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청년 기본소득 실험'은 왜 꼭 필요한가

  • 기자명 고동현
  • 기사승인 2019.03.0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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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기본소득’ 형태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뒤 많은 논란이 일었다. 직후 쏟아져 나온 보도 제목들만 살펴 보면 마치 서울시가 곧 서울시의 모든 청년들에게 조건 없이 월 50만원을 지급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비용 면에서도 엄청나고, 그동안 우리나라의 복지 체계 상에서도 전례 없는 이런 제도를 갑자기 도입하려는 것이라면 논란이 일어나는 것도 당연하다.

실제로 “청년 대 중장년 세대 중 어느 쪽이 더 힘든가”, “수당이 필요한가 아니면 일자리가 필요한가”, “현금 지원이 더 필요한가 복지 제도가 더 필요한가” 등 여러 논점을 두고 기사와 댓글 등을 통해 논쟁이 일었다. 민감한 제도일수록 논란이 더 많이, 충분히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래야 정책 주체가 여러 의견들을 수렴해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제도로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다소 불필요한 측면이 있었다. 서울시 청년수당을 ‘청년수당 2.0’으로 개편하자는 제안은 민간독립연구소 LAB2050과 서울연구원이 지난 1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대한민국 전환의 전략 청년수당 2.0과 정책실험’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당시에도 이 내용을 자세히 보도하며 의미를 분석한 보도들이 있었다. 지난 19일 보도 이후 마치 이 제도가 급히 시행되는 것처럼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니다.

<1월 23일 정책토론회 이후 관련 보도>

국민일보 — “삶 안정성 있어야 혁신” 서울형 청년 기본소득 실험 나온다

세계일보 — 청년에게 한달 50만원씩 2년간 준다면?

오마이뉴스 — “20대 청년수당 아깝다고? 50대 ‘부모수당’ 이기도”

경향신문 — “청년수당, 선진국 ‘기본소득’처럼 지원하자


다음은 서울시 청년 기본소득에 대한 8가지 핵심적 질문과 답변이다.

의문① 서울시가  청년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인가?
→2년간 실험 후 도입하자고 전문가들이 서울시에 제안을 한 상태다.

간단히 설명하면,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청년기본소득 형태의 청년수당 2.0 정책실험 안>은 현행 서울시 청년수당을 ‘조건 없는 청년 기본소득’의 형태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에 대해 2년간의 정책실험(Policy Experiment)을 해 보자는 것이었다. 청년수당은 2016년부터 서울시가 처음 도입할 때만 해도 낯선 개념이었으나 청년 세대의 취업난, 고용불안과 저임금, 학자금 대출 부담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져 왔다. 고용노동부가 서울시 청년수당과 유사한 형태로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를 만들어 올해부터 운영하기 시작했고, 여러 지자체에서도 청년 구직활동 지원수당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너도나도 청년수당… 정부 2000억 풀고 지자체 9곳서 준다)

LAB2050의 제안은 청년수당에 구직 활동 조건을 붙이지 말고, 스스로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등의 제한 없이 보편적인 제도로 시행하는 것이 정책 효과 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는 가설을 담고 있다. 다만, 아직 검증된 바가 없으므로 2년간 정책실험을 해 본 뒤 효과성을 따져보고 도입하자는 것이다. 즉, 이 정책실험 안은 “20대 모든 청년에게 조건없는 소득이 보장되었을 경우 청년들의 일과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우리 사회의 역동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설계됐다.  

서울시 거주 중인 만 19~29세 청년을 대상으로 3개의 실험 집단(총 2400명)이 구성된다. 3개의 실험집단은 취업자와 미취업자가 동일한 비율로 구성되며, 조건 없이 2년간 매달 50만원씩을 받는 집단(800명), 근로소득만큼 수당이 차감되는 집단(800명), 아무 수당도 받지 않는 ‘통제(비교)집단’(800명)으로 나누었다. 이 실험의 지급 총액은 2년 간 최대 192억 원이다.

<표1>기본소득 방식의 청년수당 정책실험 모형

 

의문② 청년 세대를 지원할 필요가 있나? 
→혁신적 사회경제체제 전환을 위해 필요하다. 

정책실험이라 하더라도 200억 원에 가까운 세금을 쓰면서 청년 지원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은 남는다. 그동안 청년 세대는 ‘한창 일할 나이’이므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이유가 없고, 현재 미취업 상태라 하더라도 ‘곧 취업해서 장기간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것이므로 구직 보조 정도 외에는 지원할 필요가 없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경제가 더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저성장’이 일반적인 상태인 ‘뉴 노멀’ 시대라는 인식 하에 청년들의 삶을 보면  이미 이전 세대와 달라진 점들이 보인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이며, 불안정한 환경과 상황 때문에 ‘N포 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위축돼 있는 것이다.

