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입법예고 끝난 촉법 연령 하향, 통계부터 세워야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12.1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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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촉법 소년 연령은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대통령 당선 이후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소년법 등 관련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지난 11월 소년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공약보다 1년 후퇴한 만 13세로 낮추는 내용을 밝혔습니다. 입법예고 마지막날인 13일 몇몇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은 촉법소년 연령을 낯추는 것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쟁점은 무엇인지 양측의 주장을 뉴스톱이 살펴봤습니다.

 

출처: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출처: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촉법소년은 감옥에 가지 않는다? 절반의 사실

촉법소년은 범행 당시 만 14세가 되지 않은 자를 말합니다. 정확히는 만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인 사람을 의미합니다. 형법 9조는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합니다. 따라서 만 14세 미만인 청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는 것입니다.

형법에서 미성년자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됩니다. 만 14세 이상~만 19세 미만은 일명 '범죄소년'. 이들은 범죄를 저지르면 형사처벌을 받지만 소년법 특례 적용을 받아 완화된 기준으로 형을 선고받습니다.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은 일명 '촉법소년'. 이들은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소년법 적용을 받아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만 10세 미만은 일명 '범법소년'. 형법과 소년법을 모두 적용할 수 없어 범죄를 저질러도 어떤 법적 처분도 받지 않습니다.

'형사처벌'의 한 종류인 교도소는 유죄판결을 받고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가는 곳입니다. 촉법소년은 형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교도소에 가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교도소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소년원'에는 갈 수 있습니다. 소년법 1조는 “이 법은 반사회성(反社會性)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矯正)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합니다. 

소년법에 의해 촉법소년이 받을 수 있는 ‘보호처분’은 감호위탁, 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 장·단기 보호관찰, 시설 감호위탁, 의료재활소년원위탁, 1개월 이내 소년원 송치, 장·단기 소년원 송치 등 모두 10가지입니다. 이중 장단기 소년원 송치의 경우 사실상 징역형과 비슷한 효과를 가집니다. 소년원은 감옥은 아니고 소년보호시설이라고 하지만 수감 생활을 하며 신변의 자유가 제한되며 다른 범법자과 함께 지낸다는 점에서 매우 흡사합니다. 

 

◈ 촉법소년 연령 하향, 중학생 범죄자를 형사처벌한다는 의미

윤석열 정부의 형법 개정안 입법예고문을 살펴봅니다.

최근 촉법소년 범죄 증가 및 수법의 흉포화, 촉법소년 제도 범죄 악용 사례 발생 등으로 인해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상황임. 흉포화된 소년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필요성,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 중 13세 소년이 차지하는 비중, 우리 초등·중학교의 학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3세 미만으로 낮추고 그 이상은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여 소년 강력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음.

촉법소년 즉, 만 14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범죄가 늘어나고 흉폭해지고 있어 촉법소년 연령을 높이자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대선공약은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법무부 정부 입법안은 만 13세 미만으로 정해졌습니다. 법무부가 밝힌 대로 우리 학제 상 만 13세는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합니다. 초등학생은 촉법소년으로 두고 중학생부터는 촉법소년에서 제외시키겠다는 의도가 드러납니다.

법 개정으로 만 13세 청소년의 범행을 막아보겠다는 취지입니다. 법무부는 10월26일 소년범죄 종합대책 관련 브리핑에서 “전체 촉법소년 보호처분 중 13세의 비율이 70% 에 이른다”고 강조했습니다.

 

◈너 중학생이냐? 교도소 간다

정부 입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각종 통계를 봐도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장·단기 소년원 송치 보호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들어간 13세 청소년은 연간 11~22명 수준입니다. 법무부는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춰도 대부분 소년범은 기존과 같이 소년부 송치되고, 계획적 살인범 또는 반복적 흉악범 등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형사처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정책을 요약하면 만 13세 이상인 중학생은 촉법소년에서 제외해 교도소로 보내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교도소로 가는 인원은 많지 않겠지만 중학생들에게 범죄를 저지르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입니다.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은 여야 가릴 것 없이 터져나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뿐만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촉법연령 상한을 낮추자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정부와 여당은 국정과제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실화하는 내용을 채택했습니다. '나 촉법소년이냐'라고 말하며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개되면서 촉법소년 하향 여론이 생긴 것이 원인 중 하나입니다.

