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국수 5분, 당면 10분, 티백 2분... 중금속 위험기준??

실생활 조건으로 실험해야

  • 기사입력 2023.01.13 15:45
  • 최종수정 2023.03.07 12:23
  • 기자명 선정수 기자

중금속 위험을 줄이려면 녹차 티백을 2분 이상 우려내면 안 되고, 당면은 10분 이상, 국수는 5분 동안 삶아야 중금속이 제거된다고 합니다. 필부필부의 블로그 글도 아니고 버젓한 매체들이 보도한 기사입니다. 과연 사실인지 뉴스톱이 팩트체크했습니다.

출처: 조선일보 홈페이지
출처: 조선일보 홈페이지

 

◈국수는 5분, 당면은 10분 이상 삶아야?

조선일보는 2019년 8월1일 <중금속 섭취 줄이려면 "녹차티백 2분만 우리고, 국수는 5분 삶아야">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아시아경제는 2019년 1월24일 <"녹차 티백, 2분 이상 우리면 중금속 위험">이라는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중금속 섭취를 줄이려면 녹차 티백은 2~3분만 우려내야 하고, 국수는 5분, 당면은 10분 동안 끓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건강매체인 코메디닷컴은 2023년 1월5일 <녹차 티백, 물 속에 몇 분? 무서운 ‘중금속’ 줄이는 법> 기사를 발행하며 윗 기사들과 같은 내용을 되풀이했습니다. 도대체 이런 기사들은 뭘 근거로 이런 보도를 내보냈을까요?

 

◈식약처 2차례 보도자료, “중금속 섭취 줄이는 법”

윗 부류의 기사들은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보도자료를 옮긴 것입니다. 식약처는 2019년 1월24일 “조리법을 바꿔야 중금속 노출도 줄일 수 있다”, 2019년 8월1일 “생활 속 중금속 섭취 줄이는 방법”이라는 보도자료를 각각 배포했습니다. 먼저 나온 보도자료는 중금속을 줄일 수 있는 조리법을 소개하는 내용이고, 나중 나온 것은 앞선 보도자료에 조리기구 사용 상 주의사항 등을 보탠 ‘확장판’ 성격입니다.

식약처는 “식품과 조리기구 등을 통해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중금속을 줄일 수 있도록 식품 조리 및 섭취방법 등 정보를 제공”, “소비자가 일상 생활 속에서 음식물을 통해 납이나 카드뮴, 비소, 알루비늄 등 중금속을 섭취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식품 가공, 조리방법을 바꾸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힙니다.

 

◈관행 따르면 중금속 위험?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중금속 섭취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우리가 관행대로 해오던 식습관과 조리법을 따르면 중금속 노출 위험이 크기 때문일까요? 뉴스톱은 식약처에 물었습니다. 식약처는 “관행대로 조리하고 섭취하더라도 건강에 위해를 줄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왜 중금속 섭취를 줄이는 방법을 소개한 걸까요? 이에 대해 식약처는 “중금속은 체내로 들어오면 잘 배출되지 않고 축적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가급적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차원에서 기획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17년 4월 식약처가 펴낸 “식품의 중금속 기준·규격 재평가 보고서”를 살펴보겠습니다. 납, 카드뮴, 비소, 수은, 메틸수은, 주석에 대해 정해진 기준을 재평가하는 내용입니다. 비소, 수은, 메틸수은, 주석은 현재 노출수준이 낮아 지속적인 오염도 조사를 실시하고 주기적으로 확인 관리하는 정도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납은 지속적으로 노출을 줄이기 위해 노출 점유가 높은 식품의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오징어, 갑각류(게, 새우 등), 사과, 더덕 등은 기준을 강화하고, 들깨와 미역은 기준을 신설키로 했습니다. 카드뮴은 과거 대비 노출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오징어, 더덕 등은 기준을 강화하고, 미역은 기준을 신설했습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해 파악한 일일 평균 섭취량과 식품의 품목별 중금속 함유량을 곱해 노출량과 위해도를 평가한 결과 납의 노출 위해도는 안전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다만 2021년 식약처의 중금속 5종(납, 수은, 카드뮴, 비소, 크롬) 통합위해성 평가(발간 등록번호 11-1471057-000491-01)에 따르면 1~2세 유아의 경우 납 노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식약처는 보고서를 통해 “5종의 중금속은 환경 오염물질로 주요 노출원은 식품으로 확인되었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식품을 통한 5종 중금속 노출 수준은 모두 인체 노출기준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안전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보도자료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보도자료

 

◈'당면 10분, 국수 5분 이상 삶기'는 왜 나왔나?

2019년 식약처 보도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식약처는 “국수는 끓는 물에 5분간 삶으면 카드뮴 85.7%, 알루미늄 71.7% 제거할 수 있으며, 당면은 10분 이상 삶아야 납 69.2%, 알루미늄 64.6% 제거할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합니다.