LAB2050이 2018년 10월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율성/영향력/안정감을 갖추고 있으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자신에게 다소 불리하더라도 공동체 전체를 위한 결정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은 ‘적극적 시민 유형'은 모든 세대 중 20대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나는 창의적이다'라는 질문에 동의하는 수준도 20대가 가장 낮았다. (안정·자율·영향 갖춘 ‘적극적 시민 유형’,청년 세대(20대)가 가장 적다_LAB205) 같은 설문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를 물었을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꼽은 비율이 20대에서 26.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전체평균 19.1%). 혁신이 창의성에 대한 확신과,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를 통해 발휘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20대의 창의성에 대한 불확신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사회 전체의 역동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자유안정성과 혁신, 청년수당 2.0 제안_최영준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혁신에 따라 기존 직업의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과, ‘플랫폼 노동’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전망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기본소득 낯설지만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 63%_한국일보). 그런 면에서 청년에게 국가가 기본소득과 같은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이 자유안정성을 높이는 출발점이 되며, 혁신적 사회경제체제로 전환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자유안정성과 혁신, 청년수당 2.0 제안_최영준).

 

의문③ 청년 지원 정책 이미 많지 않나?
→청년 지원 정책 많지만 구멍도 많다.

청년 문제가 심각하게 떠오르면서 많은 청년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청년수당, 청년구직활동지원금과 같이 대부분 선별적이고 근로조건과 연계되어 있다. 서울시 20대 청년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19~24세 12.83%, 25~29세 39.87%에 달했으나, 서울시의 경우 2018년 기준 20대에 고용보험 가입자 중 단 5.4%만이 실업급여를 받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_재정패널조사 10차 자료, 고용노동부_고용보험통계)

고졸 청년의 경우는 20대 초반에 취업전선으로 들어가야 하므로 기존의 청년수당의 지원 체계에 거의 들어가지 못 한다. 2017년 청년수당 수혜자 중 약 60%가 4년제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었다. (올해 청년수당 선정자 5000명 살펴봤더니_중앙일보) 또한 청년 정책의 초점이 취업 전후에 맞춰져 있어 대학에 다니는 청년들도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비와 생활비를 벌거나, 학자금 대출(12.6%) 등의 빚을 내기도 한다.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청년의 비율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년층 내에서는 19~24세 청년의 빈곤율이 7.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4~29세 청년의 빈곤율도 7.1%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에 반해 30~34세의 경우는 빈곤율이 거의 절반 수준인 3.7%로 떨어진다. 이 지표만 보더라도 20대가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의 빈곤 실태:청년, 누가 가난한가_한국보건사회연구원_2017)

부모로부터 받는 경제적 지원 수준. (2017,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

 

의문④ 모든 청년부자청년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을까?
→선별 지원하면 행정비용이 발생하고 '복지함정'도 우려된다.

청년 세대에게도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가난한 청년을 먼저 지원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부자 청년에게도 소득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을까? 우선 청년들이 부자인지 아닌지 선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존의 복지제도처럼 가구주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독립한 1인 청년가구가 많이 포함될 것이다. 이 경우 부모는 부자인데 혼자 살아서 빈곤 가구로 판단될 수도 있고, 부모가 부자가 아니라서 독립하지 못하는 청년은 지원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부자 청년을 선별하기 위한 행정비용과 관련된 논란은 아동수당 도입 당시에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상위 10%를 선별하기 위한 행정 비용이 770억~1150억원이 소요되어, 10%에게 지급하는 비용 1800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보건복지부, 보건사회연구원)이 나왔고, 올해부터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개편됐다. 가난한 청년이나, 실업자인 청년만을 선별하는 방식은 취업 의지와 계층 상승 노력을 저하시키는 ‘복지함정’을 야기할 수도 있다. ‘복지함정’은 일자리가 생기면 바로 수당이 끊어지므로 어느 정도 수준의 일자리가 생겨도 취업을 하지 않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는 줄어들고, 플랫폼 노동과 같이 단기적 일자리가 증가하는 요즘의 상황에서는 ‘복지함정’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의문⑤ 청년들에게 현금을 주면 유흥비로 쓴다?
→청년들이 유흥비로 쓴다는 근거는 없다.

