부는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습니다. 화물연대는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극한 대립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왜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걸까요? 불법이 맞기는 한 걸까요? 뉴스톱이 분석해봤습니다.

출처: 윤석열 대통령 페이스북
출처: 윤석열 대통령 페이스북

① 윤석열, 추경호, 원희룡의 주장은? 

대통령 포함 정부의 책임있는 관료들은 모두 화물연대 파업(집단운송거부)를 불법 혹은 초법적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의 말입니다. 

국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하나가 되어 위기 극복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물연대가 무기한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했습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물류 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무책임한 운송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하여 여러 대책들을 검토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차량의 진출입을 차단하고 정상 운행에 참여한 동료를 괴롭히는 것은 타인의 자유를 짓밟는 폭력 행위입니다. 지역별 운송거부, 운송방해 등의 모든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불법적인 폭력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2022. 11. 28. 윤석열 대통령 페이스북>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무책임한 운송거부"라고 언급했습니다. 불법으로 규정지은 부분은 차량 진출입 봉쇄, 비 파업 차량 운송 방해, 지역별 운송거부 등입니다. 다음은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의 말입니다.

정부는 오늘 국무회의에서 국가경제에 초래될 심각한 위기를 막고 불법 집단행동의 악순환을 끊기 위하여 시멘트 분야의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의결하였습니다. 특히, 동참하지 않는 운송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거부 불참 운전자를 공격하는 불법행위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불법 집단운송거부로 인해 시멘트 출고량이 90% 이상 급감하고, 건설현장의 약 50%에서 레미콘 공사가 중단되었으며, 일부 주유소에서는 재고 부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2. 11. 29. 정부합동 브리핑 증 추경호 부총리>

추경호 장관 역시 화물연대의 파업(또는 집단운송거부)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주장입니다.

"집단적인 힘의 행사와 초법적인 이런 행태에 대해서는 이제는 고리를 끊어야 될 때가 왔다."

<2022. 11. 29. 정부합동 브리핑 중 원희룡 장관>

원희룡 장관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직접적으로 '불법'이라고 언급하지 않습니다. 다만, '집단적 힘의 행사', '초법적 행태' 등의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의 발언으로 볼때 불법 혹은 초법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화물연대와는 대화나 협상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

 

② 파업인가 운송거부인가. 화물연대의 법적 지위

화물연대의 정식명칭을 살펴봅니다. 화물연대 규정에 따르면 정식명칭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노동자연대본부' 입니다. 조직 이름으로 봐도 상급단체로 봐도 노조가 명확합니다. 실질적인 활동 사항으로 봐도 노조입니다. 화물연대 스스로도 "한국사회 물류를 책임지고 있는 화물운송노동자들이 만든 노동조합"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화물연대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모든 정부부처가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을 '집단 운송거부'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화물차 기사들은 자신의 소유인 차량을 갖고 운송사업을 하기 때문에 사업주인 동시에 근로자인 '특수고용형태근로자'의 영역에 들어있다고 보는 겁니다.

전통적으로 정부가 '불법 파업'에 대응하는 맥락은 쟁의행위가 법적 절차를 갖췄는지, 정치 파업에 해당하는지, 사업장 점거 또는 폭력행위를 수반하는지 등입니다. 그러나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애초에 노사관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이런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업무개시 명령'이라는 전례없는 해법을 동원하는 겁니다. 

 

③ 업무개시 명령이 지금까지 발동안된 이유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14조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근거 조항입니다.

 ① 국토교통부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 <개정 2013. 3. 23.>

② 국토교통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하려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개정 2013. 3. 23.>

③ 국토교통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업무개시를 명한 때에는 구체적 이유 및 향후 대책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신설 2013. 5. 22.>

④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제1항에 따른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개정 2013. 5. 22.>

그런데 법 조항을 보면 느끼겠지만 규정이 굉장히 모호합니다.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국토부 장관이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는 무엇이고, 커다란 지장은 도대체 얼마나 커야하고,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란 어느 정도를 말하고,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법률 및 하위 법령 어디에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이 명령을 받은 운수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 명령을 거부하면 화물운송 종사자격이 취소됩니다. 자격 취소 뒤 2년 동안은 재취득할 수도 없기 때문에 화물차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죠. 그런데 도대체 여기서 말하는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는 뭘까요? 몸이 아파서, 화물차를 운전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서, 격무에 시달려서 번아웃이 왔기 때문, 등등 많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 권력 관계로는 국토교통부가 정하는 걸로 보입니다. 혹시 행정소송으로 가게 되면 법원이 '정당한 사유'를 판가름하겠죠.

