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본격화되는 우주 진출의 시대, 그리고 인류의 미래

  • 기자명 이승윤
  • 기사승인 2023.01.0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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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 우주 선진국들은 우주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들 국가는 가까운 시기 달 정착 기지를 건설하여 달의 광산 자원을 선점하고자 꾀하고 있다. 어쩌면 인류는 멀지 않아 달의 자원을 둘러쌓고 우주 전쟁의 시기에 진입하게 될지도 모른다.
21세기 들어 우주 선진국들은 우주 탐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들 국가는 위의 상상도처럼 가까운 시기 달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여 달의 풍부한 광산 자원을 선점하고자 하고 있다. 어쩌면 인류는 멀지 않아 달의 자원을 둘러싸고 우주 전쟁의 시기에 진입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1. 2022년 12월 27일 대한민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달의 궤도에 안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무게 678kg의 다누리호는 가로 3.18m, 세로 6.3m, 높이 2.67m 크기로서 지난 8월 5일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달로 발사됐다. 4개월이 넘는 긴 여정 끝에 목적지인 달 궤도에 무사히 안착한 것이다. 상태 검정을 마친 후 올해 2월부터는 달의 관측을 위한 임무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2022년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의 성공과 함께 한국 우주 개발사에 큰 족적을 남길 만한 성과이지만 기존 우주 과학 선진국들에 비하면 갈 길이 먼 것 역시 사실이다. 이미 1969년 세계 최초로 인간을 달에 착륙시킨 바 있는 미국은 더 한층 진일보한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최종 목표는 인류를 달에 상주시키는 것이다. 나사(NASA)는 향후 지속적으로 유인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켜 달 기지 건설을 본격 실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미국만큼이나 달 진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2007년 자국 최초의 달 궤도선 '창어 1호'를 발사했다. 그리고 2019년에는 ‘창어 4호’가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는 ‘창어 5호’가 월면 토양 샘플을 채취한 뒤 지구 귀환에 성공했다. 중국은 지속적인 달 탐사를 통해 2030년 이후 달 기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류의 활동 무대가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확장된다는 것은 인류사에 있어 큰 의미가 있는 사건임에 틀림 없으나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 강대국들이 우주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동기가 단순히 과학자들의 우주 탐구 목적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달 진출을 추진하는 가장 큰 동기 중 하나가 달이 지니고 있는 막대한 광물 자원의 가치에 있다. 과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달은 헬륨-3, 희토류 등 매우 값비싼 자원이 다량 매장되어 있다. 헬륨-3의 경우 불과 1g 분량만으로 석탄 40톤 사용 수준의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그러한 헬륨-3가 달에는 무려 100만톤 이상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도체 개발에 필수적인 희토류 역시 달의 표면에 다량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우주 개발 선진국들의 우주 진출 계획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달의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화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우주 개발에 막대한 자본의 투입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우주 개발 당사국들이 투자 이익 창출을 위한 주판알을 굴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주 개발 추진의 이면에는 'G1(세계최강국)'이 되기 위한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경쟁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달의 자원을 둘러싸고, 우주복을 입은 강대국의 우주 병사들이 달의 표면에서 레이저 광선을 서로 발사하는 광경이 SF 영화 속 장면이 아닌 실제 상황이 될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 되어 가고 있다.

 

2. 일본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작가인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의 저서 <우주로부터의 귀환>은 20세기 후반 미소 냉전시대 미국 나사(NASA)가 추진했던 아폴로 계획을 비롯한 일련의 우주 진출 계획을 통해 지구를 벗어나 달과 우주로 나아갔던 미국 우주 비행사들과의 인터뷰를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지구를 벗어나 미지의 영역이었던 암흑의 우주 공간을 몸소 체험했던 우주 비행사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경험을 통해 어떠한 정신적 변화를 겪게 되었는지에 대해 관심을 지니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던 옛 우주 비행사들을 직접 만나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저자는 인터뷰 대상자들의 각기 다른 체험 소감과 가치관, 혹은 세계관의 변화를 언론인 출신답게 주관적 판단을 배제한 채 최대한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그려냈다. 과연 우주로부터 귀환했던 우주인들은 어떠한 정신적 변화를 겪게 되었을까.