청년들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은 인정하면서도 “청년에게 현금을 주는 것은 위험하다.”는 우려도 있다. 구직 또는 자기계발을 위해 쓰기보다는 유흥비 등으로 탕진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지원을 하더라도 사용처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다. 하지만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 역시 사용처 제한이 없지만 도입 당시에 이에 대한 논란은 거의 없었다. 그에 반해 청년수당과 청년구직활동지원금에 대해서는 “유흥비로 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특급호텔, 총포류 판매업, 카지노, 안마시술소, 주점 등에서는 사용이 불가’, ‘유흥, 도박 등 일부 업종이 제한’라는 제약이 붙었다. 여기에는 “청년이 술마시면 유흥이고, 중장년이 술 마시면 비지니스, 스트레스 해소”라는 식의, 청년을 의사결정에 있어서 미성숙한 주체로 보는 시각이 깔려있다. 그러나 실제로 청년이 다른 세대보다 지원금을 더 낭비할 것이라는 근거는 없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 참여자 분석 연구’ 보고서(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 따르면 서울시 청년수당 수혜자들이 지출한 항목 중의 비중은 생활비(식비·교통비·통신비·공과금·주거비 등)가 41.4%로 가장 높았고, 취업과 관련된 직접비용(학원비·취업 상담비·교재비 등)이 36.9%로 그 다음이었다. 한국보다 사회적 신뢰도가 낮다고 여겨지는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현금 지급 정책·실험을 분석한 세계은행(World Bank)의 연구에서도 현금 지급이 술과 담배 소비로 이어졌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의문⑥ 돈보다 일자리를 줘야 하지 않을까?
→생계안정성이 보장될 때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 보다 일자리라는 주장도 있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20대가 당면한 상황이 단선적이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20대는 일을 시작하는 시기, 지식과 역량을 축적하는 시기, 일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기, 가정을 이루는 시기, 군에 복무하거나 제대 후 사회로 복귀를 준비하는 시기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에 따라 삶의 형태와 필요는 다양하다. 만일  20대 시기에 당장의 생계를 위해 원하지 않는 일자리, 자신의 적성이나 잠재적 능력과 동떨어진 일자리에 진입해야만 하고 쉽사리 그만둘 수 없다면, 이는 그 사람의 삶의 만족도, 행복도 측면에서 부정적일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 차원에서도 부정적인 일이다.

또한 정부는 이미 일자리 창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 왔다. 그럼에도 일자리의 양은 물론 질적 측면에서도 성과를 거두지 못 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먼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쏟아져 나오는 일자리 정책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술발전으로 기존 일자리의 양과 질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생계의 안정성을 사회가 보장해 주었을 때 각자 원하는 일을 찾기 위한 준비를 하고,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이 정책실험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의문⑦ 일하는 청년들을  지원해야 하나?
→기본소득 덕분에 청년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지 검증해야 한다.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이번 정책실험은 지급실험 대상으로 취업자와 미취업자를 같은 비율로 포함한다. 기본소득과 같은 안전망이 생기면 원하지 않는 일자리에서, 혹은 위험한 일자리 환경에서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데 더 시간과 자원을 들일 것인지도 검증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근로 시간을 줄이더라도 육아, 봉사, 사회혁신,  정치참여와 같은 다른 의미 있는 ‘일’을 늘릴 것이고, 자발적으로 실업을 해도 생계에 대한 부담없이 새로운 일을 시도하거나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는 가설도 담고 있다.

기본소득 대상이 된다고 해서 무작정 하던 일을 그만두거나 구직 활동을 멈추는 사람들이 많으리라고는 예상되지 않는다. 기본소득으로 지급되는 월 50만원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수준으로, 국가에서 인정하는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급여다. 더 나은 일자리를 선택하는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하던 일을 무조건 그만둘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LAB2050의 서베이 결과를 봐도, “어느 정도 소득이 주어지면 일을 그만둘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가 ‘500만원 이상’이라고 답했고, “다른 사람들은 어느 정도 소득이 주어지면 일을 그만두려 할까?”라고 질문했을 때도 ‘200~300만 원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얼마의 소득을 보장받든 일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의견도 약 15%로 나타났다.