 

◈“실효성도 정당성도 없다”

권인숙(더불어민주당), 용혜인(기본소득당), 윤미향(무소속)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단체 및 학회 15곳은 “정부 대책이 아무런 실효성도, 정당성도 없음을 지적하며, 소년사법의 목적에 맞는 국가의 제대로 된 의무이행을 촉구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가 없고 ▲소년범죄 종합대책이 아동·청소년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크고 ▲정확한 통계와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대검찰청이나 경찰청에서는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 범죄자에 대한 통계는 내지만 촉법소년에 대한 별도의 정기적인 통계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난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는 “사람은 오로지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며 “형사 처벌 연령 확대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혐오의 작용”이라고 말했습니다. 난다 활동가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귀담아 들어 개정 입법예고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통계의 왜곡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분들은 정부가 제시하는 통계가 왜곡됐다고 주장합니다. 정부는 전체 소년 인구가 감소 추세에 있음에도 촉법소년 범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관련 통계도 제시합니다.(아랫 그림 참조)

 

출처: 법무부 보도자료
출처: 법무부 보도자료

그러나 이는 '접수 현황'일 뿐입니다. 법무부는 2017년부터 촉법소년 접수 현황 자료를 인용해 "매년 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출처는 <대법원 사법연감>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사법연감에는 촉법소년에 관한 소년보호사건 접수 현황이 실려있지 않습니다. 법무부에 확인한 결과 "법원 통계월보를 인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법무부가 공식 보도자료를 만들면서 통계의 출처 인용을 정확히 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습니다. 차치하고 통계를 살펴봅니다. 2012년부터 해당 통계(아래 그림 참조)를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법원 통계월보
출처: 대법원 사법연감(왼쪽), 법원 통계월보(오른쪽)

2012년 1만3339건에 이르렀던 촉법소년 소년보호사건 접수 건수는 이후 줄어들어 2016년에 7030건까지 감소합니다. 이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법무부의 주장대로 매년 증가세를 나타낸다고 표현하려면 '최근 5년간' 정도의 제한이 필요할 걸로 보입니다.

어른 세계의 '유죄'에 해당하는 소년법 상 보호처분과 관련된 통계를 살펴보면 법무부의 주장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2021년 대법원 사법연감(838p:아래 그림 참조)을 보면 2012년부터 14세미만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의 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출처: 대법원 사법연감
출처: 대법원 사법연감

2012년 5071명이었던 보호처분 촉법소년은 점차 줄어 2016년 2858명까지 내려갔습니다. 이후 3000명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2021년에는 4142명으로 늘었습니다. 법무부가 의미부여하는 것처럼 '매년 증가 추세'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줄어들었던 촉법소년의 범죄가 2017년 이후부터는 늘었을까요. 이 원인을 찾아 해법을 제시하는 게 핵심이 될 것 같습니다. 2017년 이후 청소년들의 범죄 성향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등장했던 걸까요? 아니면 '촉법소년은 처벌 받지 않는다'는 허위정보가 이 시점을 계기로 청소년 사이에 확산한 걸까요? 원인이 제대로 진단이 돼야 해법이 나올 수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처벌강화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공은 국회로

지난 13일로 형법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이 종료됐습니다. 이제 정부는 각계에서 전달된 의견을 바탕으로 형법 개정안을 추가로 다듬은 뒤(어쩌면 원안 그대로)에 국무회의로 넘길 것입니다.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를 받으면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만 13세로 낮추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로 송부됩니다.

이 때부터는 국회의 시간입니다. 용혜인 의원 등 국회 일부에서 반발 기류가 있기는 하지만 현 대통령과 제1당 대표의 공약이었던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은 큽니다. 입법과정에서 크게 논의가 일어나 촉법소년의 범죄를 줄이면서도 한 번 실수로 아이들의 인생에 낙인이 찍히지 않을 묘책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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