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5ㆍ18 민주화운동' 전면 삭제... 쟁점 정리해보니

  • 기자명 김정은 기자
  • 기사승인 2023.01.0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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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12월에 고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용어를 전면 삭제한 것이 알려지자, 야당 의원들은 4일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교육부는 "2021년 12월에 구성되어 역사과 교육과정을 개발한 정책연구진도 이러한 취지로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 서술을 축소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역사 교육과정을 둘러싼 논란을 <뉴스톱>이 정리했습니다.

 

① 개정 교육과정... 4∙19 혁명, 6월 민주항쟁은 포함됐지만 '5∙18 민주화운동'은 빠졌다

(좌) 2015 사회과 교육과정, (우) 2022 개정 교육과정. 2015년 교육과정에는 4ㆍ19혁명, 5ㆍ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이 '학습 요소'에 포함돼 있지만, 이번 교육과정에는 4ㆍ19혁명과 6월민주항쟁만이 '성취기준'에 포함돼 있다. 사진=교육부 교육과정 캡처

개정되기 전 가장 최근 자료인 '2015 사회과 교육과정'과 이번에 개정된 교육과정을 검토해보니(위 사진 참고), 2015년에 '학습요소' 항목에 담겼던 '5∙18 민주화운동'이 이번 교육과정에서는 삭제됐습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조치가 국가의 교육과정 권한을 축소하는 '교육과정 대강화'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교육과정은 성취기준의 하위 항목으로 ▲학습요소, ▲성취기준 해설, ▲교수∙학습방법 및 유의사항, ▲평가방법 및 유의사항을 두고 있습니다. 그 중 '학습요소'는 성취기준의 수준 등을 명료하게 제시하기 위한 하위 항목인데, 이번 개정안은 이 학습요소를 없애고 ▲성취기준 해설,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 사항만을 하위 항목으로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교육과정에서는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이 '학습요소'로 구분된 반면,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습요소 항목이 일괄 삭제되고 4∙19 혁명과 6월 민주항쟁만이 '성취기준'으로 분류됐습니다.

 

② 교육부 "5∙18 민주화운동은 학습요소에 담겼던 개별적 사건"

윤석열 정부의 역사관을 문제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교육부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모든 교과서에서 '학습 요소' 항목이 생략됨에 따라, 역사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비롯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 등의 서술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육부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을 비롯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 등의 서술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사진=교육부 보도자료

4∙19 혁명과 6월 민주항쟁과 달리 '5∙18 민주화운동'이 '개별적 사건'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뉴스톱이 '개별적'이라는 표현의 기준이 무엇인지 묻자, 교육부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개별 역사적인 사건이 여러 가지가 있다"며 "지난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한국사 기준으로 '학습요소'가 129개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성취기준을 명료하게 제시하기 위한 하위 항목인 '학습 요소'에 들어 있던 역사적 사건들이 '개별적인 사건'으로 구분된다는 설명입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모스크바 3국 외상회의', '제주 4∙3 사건', '북한 정권수립', '북한의 사회주의 독재 체제', '5∙16 군사정변', '유신독재 반대 운동' 이런 사건들도 다 (교육과정에서) 제외됐다"고 덧붙였습니다. 4∙19 혁명과 6월 민주항쟁은 이번 개정안에서 '성취기준'으로 분류됐지만, '개별적 사건'으로 분류되는 '학습요소'가 일괄 삭제됐기 때문에 5∙18 민주화운동은 교육과정에 담기지 않은 겁니다. 

지난해 11월에도 교육부가 개정 교육과정을 행정예고하면서 기존에 포함됐던 '제주 4∙3 사건' 관련 내용을 누락해 논란이 일었던 바가 있습니다. 당시에도 교육부는 "4∙3 사건만 뺀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③ 교육부... '자유민주주의∙남침'은 넣고, '5∙18 민주화운동'은 제외 

한편 교육부가 학교 교육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학습요소'에 포함된 '5∙18 민주화운동'을 뺀 것을 두고, '자유민주주의'와 '6∙25 남침'이라는 표현을 추가로 넣은 것과 모순되는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자유민주주의'와 '남침'이라는 표현이 포함됐다. 사진=2022 개정 교육과정

지난해 8월 '자유민주주의'와 '6∙25 남침'이라는 용어가 제외되자, 교육부는 "'역사적 사실인 6∙25 남침 명시', '자유를 삭제한 것에 대한 수정' 등 수정∙보완을 요구하는 의견이 상당 수 있었다"며 교육과정에 해당 표현을 포함(위 사진 참고)했습니다. 

'남침'과 달리 '5∙18 민주화운동'은 교육과정에서 누락한 것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국민소통채널 의견에서 남침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연구진이 수용한 것이고, 5∙18 민주화운동이 빠진 것에 대한 의견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습니다. 

당시 교육부는 '남침'을 수업시간에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교육과정에 표기할 필요성이 적다는 의견에 "이미 다 '남침이 기정사실이고 가르치고 있다'고 그러면 굳이 우리 교육과정에 반영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그런 부분을 누락함으로써 불필요한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④ "尹정부 이제라도 다시 교육과정에 포함해야" VS "文정부서 구성된 정책연구진의 결정 사안" 

한편 '5∙18 민주화운동' 용어 삭제의 책임을 두고서도 여야의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4일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5·18 민주화운동' 삭제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광주방송 영상 갈무리)
4일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5·18 민주화운동' 삭제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KBC광주방송 영상 갈무리)

더불어민주당은 4일 "5∙18 정신을 부정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독재로의 퇴행 선인일 뿐"이라며 "이제라도 5∙18 민주화운동을 교육과정에 다시 포함"하라고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같은 날 "윤석열 정부에서 삭제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며 "문재인 정부인 2021년 12월 구성돼 역사과 교육과정을 개발한 정책연구진도 이러한 취지로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의 서술을 축소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국민의힘 양금희 대변인도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의 교육과정 개발 기조에 따라 생략됐다"고 언급했습니다. 

교육부가 지난해 8월 '국민참여소통채널'을 통해 교육과정 시안을 처음 공개했다. 사진=교육부 블로그

대통령실과 여당의 주장대로 문재인 정부 때 구성된 연구진들이 이번 교육과정 시안을 마련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교육부의 첫 시안 공개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해 8월 30일부터 9월 13일까지 이뤄져, 윤석열 정부에 책임이 없는 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습요소'가 삭제되면서, 해당 항목에 포함돼 있던 '5∙18 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 등 역사교육이 위축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학교에서 학습요소를 중심으로 주제∙소재 등 단원을 구성해 왔는데, 이 요소가 없어지면서 집필진이 자율적으로 기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교육부는 4일 해명자료를 통해 "생략된 학습요소가 교과서 개발 단계에서 서술될 수 있도록 향후 교과용 도서 편찬 준거에 해당 내용의 반영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육과정은 반드시 학습해야 할 내용을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인 만큼, 여야는 서로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보다 중요한 역사 사건이 교과서에 담길 수 있도록 교육부가 조치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감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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