어느 정도 소득이 주어지면 일을 그만둘 것인가?’에 대한 응답. (LAB2050 대국민 인식조사, 2019)

 

의문⑧ 결국  다른 형태의 취업/창업 혹은 혁신 수당인가
→청년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지 볼 것이다

청년 기본소득 실험이 보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취업률, 창업의 숫자가 아니다. 청년의 일과 삶의 변화 전반을 볼 것이다.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청년 자신의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지(이직/취업/직무 전환 등), 이를 통해 청년 자신이 더 혁신적인 일을 하고, 사회 전반에 혁신이 활발해질 수 있는지를 볼 것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건강 상태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는지, 직장이나 학교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갈 수 있는지, 가족과의 관계, 연애, 결혼, 공동체 및 정치 참여 등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청년의 삶이 더 행복해지고,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가 증가하는 지를 볼 것이다.

청년수당 2.0 효과성 검증을 위한 정책실험 설계안

 

 청년이 먼저인가?

다시 왜 청년인가의 질문으로 되돌아 왔다. 중년부터 중장년, 노인까지 모두 힘들다고 하는데 왜 청년이 먼저일까? 청년기에 어떤 기회를 가지고, 어떤 안정성을 확보하느냐는 그 영향이 이후의 삶에 계속해서 누적된다. 지금과 같이 정규직, 비정규직 일자리 간의 간극이 커지고, 소수만이 지속적인 안정성을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이미 태생적으로 안정성을 더 가진 청년들이 더 크고 튼튼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식으로 이중화가 심해질 수 있다. 그리고 여기 들어가지 못 한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의 포기를 통해 가정을 이루지 못 하고, 가정이 없기 때문에 더 취약한 안전망 속에서 살아가는 악순환 속에서 노후빈곤까지 이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청년 세대에게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은 이 대상자의 중장년, 노년까지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청년에게 수당을 지급하면 현재의 중장년층을 지원하는 효과도 있다. 소득이 불안정한 자녀들을 지원하기 위해 중장년층의 소득 및 자산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대학 교육 비용은 물론 취업 준비 비용까지 부모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은 우리 사회는 사실상 중장년층에게 청년 세대에 대한 부양 의무를 지우고 있는 셈이다.  이는 40,50대가 생계와 일자리에 많은 부담을 가지고, 노후 준비에도 소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만일 청년 기본소득 제도가 있다면 중장년이 스스로를 위해 쓸 수 있는 소득도 커질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기초연금이 도입되면서 자녀세대로부터 부모 세대로의 사적이전이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20만원이 지급된 2013년, 2014년에 대한 연구 결과 기초연금을 수급하는 노인의 이전소득 중 사적이전의 주요 소득원인 자녀보조금이 약 4만원 정도 감소했다. (2015년도 기초연금의 사회·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_2015_국민연금연구원)

제조업 고용위기, 서비스업 구조조정 등으로 일자리를 잃는 중년, 중장년에게도 당연히 보편적인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현재의 실업급여,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실업부조와 같은 제도로는 지금처럼 전 산업에서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 시대를 지탱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복지국가인 핀란드에서 실업자를 대상으로 기본소득 형태의 실험을 한 이유다(왜 ‘복지 천국’ 핀란드가 분배제도 혁신 실험을 하는가). 일자리를 통해 복지와 소득을 보장하는 시스템 자체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기본소득을 그 대안으로 실험하고 있다(넥스트 오바마는 기본소득에서?: 기본소득 정책실험 동향).

아직까지 어느 나라에서도 청년 세대에 대한 보편적 기본소득 실험은 실시된 적이 없다. 이미 한국 사회의 청년은 다른 사회가 경험한 적 없거나 처음 겪고 있는 문제에 당면해 있다. 우리 사회가 먼저 청년 기본소득을 실험해보고 그 효과를 검증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청년 기본소득 실험이 그 기점이 된다면, 중년, 중장년 기본소득, 기초연금을 넘어선 노인 기본소득도 논의해 볼 수 있다.

참고 자료

‘서울시 청년수당 확대 방안 보도에 대한 LAB2050의 입장’

자유안정성과 혁신, 청년수당 2.0 제안_최영준_대한민국 전환의 전략, 청년수당 2.0과 정책실험

청년수당 2.0 효과성 검증을 위한 정책실험 설계안_구교준_대한민국 전환의 전략, 청년수당 2.0과 정책실험

청년관련 논의_이승주(2019, 미공개 자료)

청년 기본소득이 50대에게도 중요한 이유는?

LAB2050, ‘기본소득 방식의 청년수당 정책실험’ 제안

나는 왜 청년기본소득 실험을 제안하는가

왜 모든 청년에게 50만 원씩 지급?…실험 성공할까?_KBS

고동현 팩트체커는 민간연구소 LAB2050 연구원이다. 경제학과 금융, 응용통계학을 공부했고 한겨레경제연구소와 서스틴베스트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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