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UAE에서 사막여우 만나요?

페넥여우는 아니더라도...

  • 기사입력 2023.01.17 15:05
  • 최종수정 2023.03.07 12:23
  • 기자명 선정수 기자

대통령 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가 대통령의 UAE 순방에서 ‘사막여우’를 언급했습니다.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판여론이 일었습니다. 사막여우는 UAE 지역에 서식하지 않는데 알지도 못하고 함부로 이야기한다는 지적입니다. 뉴스톱이 확인해봤습니다.

◈아크부대 방문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 일행은 UAE에 파견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을 격려했습니다. 김 전 대표의 발언은 장병 격려와는 무관했지만 선의로 해석하자면 순방 지역에 대한 친밀감 표현 또는 어색한 분위기 깨기(ice breaking) 정도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발언은 이랬습니다.

▶윤 대통령= “여기 오다 보니까 산이 굉장히 많아요. UAE 들어오기 초입하고 그 전에 굉장히 산이 많아. 산악지형이.”

▶김 전 대표= ”여기 혹시 사막여우도 만나요 가끔?”

▶아크부대 관계자 =“에헤, 마마..많이 있습니다.”

▶김 전 대표=“많이 있죠? 그니까….으흐흐”

▶윤 대통령=“별 걸… 별 걸 다 알아….”

▶김 전 대표=“나는 주로 동물 좋아하니까….”

◈인터넷 반응

그러자 김 전 대표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몇몇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판이 일었습니다. 첫째는 거기까지 가서 사막여우를 찾아야 되냐는, 발언의 적절성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사막여우는 사하라 사막이 주 서식지라는 비판이 뒤를 이었습니다. 즉, 사하라 사막과 동떨어진 UAE 지역에서는 사막여우를 볼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출처: 보배드림, 82cook
출처: 보배드림, 82cook

◈사막여우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먼저 생물분류학에 대한 배경 지식을 쌓고 가야겠습니다. 생물분류학은 어떤 생물이 무슨 종(種)에 속하는지 따지는 학문 분야입니다. 학교에서 생물 시간에 ‘종-속-과-목-강-문-계’ 또는 이를 거꾸로 한 ‘계-문-강-목-과-속-종’을 외웠던 기억이 나실 분도 계실 겁니다.

우리가 ‘사막여우’라고 부르는 이름은 국명입니다. 국명은 각 나라에서 그 나라 말로 지어 붙인 이름입니다. 이와 별도로 학계에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학명이 존재합니다. 라틴어로 이름을 짓고요, 속과 종의 이름을 붙이는 ‘이명법’으로 작명합니다. 작은 머리에 비해 귀가 엄청 크고, 눈이 똘망똘망한, 어린왕자와 이야기를 나눴던 바로 그 녀석입니다. 학명은 바로 ‘Vulpes zerda’ 입니다.

사막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사막여우’, 다시 말해서 사막에서 사는 모든 여우가 ‘사막여우’인 것은 아닙니다.

‘Vulpes zerda’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Ⅱ급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동물입니다. 이 때문에 수출입 및 거래, 소유가 엄격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뤼펠여우(또는 흰꼬리모래여우)입니다. 아래쪽 사진이 사막여우라고 부르는 '페넥여우'(Vulpes zerda)입니다. 쉽게 구분하실 수 있나요? 
출처: iNaturalist Network

◈’사막여우’는 UAE에 살고 있나?

“여기 사막여우도 많나요?”라고 묻는 김 전 대표에게 아크부대 관계자는 “많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부대 관계자가 직접 목격했거나 목격담을 전해 들었으니 나온 대답이겠지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위기종 적색목록(The IUCN Red List of Threatened Species)을 살펴봅니다. ‘Vulpes zerda’의 서식지역을 살펴봅니다.

지도 상에는 사하라사막이 펼쳐진 아프리카 북부와 중동과 아프리카 대륙이 연결되는 시나이반도 북부까지가 서식처로 표시됩니다. UAE가 위치한 아라비아 반도에서 ‘Vulpes zerda’의 서식 가능성에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IUCN은 “아라비아 반도에서 이 종의 발견 보고는 지역에서 사용하는 이름과 뤼펠 여우의 아라비아 지역 아종의 어린 개체 중 일부가 하얗고 큰 귀를 가진 특성 탓에 불명확하다”고 밝힙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을 통해 본 사막여우의 서식지. UAE가 속한 아라비아 반도는 사막여우의 서식지로 표시되지 않는다. 출처: IUCN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을 통해 본 사막여우의 서식지. UAE가 속한 아라비아 반도는 사막여우의 서식지로 표시되지 않는다. 출처: IUCN

◈사막여우 말고도 사막에 여우는 많다

사막여우, 즉 학명이 ‘Vulpes zerda’인 녀석을 물었던 것이라면 UAE 지역에는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아크부대 관계자가 사막에서 여우를 봤을 가능성은 큽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선 멸종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붉은여우’(Vulpes vulpes)를 비롯해 ‘뤼펠여우’(Vulpes rueppellii) 등이 UAE 지역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니까요.

부대 관계자가 '사막여우'의 국명과 학명을 따져 'Vulpes zerda'는 여기서 보지 못했다라고 말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합니다. 대통령 부인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UAE의 사막지역에도 여우가 살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두바이 현지 매체들도 여우의 출현을 전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으니까 말이죠. UAE의 영자매체인 걸프뉴스는 "UAE에 살고있는 여우는 모두 4종"이라며 "아라비아 붉은여우, 블랜포드여우, 뤼펠여우, 모래여우"라고 설명합니다.


대통령 부인이 해외 파견 부대를 방문해 군인에게 야생동물 조우 여부를 묻는 것의 적절성을 따지지는 않겠습니다. 그건 팩트체크의 영역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UAE 지역에서 야생 사막여우(Vulpes zerda)를 만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정합니다. IUCN은 사막여우의 서식지를 사하라사막과 시나이 반도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아라비아 반도에서의 서식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UAE 사막 지역에서 야생 여우가 살고 있냐고 묻는다면 답변은 YES 입니다. 현지 언론과 IUCN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현지엔 4종의 여우가 살고 있습니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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