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북한이 '우리 영토' 침범하면 9.19 정지?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1.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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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국가안보실에 지시했습니다. 

출처: MBC 유튜브
출처: MBC 유튜브

◈윤석열 "단호한 대비태세 주문"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은 오늘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합참 국방과학연구소(ADD)로부터 우리 무인기 대응전략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며 이런 내용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검토를 지시한 배경에 대해 "비단 무인기뿐 아니라 북한 미사일 도발을 포함해 합의 위반이 일상화되는 비정상적인 나날이 지속됐다"며 "무인기 도발로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이 없도록 단호한 대비태세를 주문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2018년 남북정상간 평양합의까지 효력 정지를 검토한다고 보도했지만 통일부에서는 5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공동 선언 효력 정지는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9.19 합의와 함께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부속합의서와 2004년 6.4합의를 일부 효력정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경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출처: 국토지리정보원 홈페이지
출처: 국토지리정보원 홈페이지

◈대한민국의 영토는?

그렇다면 북한이 침범한 대한민국 영토는 어디까지를 의미할까요. 대한민국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정합니다. 헌법 상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이기 때문에 북한은 한반도 북쪽을 점유하고 있는 반국가 단체인 셈이죠.

이런 상황의 연장선에서 우리나라는 북한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보면 북한은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으로 규정됩니다.  북한인권법,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보안법은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고 정합니다. 북한을 지칭하는 겁니다. 

다만,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은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정의합니다. 

9.19 군사합의문 즉, '판문점선언(4·27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는 남북한 양측이 서로를 지칭하는 말로 '남과 북'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합의문에는 "쌍방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으로도 상대방의 관할구역을 침입 또는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됩니다.

대한민국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영토' 대신 '관할구역'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겁니다. 

 

◈북한의 영토는?

위키피디아에서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을 찾아봤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제15호)가 최신 개정 헌법으로 나오는데요. 대한민국 헌법과는 달리 따로 영토 조항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 헌법 9조를 봅니다.

제9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반부에서 인민정권을 강화하고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을 힘있게 벌려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한다.

'북반부'를 영역으로 규정하고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을 한다고 규정합니다. '남반부'를 통일해야 할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는 겁니다. 

 

◈대한민국 헌법+윤 대통령 발언=?

대한민국 대통령은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면 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는 현행 헌법에 비춰보면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의 북쪽을 점령하고 있는 반국가 단체입니다.

북한은 그냥 존재 그 자체 만으로도 우리 영토를 침범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언제든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군사합의의 효력은 정지될 수 있습니다. 9.19 군사합의는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 금지 ▲DMZ 평화지대화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화  ▲교류협력 및 접촉 왕래 활성화 ▲상호 군사적 신뢰구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발전법은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여 남북합의서의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윤 대통령은 이 법률에 근거해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카드를 꺼낸 겁니다.

9.19 합의가 효력을 잃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이미 남북 관계는 굉장히 경색된 상황입니다. 여기에 9.19 합의로 인해 자제하고 있던 DMZ 인접지역 야외 기동훈련 등 대규모 군사훈련이 벌어지게 되면 남북관계는 극도의 긴장 관계로 빠져들 가능성이 큽니다. 9.19 합의가 효력 정지되면 정부는 2018년 이후 철수됐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대북방송은 남북관계발전법상 24조에 근거,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의 금지'에 해당하는 행위여서 금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남북관계발전법 24조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 △전단 등 살포 등이 '남북 합의서 위반 행위의 금지' 사항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실효적으로 지배하지 못하는 한반도 북쪽을 '영토'로 규정하는 헌법과 관련 법령의 존재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수 없는 현실을 낳았습니다. '통일'을 하든 평화 공존을 하든 현실을 직시하고 상대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87년 헌법을 개정해야 할 명분은 점점 쌓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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