 

3. 저자는 인터뷰 내용을 본격적으로 기술하기 전, 책의 서두 부분에서 지구의 환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우주 환경의 특징에 대해 기술한다. 우주 공간은 완전 진공 상태이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춥고(약 -270도), 중력이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신체에 치명적인 우주 방사선으로 가득 차 있다. 요컨대 온갖 안전 장비를 장착한 우주복이 없으면 인간은 한 순간도 우주 속에서 존재할 수 없다. 또한 우주 속에서는 공간의 구분조차 의미가 없다. 중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서 있는 고정된 위치가 설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주 공간에 나가면 ‘높이’는 높이의 의미를 잃게 되고, 상하의 방향이 없는 단순한 길이가 되는 것이다. 우주 공간에서 ‘가깝다’, ‘멀다’라는 개념은 의미를 갖지만, ‘높다’, ‘낮다’는 의미를 갖지 못한다. (중략) 그런 상황에서는 공간에 대한 감각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우주 비행사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더구나 우주에는 빛이 존재하지 않는다. 온통 검은 먹물 같은 암흑 세상이다. 오직 작고 외딴 별 지구만이 태양의 빛을 반사하며 눈부시도록 푸른 색채를 띨 뿐이다. 그 적요하고 한없이 거대한 공간 속에 우주 비행사들은 홀로 던져지는 것이다. 상하좌우의 위치 판단이 불가능한 그 칠흑의 광대하고 외딴 세계는 오직 우주 속에 던져진 이들만이 경험 가능한 전혀 이질적인 공간이다. 그러한 비일상적 공간 경험이 우주 비행사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 오히려 그쪽이 이상할 것이다.

 

4. 저자 인터뷰에 따르면 우주 공간을 체험한 모든 우주 비행사들이 한결같이 동일한 정서적, 육체적 반응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완전히 세계관, 가치관이 변모하여 본래의 직업인 우주 비행사와 전혀 연관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있고, 여전히 우주 비행과 관련된 일을 종사한 이들도 있으며 비즈니스 계통 심지어 정계로 진출하게 된 이들도 있다.

가치관의 완전한 변모를 통해 전혀 다른 영역에서 일을 하게 된 우주 비행사들의 케이스 중에는 우선 제임스 어윈이 있다. 그는 우주로부터 귀환을 한 후 나사를 그만두고 전도사가 된다. 그는 자신이 달의 표면에서 신의 존재를 느꼈다고 증언한다. 원래 그는 기독교인이긴 했지만 그저 관성적으로 교회를 다녔던, 특별한 신앙심을 지닌 신도는 아니었다. 그는 그저 하늘을 하는 것이 좋아서 비행사가 되었고 마침내 우주 비행사의 꿈까지 이루게 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달의 표면을 걷는 행위를 통해 신과 접촉할 수 있게 되었다고 증언한다. 제임스 어윈이 1971년 7월 아플로 15호를 타고 마침내 달의 표면에 도착했을 때,

“거기에는 생명의 단편조차 관찰할 수 없다. 생명의 색인 청색과 녹색도 없다. (중략) 어떤 움직임도 없다. 움직이는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대기가 없기 때문에 바람조차 없다. 생명이라는 관점에서는 완전히 무(無)이다. 완벽한 불모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람을 떨리게 할 정도로 황량하고 삭막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장엄함, 아름다움이 있다. (중략) 그리고 바로 여기에 신이 있다고 느꼈다. 달 위에 신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여기에 신이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자기 바로 옆에서 신의 존재를 느꼈다. 바로 손을 뻗으면 신의 얼굴을 만질 수 있을 것처럼 가까이에서 그것을 느꼈다고 한다.”

에드가 미첼의 경우 역시 흥미롭다. 그는 논리적이고 수리적 사고에 능한 이공계적 특성을 지닌 이들이 대부분인 일반적인 우주 비행사들과 달리 원래부터 ESP(extrasensory perception) 분야 즉 초감각, 초능력 분야에 대해 관심을 지니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는 달로 향하는 우주선에서 지구의 지인(知人)과 ESP 카드를 이용한 텔레파시를 시도했고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그는 달 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던 도중 종교적인 신비체험을 경험했다고 한다.

