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아주까리 기름' 먹으면 깐족대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2.0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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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눈에 띄는 발언이 하나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장관은 참기름, 들기름 안 먹고 아주까리 기름 먹어요?”라고 물은 겁니다. 왜 국회의원이 대정부질문 시간에 장관이 무슨 기름을 먹는지 물었을까요? 뉴스톱이 알아봤습니다.

 

출처: 정청래 의원실
제작 뉴스톱. 사진 출처: 정청래 의원실

◈”장관은 아주까리 기름 먹어요?”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청래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답변 태도를 지적하며 아주까리 기름을 먹냐고 물었습니다. 당시 녹취록을 잠깐 옮겨 봅니다.

정청래 의원: 윤석열 대선 당시 후보가 이런 얘기를 했어요. 손실이 많이 나서 집사람이 증권사를 옮기고 선수 이 씨와 절연했다. 이거 허위사실 유포 아닙니까?

한동훈 장관: 저는 이 사안의 내용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지를 못합니다. 검찰에서 지금 투명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청래 의원: 불리한 건 모르는군요.

한동훈 장관: 제가 이 사안을 하나하나 말한다면 제가 이재명 사안을 물어봐도 다 하나하나 답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정청래 의원: 장관. 장관은 참기름, 들기름 안먹고 아주까리 기름먹어요?

한동훈 장관: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정청래 의원: 아주까리 기름. 왜 이렇게 깐족대요?

한동훈 장관: (웃음)

정 의원과 한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질문과 답변을 하던 도중에 튀어나온 말입니다. 정 의원은 한 장관의 답변 태도가 못마땅했고, 독특한 비유법을 꺼내들었습니다.

출처: 부산지방식약청
출처: 부산지방식약청

◈아주까리와 그 기름

아주까리는 전국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한해살이 풀입니다. 열매를 피마자라고 부르는데, 식물 전체를 피마자라고 통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린잎을 따서 말린 뒤 나물로 먹기도 했습니다. 열매에 지방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주로 기름을 짜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짜낸 기름은 등화용, 고급비누재료, 화장원료, 공업염료의 용매, 인주용 등으로 일상생활용품 생산에 광범위하게 사용됐습니다.

출처: 식품공전
출처: 식품공전

대한민국 식품공전(식품의 기준 및 규격)을 찾아보겠습니다. 식품위생법은 이 식품공전에 규정되지 않은 식품을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제조ㆍ수입ㆍ가공ㆍ사용ㆍ조리ㆍ저장ㆍ소분ㆍ운반ㆍ보존 또는 진열할 경우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식품공전에 따르면 아주까리(피마자)는 잎 부분만 식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주까리 기름은 판매하면 안 되는 것이죠.

실제로 2009년 부산지방식약청은 아주까리 기름을 식용으로 판매한 업체 3곳을 적발하고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당시 식약청은 “피마자는 인후 및 식도 작열감·구토·설사·경련·용혈·간장 및 신장손상·황달 등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르신들은 아주까리 기름을 머릿기름으로 인식하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방에선 설사를 유발하는 하제용도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아주까리 열매에는 리신이라는 독성 단백질이 포함돼 있어 절대로 날로 섭취하면 안 됩니다. 식품공전이 아주까리 ‘잎’만을 식용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출처: 정청래 의원 페이스북
출처: 정청래 의원 페이스북

◈아주까리 기름을 먹으면 깐족대나?

정 의원은 한 장관에게 “아주까리 기름. 왜 이렇게 깐족대요?”라고 물었습니다. 한 장관의 답변 태도를 깐족거린다고 여긴 정 의원은 그 원인을 아주까리 기름 섭취에서 찾습니다. 아주까리 기름과 깐족거림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한의학, 민간요법, 관용구 등을 찾아봤지만 아주까리 기름과 깐족거림과의 연관성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뉴스톱은 발언자인 정청래 의원에게 직접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대정부 질문에서 본의 아니게 아주까리 기름이 화제가 되었네요. 아주까리 기름이 건강에 효험이 있군요. 어디에 좋은지 알려드리니 각자 활용바람”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아주까리 기름은 함부로 먹으면 안 됩니다. 아주까리 기름 판매하면 처벌대상 됩니다. 아주까리 기름과 깐족거림의 연관성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관용구가 아닌, 정 의원의 개인적 경험에서 나온 비유법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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