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무인기 비행금지구역 침범...지도 30분만 보면 알 수 있다?

  • 기자명 김정은 기자
  • 기사승인 2023.01.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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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가 용산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야당에서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을 가능성을 제기하자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는데, 뒤늦게서야 진입 사실을 시인한 겁니다.

여권은 최초로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에게 자료 입수 경위의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5일 "야당 의원이 언론에 주장한 말은 당시 시점으로는 국방부도 합참도 모르는 것이었는데 이런 자료는 어디에서 받았느냐"며 김 의원의 자료 입수를 의심했습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도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우리 군보다 북 무인기 항적을 먼저 알았다면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고 자백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습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과 김영배 의원이 6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료출처 의혹을 반박하고 있다. 사진=김병주 의원 유튜브 채널

지속되는 공세에 김병주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처는 이종섭 국방부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이라며 "국방위에서 보고한 항적자료 및 국방위에서 국방부장관과 합참의장의 증언을 기반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6일에는 "비행금지구역과 무인기 비행 궤적을 구글 지도에 표시해 보니까 비행금지구역을 지나가더라"라며 "지도를 볼 줄 아는 서울시민이라면 알 수 있는 사항"이라고 밝혔습니다(위 사진 참고). 

김병주 의원의 주장은 합리적 의심이었을까요? <뉴스톱>이 합참이 보고한 '무인기 식별경로'를 직접 지도에 옮겨 확인해봤습니다.

지난달 26일에 침범한 북한 무인기 식별경로, 사진=김병주 의원실 제공

먼저 지난달 28일 합동참모본부(합참)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북한 무인기 항적도(위 사진 참고)'입니다. 당시 합참의 설명에 따르면 그림에 보이는 1번 경로는 서울 북부지역까지 남하한 후 북상하다 포착 상실됐습니다. 합참이 제시한 자료를 들여다보면 인천국제공항이 표시되지 않는 등 지금의 지도와는 사뭇 다른 부분을 포착할 수 있는데, 50여 년 전 지도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1번 경로가 서울 중앙을 가로질렀다는 사실입니다. 

기존 P-73 비행금지구역, 사진=AIM 항공정보관리체계

이번에는 P-73으로 알려진 '비행금지구역'을 지도에 표시해보겠습니다. 윤석열 정부 취임 이전의 비행금지구역은 청와대를 중심으로 반경 3.7km(A구역)와 4.6km(B구역)로 설정(위 사진 참고)됐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기존의 P-73(A,B)은 해제되었고, 대통령실(전쟁기념관) 중심으로 반경 3.7km와 과거 사저였던 아크로비스타 반경 1.8km가 임시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그러다 대통령 부부가 한남동 관저로 이전하면서 대통령실 인근인 '전쟁기념관'과 관저 인근인 '남산 야외식물원' 반경 2해리(3.704km)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됐습니다(아래 사진 참고). 

현재 비행금지구역, 사진=국토교통부 서울지방공항청 '드론 원스톱 민원서비스' 캡처

비행금지구역의 좌표를 지도에 정확히 표시해보겠습니다. 국토교통부의 항공고시보(NOTAM)와 수도방위사령부 담당자에 따르면, 첫 번째 구역의 중심은 전쟁기념관 인근으로 "북위 37도 32분 09초, 동경 126도 58분 38초(37°32'09.0"N 126°58'38.0"E)"입니다. 두 번째 구역의 중심은 남산 야외식물원 인근으로 "북위 37도 32분 32초, 동경 126도 59분 43초(37°32'32"N, 126°59'43"E)"입니다. 두 위도ㆍ경도를 기준으로 반경 3.7km를 그려보겠습니다. 2해리를 킬로미터로 변환하면 3.704km인데, 지도에서 정확히 반영하기는 어려워 3.7km로 잡았습니다(아래 사진 참고). 

취재진이 정확한 좌표를 바탕으로 대통령실ㆍ관저 인근 비행금지구역을 표시했다. 사진=카카오맵 캡처

비행금지구역을 지도에 표시했으니, 이번에는 합참이 공개한 북한 무인기 항적도를 그대로 지도에 옮겨 넣었습니다(아래 사진 참고). 북한의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전이라고 가정했을 때, 해당 자료만 봐서는 침범 사실을 확정짓기 어렵습니다. 애초에 합참이 탐지와 소실을 반복하고 정확한 지표를 바탕으로 하는 지도를 공개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검증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하단의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북 무인기가 금지구역 상부를 스쳐지나간다고 볼 여지는 있습니다.

전쟁기념관과 남산 야외식물원을 중심으로 반경 3.7km를 표시한 뒤, 합참이 공개한 북 무인기 식별 경로를 지도에 그대로 입혔다. 사진=뉴스톱

결과적으로 지난 5일 조선일보가 복수의 정보소식통을 통해 북 무인기가 용산 인근까지 들어온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하면서, 야당의 의혹제기는 '사실'로 판명됐습니다. 군 당국도 당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진입 사실을 전날 보고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결과와 관계없이 언론에 공개된 북 무인기 항로 자료와 비행금지구역의 위치를 확인해 비교한다면, 누구나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건 사실입니다. 당시 김병주 의원 뿐 아니라 일부 언론에서도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해 대통령실 일대를 촬영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정부 여당이 제기한 '북한 내통 색깔론'은 무리수였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인이 30분만에 비행금지구역 진입 여부를 알 수 있는지 여부는 확인이 안됐습니다만, 주어진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그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기에 대체로 사실로 판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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