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먹는 아메바’? 치사율 높지만 감염사례 적어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2.12.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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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과 27일 ‘뇌 먹는 아메바’라는 단어가 온라인 화제 검색어로 등장했습니다. 해외에서 입국 후 뇌수막염증을 보인 환자로부터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이 확인됐다는 내용인데, 영화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으스스한 표현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았습니다. 관련한 팩트를 확인했습니다.

CNN 유튜브 갈무리
CNN 유튜브 갈무리

질병관리청은 지난 26일 해외 체류 후 귀국한 뇌수막염 사망자에게서 파울러자유아메바를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태국에서 귀국 후 상급종합병원에 뇌수막염 증상으로 응급이송된 환자의 검체에 대해 원인병원체 확인 검사를 수행한 결과 기존에 해외에서 보고된 뇌수막염 환자에게서 분석된 파울러자유아메바 유전자서열과 99.6% 일치하였고 이를 근거로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을 확인했다’는 내용입니다.

감염환자는 태국에서 4개월간 머물다 지난 10일 국내에 들어온 50대 남성으로, 귀국 당일 저녁 발열 등 증상을 느낀 뒤 다음날 응급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21일 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질병관리청이 2015년 2월 26일 발행한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에 의한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의 최근 동향’에 따르면, 자유생활아메바(free-living amoeba)는 호수, 수영장, 수돗물과 같은 물이나 흙 또는 먼지 등 광범위한 자연환경에서 자유생활을 하는 아메바를 의미하는데, 이중 사람에게 감염되어 질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아메바로는 파울러자유아메바와 가시아메바가 있습니다. 특히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사람, 마우스 및 실험동물 감염 시에 치명적인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Primar y amoebic meningoencephalitis, PAM)을 유발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병원성이 매우 높은 원충입니다.

국내에서는 1976년과 1998년 가시아메바에 의한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보고가 있었지만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사례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937년 미국 버지니아 감염자 조직에서 세계 최초의 사례가 확인되었으며, 1962∼2021년 미국에서 154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154명 중 4명이 생존한 것으로 나타나 97.4%의 높은 치명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파울러자유아메바 생활사 (이미지 출처: 미 CDC)
파울러자유아메바 생활사 (이미지 출처: 미 CDC)

아시아에선 파키스탄 41건, 인도 26건, 중국 6건, 일본 2건 등의 감염 사례가 확인되었으며, 국내 첫 감염자가 체류했던 태국의 경우 40년간 모두 17명의 외국인 여행자가 감염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일반적으로 파울러자유아메바가 서식하는 강이나 호수 등에서 수영을 하다가 파울러자유아메바가 포함된 물이 코로 들어가 아메바가 후각 신경을 따라 뇌로 이동하면서 감염됩니다. 오염된 물을 마셔도 감염되지 않으며, 비말 감염이나 사람 간 전파사례도 없습니다.

‘뇌 먹는 아메바(Brain-eating amoebas)’라는 자극적인 표현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5년 8월 30일 미국에서 크로스컨트리 유망주인 14세 소년이 이 아메바에 감염돼 숨지면서 미국 현지는 물론 국내에도 같은 표현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해당 표현은 2011년 8월 17일 CNN의 <Brain-eating amoebas blamed in three deaths>기사에서 처음 쓰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SBS는 ‘뇌염 일으키는 아메바에 ’뇌 먹는‘ 표현은 잘못’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과학기자협회 등이 2020년에 마련한 감염 보도 준칙은 과장되거나 자극적인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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