“의문과 동시에 해답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질문과 해답이 2단계의 과정으로 떠올랐다기보다 모든 것이 한순간이었다고 하는 편이 좋겠다. (중략) 심리학에서 말하는 피크 체험이었다. 시적으로 표현하면 신의 얼굴을 손으로 만졌다는 느낌이었다.”

러셀 슈와이카트는 또 다른 예이다. 무종교자였던 그는 1969년 아폴로 9호를 타고 지구를 151바퀴 돌았다. 그 기간 중 그는 사령선과 달 착륙선의 도킹과 관련한 실험을 위해 우주선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의 증언에 의하면 우주선 밖의 세상은 완전히 다른 공간이었다.

“우주복 속은 완벽한 정적이었다. 그때 외에는 경험한 적이 없는 무음의 세계였다. (중략) 아래를 보니 지구가 그곳에 있었다.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완전한 정적이 우주를 지배하고 있고 우주가 그대로 보였다. (중략) 자신은 그곳에 혼자 떠 있었다.”

단독자로서 우주 한복판에 놓여 있었을 때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가. 네가 보고 있는 건 무엇인가. 너와 세계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이 체험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자신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진 후 그가 깨달은 것은 다음과 같았다.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하나는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의무감을 강하게 느꼈다는 점이다. 이 체험의 가치는 나의 개인적 가치가 아니라 내가 가지고 돌아와서 인류에게 전해야 할 가치이다. 내가 인간이라는 종의 센서이다. 감각기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내 인생 가운데 가장 고조된 순간이었지만, 에고가 고조되는 순간이 아니라 에고가 소실되는 고조의 순간이었다.”

“동시에 인간이라는 종과 지구의 관계를 더욱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느꼈다. 내 눈 아래에서는 마침 제3차 중동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인간끼리 서로 죽이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인간과 인간 관계도 중요하지만 인간이라는 종과 다른 종과의 관계, 인간이라는 종과 지구의 관계를 더욱 생각하라는 것이다.”

다만 러셀 슈와이카트가 제임스 어윈이나 에드가 미첼의 경우처럼 신의 실존을 느꼈다는 것은 아니다. 슈와이카트는 자신의 경험이 신과의 영적 접촉의 경험은 아니었다고 분명히 이야기한다. 우주 공간에서의 체험이 그에게 어떤 영적 인식의 확장을 불러 일으켰다고 이야기하는 쪽이 옳다.

 

5. 이미 상술한 바처럼, 우주 체험을 했던 모든 우주 비행사들이 정신적 성숙을 이루거나 그 어떤 심오한 깨달음을 얻었던 것은 아니다. 우주 공간의 체험이 오히려 현실 세계와의 괴리감을 확대시켜 오히려 정신병을 얻게 된 케이스도 있고 특별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아예 우주 체험에 대한 인터뷰를 회피한 이들도 있었다. 우주 체험 이전과 마찬가지로 큰 변화 없이 안정되게 지구 사회에 복귀하여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거나 우주 비행사라는 자신의 캐리어를 기반으로 하여 정계로 입문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일치되는 것은 우주 공간을 경험했던 우주 비행사 중에서 자신의 특별했던 경험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던 이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그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털어놓았던 이야기 중 하나는 어두컴컴한 우주 공간 속에서 홀로 눈부셨던 지구라는 작고 외딴 별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에 대한 감정이다.

제임스 어윈의 증언에 따르면,

“그것이 암흑 속에서 하늘 높이 보였다. 아름답고 온기를 가진 듯 살아 있는 물체로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나 섬세하고 연약하며 덧없는 듯, 부서지기 쉬워 보였다. (중략) 처음에는 그 아름다움, 생명감에 눈을 빼앗기고 있었지만 나중에는 연약함을 느끼게 되었다. 감동했다. 우주의 암흑 속에서 빛나는 푸른 보석, 그것이 지구였다.”

