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여성 민방위 의무화 법안 발의... 통과되면?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1.3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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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이 여성도 의무적으로 민방위 대원으로 조직되도록 하는 내용의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일각에선 젊은 남성의 표심을 겨냥한 ‘표퓰리즘’ 또는 ‘남녀 갈라치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톱은 여성 민방위 의무화 추진에 대해 분석해 봅니다.

출처: 김기현 의원 페이스북
출처: 김기현 의원 페이스북

◈김기현, “여성도 민방위 의무 져야” 법안 발의

김 의원은 2023년 1월 30일 국회에 민방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현재 20~40세 남자인 국민인 조직 대상을 ‘국민’으로 바꾸는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여성도 의무적으로 민방위 대원으로 조직되도록 하는 거죠. 임산부, 유산 또는 사산한지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여성은 조직 대상에서 제외되는 예외규정도 존재합니다.

김 의원은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재난에 대한 예방·대비 및 대응 등에 관한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여 인명구조, 진화·수방 및 그 밖의 응급조치, 피해시설의 응급복구, 기타 구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여 국가적 재난으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더욱 두텁게 보호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제안 이유를 설명합니다.

출처: 권인숙 의원 페이스북
출처: 권인숙 의원 페이스북

◈권인숙, “불안과 갈등 부추겨”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전쟁국면으로 사회를 이끌려는 윤정부의 의도를 반영한 위험한 행보다. 또한 지지율이 떨어지면 들고 나와 반등을 꾀하는 ‘여가부 폐지’의 국방 버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권 의원은 “예기치 않은 각종 재난이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민방위 대상에 여성의 포함 여부는 필요하다면 논의해볼 수 있는 사안이다. 이를 포함해 국가의 재난안전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과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은 뒤로한 채 전쟁을 부추기고 특정 세대, 특정 성별을 겨냥하는 포퓰리즘적 발상은 참담하다. 정부와 여당은 불안과 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평화를 위한 고민을 제발 시작하라”고 지적합니다.

출처: 수원시청 홈페이지
출처: 수원시청 홈페이지

◈현재 여성 민방위 대원 5100명

여성 민방위 의무화에 대해 찬반이 존재하는 것과 별개로 지금도 여성 민방위 대원이 존재합니다. 현행 민방위기본법 18조 ②항은 여성도 지원해서 민방위 대원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17세 이상(미성년자는 친권자 동의 필요)은 민방위 대원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지역 민방위대는 거주지 읍면동장에게, 직장 민방위대는 직장 민방위 대장에게 편입 지원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행정안전부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이런 식으로 지원해 민방위 대원이 된 여성이 전국 5100명 정도라고 답변했습니다.

여성 민방위 대원들도 교육 훈련에 참여합니다. 민방위기본법 시행규칙(32조)은 지원 대원에 대한 교육과목과 내용을 일반 대원과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선 시군구는 별도의 교육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르면 지원(여성) 민방위 대원에 대한 교육 내용으로는 ▲민방위 시설장비 점검, 재난·안전 위험지역 예찰활동 등 지역사회 안전지킴이 역할 ▲민방위 사태 시에는 현장수습·복구 초기대응 및 신속대처를 위한 자발적 지원역할 수행 ▲내 주변 소화기·소화전·비상대피시설·비상탈출구 위치 확인, 완강기 사용법, 비상대피실·공동주택 경량칸막이 비상탈출법 등 ▲국민재난안전포털, 안전디딤돌 앱 소개 및 설치·활용법 등을 정하고 있습니다.

출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출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입법 전망... 통과되면 어떻게?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여성 민방위 의무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다지 커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제출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임산부 등을 제외한 모든 여성들은 20세부터 40세까지 민방위 대원으로 편성됩니다.

민방위 대원으로 편성되면 교육훈련을 받아야 하고, 불참하면 3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일반 대원들은 1~2년차에 연간 4시간, 3~4년차에 연간 2시간, 5년차 이상이면 연간 1시간 교육을 받습니다. 현재 민방위 대원으로 편성된 여성 대원들은 시군구 자체 계획에 따라 워크숍 등의 형태로 교육을 받고 있는데, 여성 민방위 의무화가 실행되면 남성 대원과 동일한 교육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행정안전부는 이에 대해 “현재까지는 세부 실행계획을 논하기엔 이른 단계로, 국회 입법 추진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민방위 내실화가 먼저

과거 민방위 훈련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싸늘했습니다. 생업에 바쁜 사람들 불러다 놓고 함량 미달의 교관들이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 경우가 많아 입길에 자주 올랐지요.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집합 교육이 사라지고 사이버 교육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올해부터는 다시 집합교육이 부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행정안전부는 <민방위 대원이 알아야 할 20가지> 등의 내용을 담은 표준 교재를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민방위 제도 ▲민방위 단위대 별 임무 ▲전시, 재난시 상황별 행동요령 등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맞춤형 교육이 되도록 지역 유형도 도시 공업단지 원전지역 농촌 해안지역 산악지역 접경지역 등으로 나눠놓고 있습니다.

1년차 교육은 민방위 대원 개인들에게 상황전파대, 대피통제대, 인명구조대, 소화대, 지원대, 화생방대 등의 임무를 부여하고 임무에 따른 행동요령을 숙지하도록 하는 체험형 실습 위주의 교육이 권장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탓에 사이버 교육으로 진행되다보니 정작 교육 참가자들은 동영상을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기 일쑤입니다. 교육 참여자 상당수는 무슨 내용으로 교육이 진행되는지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여성 민방위 의무화 추진과는 별개로 현행 민방위 교육이 내실있게 진행되도록 하는 게 먼저일 것 같습니다. 

출처: 행정안전부 홈페이지
2022년 민방위 표준교재. 출처: 행정안전부 홈페이지

◈스웨덴, 덴마크, 이스라엘, 대만

해외 여러나라들이 민방위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스웨덴, 덴마크, 이스라엘, 대만 등이 남녀 모두 의무적으로 민방위 대원으로 편성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기현 의원은 "여성들의 군사기본교육은 전시에 여성 안전을 지킬 최소한의 지식을 제공하며,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에 대해 일종의 전쟁 억지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 의원은 '여성 민방위 의무화'를 여성 군사기본교육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여성에게 국방의 의무를 지우는 것, 더 나아가서 여성 징병제 도입에 대한 타당성은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전시 또는 재난 상황에서 응급조치 및 대피 방법 등 구호 및 생존 훈련을 하도록 하는 것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상황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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