업무개시명령은 한국도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중 '강제노동금지'와 '직업선택의 자유'를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자영업자가 영업을 하든 말든 자유의지인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사업자인 화물차 소유주가 운송을 안하겠다는 것을 국가가 강제로 운송하게 만들 수 있느냐는 겁니다.

'업무개시명령'은 시작부터 논란이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12월 22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화물연대 파업에 놀란 정부가 정부발의로 내놓은 개정안에 업무개시명령 관련 조항이 들어있었습니다. 다른 4개의 의원발의 법안과 합쳐져 이날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본회의 통과전 상임위(건설교통위원회)에서 서상섭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업무개시명령 조항이 들어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화물연대가 밉다고, 국가가 월급 주는 것도 아니면서 공공성을 담보하는 일을 제대로 관리해 주지도 않으면서 개인사업자한테 올라가서 운전하라고 명령 한번 하고 싶어서 만든 잘못된 법이라는 것이 본 위원의 주장입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이후 법이 거꾸로 가도 유분수지,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생각입니다.

업무개시명령을 맘대로 할 수 있다면 그 문제는 심각합니다. 종사자들을 근로자,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아서 노동법상 보호도 못 받는 화물연대 쪽에 단체활동권을 포함한 노동3권 보장이 부정되고 있는 것은 둘째치고 만에 하나 국가물류운송체계에 문제가 되지 않는 조그만 생존권적 파업까지도 불허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본 위원은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정부가 밝힐 때부터 부당하게 강제 근로를 강요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계속 주장했습니다."

<국회속기록, 제16대국회 제243회 제13차 건설교통위원회 (2003년 12월 08일)>

당시 서상섭 의원은 '업무개시 명령'에 반대했지만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합의해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2004년 개정법 시행 이후 단 한 차례도 발동되지 않았던 화물차 기사에 대한 '업무 개시명령'은 윤석열 정부 들어 발동이 됐습니다. 

 

④불법 폭력 행위? 운송거부 전체를 불법으로 볼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가 매일 두 차례씩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하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참고자료를 보면 총파업 엿새째인 2022년 11월 29일 현재 눈에 띄는 물리력 행사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화물차를 이용한 항만 봉쇄, 비조합원 등 대체 수송 차량에 대한 폭력 행사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29일 국토부 자료를 보면 "단양 시멘트공장, 판교 송유관센터 등에서 일부 운송방해 행위가 신고되었으나, 경찰에서 즉시 조치"라고만 언급돼 있습니다. 

다만 29일 오전 부산에서는 파업중인 화물연대 조합원이 비조합원 화물차 앞유리에 라이터를 던진 뒤 경찰이 이를 연행하려고 하자 업무를 방해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26일에는 비조합원 차량에 쇠구슬을 쏜 사건을 경찰이 수사중이며 화물연대 사무실을 29일 압수수색했습니다. 폭력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임은 분명합니다만, 이같은 행위와 운송거부 전체를 불법으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입니다. 

 

⑤ 파업 원인 제공자는 정부인가 화물연대인가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은 한달 전부터 예고됐습니다. 지난 6월 총파업 때 정부와 여야는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 확대 논의 등을 합의하고 국회 하반기 원구성 직후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여야 정쟁으로 국회가 공전했고,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 연장 만을 제시했고, 품목 확대는 논의 불가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이에 화물연대는 10월 22일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정부와 국회의 논의를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고 파업을 선택한 겁니다. 물류 차질이 사회 재난이라면 재난을 초래한 책임은 정부와 국회가 나눠져야 하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29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비판했습니다. 안 대변인은 "특히 업무개시명령은 내용과 절차가 모호하고 위헌성이 높아 2004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습니다. 업무개시명령의 발동 조건을 보면 ‘정당한 사유’, ‘커다란 지장’, ‘상당한 이유’ 등 추상적인 개념들이 가득해 임의적 판단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농후합니다."라고 지적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 이 법을 만든 민주당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7월에 안전임금제 일몰제를 폐지하고 품목을 자동차, 철강, 위험물질 등 7개 품목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화물연대 지도부와 만나 법안 통과에 힘을 싣겠다고 약속한 상태입니다. 민주당도 강건너 불구경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갈등 해결의 중재자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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