우주 밖에서 바라본 지구에는 그 어떤 국경선도 그어져 있지 않았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류는 결국에는 하나였다. 백인도, 흑인도, 황색인도, 기독교도도, 이슬람교도도, 미국인도, 중국인도 아니었다. 그저 지구라는 별에서 함께 살고 있는 인간일 뿐이었다.

대기권 밖으로 나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았던 우주 비행사들 대부분은 암흑의 공간 속에서 홀로 빛나던 지구의 아름다움과 존귀함을 토로했다. 그들은 지구 밖을 나온 뒤에야 비로소 우리의 작고 외딴 별의 소중함 그리고 인류 공존의 진정한 가치를 마음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대기권 밖으로 나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았던 우주 비행사들 대부분은 광대한 암흑의 공간 속에서 홀로 빛나던 지구의 아름다움과 존귀함을 토로했다. 그들은 지구 밖을 나온 뒤에야 비로소 우리의 작고 외딴 별의 소중함 그리고 인류 공존의 진정한 가치를 마음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6. 그러나 지구 안에서 우리 인류는 저마다의 에고에 사로잡혀 타자(他者)를 경계하고 질투하며 멸시하는 것도 모자라, 때때로 타자의 존재 자체를 온전히 제거하고자 하는 행동마저 서슴지 않고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이제 인류는 경제적 이익의 획득을 위해 그 증오의 공간을 우주 너머로까지 확장시키고자 몰두하고 있다.

물론 경제적 혹은 국가적 이익을 위해 우주 개발을 나서는 것 그 자체를 무조건 백안시할 수는 없다. 우리들 인간 대부분은 자선 사업가가 아니기에 우주 개발을 통한 이익 추구를 전혀 배타시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주 진출의 목적이 오로지 이익 추구에만 한정된다면 그것은 인류의 미래에 있어 비극이 될 것 역시 분명하다.

한 번 상상해 본다. 만일 우리 인류가 모두 함께 대기권 밖으로 빠져나와 그 암흑의 광대한 우주 공간 속에서 홀로 빛을 발하며 떠 있는 지구를 바라볼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 역시 다치바나 다카시와 인터뷰를 나누었던 많은 우주 비행사들과 마찬가지로 그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아득하게 넓고 넓은 우주에서 우리 인간은 홀로 떨어진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인식하게 되고 그 깨달음이 인간 공존의 정신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 줄 수 있다면......

그러나 역시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 아닐까 싶다. 너무나 빠르게 발전해 가는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 특히 살상 무기의 파괴력의 어마어마한 발전 속도와 비교해 볼 때, 우리들 인간의 정신적 성숙의 속도는 마치 걸음마 수준 같다. 이미 아서 C 클라크의 걸작 <유년기의 끝>에 대한 서평에서 언급한 바처럼 여전히 우리 인류는 정신적 유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 아닌가.

다누리호의 달 궤도 안착 뉴스가 기쁘고 가슴 벅찬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끝내 염려의 눈길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현실은 답답하고 암울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 역시 명백하다. 우리 인류는 앞으로 우리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우주 너머로 나가는 길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 험난할 것이 분명한 과정 속에서 우리 인류가 결국 배워야 하는 것은 지구 그리고 우리 이웃들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기 때문이다.

<우주로부터의 귀환>의 마지막 부분에서 인터뷰의 대상 중 한 사람이었던 슈와이카트는 커밍스(E.E.Cummings)라는 시인의 시를 인용한다.

신이여, 저는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우선 이 찬란한 낮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푸르게 도약하는 나무들의 정령에 대해

하늘의 푸르고 견실한 꿈에 대해

그리고 자연스럽고, 무한하고, ‘그렇다’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슈와이카트는 시를 인용한 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왠지 모르지만 우주 체험으로 내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때 이 시의 느낌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신을 믿는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고, 무한하고, ‘그렇다’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신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어진다.”

대기권 밖으로 나가본 일이 없는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은 우주 비행사들이 직접 체험했던 그 경이로운 감정들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우주로부터의 귀환>이라는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하여 감사하는 마음이 독자들의 가슴 속에 소소하게나마 깃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우주로부터의 귀환>

/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 전현희 옮김

/ 청어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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