앞서 살펴 본 식품의 중금속 기준규격 재평가 보고서(2017.4)에 따르면 생으로 먹든 1분을 삶든 5분을 삶든 10분을 삶든 건강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입니다. 왜냐면 보고서의 위해성 평가는 조리전 식품의 중금속 농도와 평균 섭취량을 곱해서 구했으니까요. 조리 전 식재료를 기준으로 해도 중금속 노출 수준은 안전한 정도로 평가됐다는 결론입니다.

오래 삶으면 음식물의 중금속이 끓는 물로 녹아나와 최종 중금속 섭취량이 줄어든다는 식약처의 취지는 100% 이해합니다. 중금속 먹어봐야 좋을 것 없고, 몸에 쌓이고 빠져나가지 않아 장래에 어떤 병을 일으킬지 모르니까요.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죠. 그런데 저 실험을 했던 식약처 관계자는 국수를 5분, 당면을 10분 씩이나 삶아서 먹을까요?

국수(소면 기준)의 권장 조리 시간은 3분30초 정도입니다. 당면은 6분 정도이구요. 음식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면이 불어터지는 건 금방입니다. 면 요리할 때 삶는 시간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죠.

출처: 식품 가공방법별 유해오염물질 이행에 따른 안전성 연구(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2018)
출처: 식품 가공방법별 유해오염물질 이행에 따른 안전성 연구(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2018)

왜 우리 일상생활에는 적용되지 않을 실험방법을 사용했을까요? 보도자료의 기초가 된 원 실험 보고서를 살펴봅니다. 삶기 실험 조건은 국수와 당면 각 50g을 물 100℃ 끓는 물 1L에 넣고 3, 5, 10분씩 삶아 삶기 전과 후의 중금속 농도를 측정했습니다. 끓이는 시간이 길수록 끓는 물로 우러나오는 중금속 양이 늘어난다는 걸 보여주는 실험입니다.

실생활에서 국수 1인분은 100g으로 칩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6인분 정도 국수를 삶는다고 하면 600g이 되죠. 그럼 물은 실험과 같은 비율인 국수 50g 당 1L를 적용해 12L를 끓여야 하는 걸까요? 이렇게 물을 많이 잡고 국수를 삶는 집은 없을 겁니다.

뉴스톱은 왜 이렇게 비현실적인 조건으로 실험했는지 식약처에 물었습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실생활 조건을 고려해 실험을 설계했다면 좋았을 텐데 설계가 세심하지 못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실생활 조건에 맞는 실험을 한다면 국수 2인분 기준 권장 조리시간인 3분30초를 삶을 때 물의 양에 따른 중금속 제거 효율을 구하는 편이 나았을 겁니다. 그랬다면 국수 5분, 당면 10분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겠지요.

출처: 식품의 중금속 기준·규격 재평가 보고서(식품의약품안전처. 2017.4)
출처: 식품의 중금속 기준·규격 재평가 보고서(식품의약품안전처. 2017.4)

 

◈녹차 티백 2분 이하로 우려내야 안전?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험 결과에 대해 식약처는 “티백 형태의 녹차와 홍차는 섭씨 98℃에서 2분동안 우릴 경우 녹차는 약 20%, 홍차는 50% 정도 중금속이 나왔지만 10분이상 우려내면 중금속이 더 많이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녹차나 홍차 등 차류에 들어있는 카테킨, 비타민C 등의 생리활성 물질은 섭씨 90℃에서 2~3분 안에 대부분 우려 나오므로 차를 오랫동안 우려내는 것은 이로움이 적다”고 덧붙였습니다.

티백을 우려낼 때 2~3분이 넘어가면 좋을 게 없다는 뜻이죠. 그런데 2017년 식약처 보고서를 보면 납 노출량 평가 결과에 대해 “다류의 침출차는 평균 0.257 ㎎/㎏(불검출~2.996 ㎎/㎏)으로 가공식품 중 오염도가 가장 높으나 기준 이내임”이라고 밝힙니다. 안전하다는 말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안전하긴 하지만 더 안전하려면 티백은 2~3분 정도만 우려내달라는 이야기입니다.


뉴스톱은 "녹차 티백을 2분 이상 우려내면 안 되고, 당면은 10분 이상, 국수는 5분 동안 삶아야 중금속이 제거된다"는 다수 언론 보도에 대해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합니다. 중금속 노출 평가 결과 아무런 조치가 없이 일반적인 식습관과 조리법을 따라도 중금속 노출 정도는 위험수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금속은 체내에 들어와 잘 배출되지 않고 축적되기 때문에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현명한 일입니다. 그러나 식감을 해쳐가면서 국수를 5분, 당면을 10분이나 삶을 필요는 없습니다. 차제에 식품안전 당국은 우리 조리법과 식생활 등 현실에 맞는 실험을 다시 실시해 결과를 공개해 주었으면 합니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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