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스쿠터 사고시 업체·정부·본인 중 누가 책임져야 하나

  • 기자명 황장석
  • 기사승인 2019.03.0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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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가 병원에 입원했다. 공유스쿠터를 빌려 타다가 도로에 움푹 패인 곳에 걸려 넘어졌다. 재수 없게 다리가 부러졌다.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니 당장 회사 출근도 못하게 됐다. 김 씨가 다친 건 누구 책임인가. 패인 도로를 피하지 못한 김 씨 본인, 아니면 이런 도로 환경에 스쿠터를 풀어놓은 업체, 그도 아니면 엉망인 도로를 보수하지 않은 시청.

김 씨는 가상의 인물이다. 그런데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사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샌프란시스코 이웃에 있는 도시 오클랜드에서 공유스쿠터 영업 허가를 둘러싸고 시청과 업체들이 이 문제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오클랜드 시청과 공유스쿠터업체의 갈등

현지신문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공유스쿠터업체들과 오클랜드 시청이 영업 허가 협상을 하면서 대립하고 있다. 도로 표면이 푹 들어간 팟홀(pothole)이나 파손된 보도블럭 같은 도로 상황 때문에 스쿠터를 타다가 사고가 나도 업체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문제다. 시는 업체들이 책임지라고 한다. 업체들은 그게 왜 우리 책임이냐며 맞선다. 버드(Bird), 라임(Lime), 리프트(Lyft), 레이저(Razor), 스핀(Spin) 같은 업체들이 단체로 시청 법률 담당부서에 서한까지 보냈다.

보도에 따르면, 업체들은 서한에서 시가 이례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많은 도시들이 공유스쿠터 영업 허가의 조건으로 시의 면책조항을 담긴 했지만 시의 직무태만까지 면책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또 시가 공공시설을 유지 관리할 책임까지 명시적으로 빼버린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다.

오클랜드보다 먼저 공유스쿠터 영업 허가를 내 준 샌프란시스코에선 시가 그 정도 요구를 하진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시는 사고가 날 경우에 대비해 업체가 보험에 들도록 했다. 사실 사고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면 영업 허가를 내주는 기관에서 보험 가입을 당연하게 요구한다. 스쿠터 이용자나 스쿠터와 부딪혀 다친 사람의 치료비와 손해 배상 등에 대비해 최소 200만달러 영업용 자동차보험 가입에 가입하도록 하는 등 관련 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또 영업 허가의 조건으로 요구한 내용에 공유스쿠터 영업(업체의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인적 물적 손실과 비용, 클레임, 책임 등으로부터 면책을 받는다는 조항도 포함시켰다.현행 법에 따라 면책이 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업 허가와 관련해 추후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서 시는 책임이 없다면서 영업 허가를 내줬다. 여기까지는 오클랜드 시가 요구하는 항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예외 조항도 들어 있었다. 시가 해야 할 일(예컨대 도로 보수, 관리 등)을 태만히 하거나 의도적인 위법행위를 한 것이 사고 발생 원인일 경우는 면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도로 관리 소홀로 사고가 날 경우까지 업체더러 책임지라고 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샌프란시스코시엔 전기공유스쿠터 문제가 새로운 골치거리로 등장했다. 출처: KPIX CBS SF Bay Area

왜 무리한(?) 요구를 했을까

오클랜드 시가 도로 파손 등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까지도 업체들이 책임을 지라고 요구한 배경도 이해는 간다. 그 중 하나는 이 도시의 도로 사정이 엉망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도로와 보도 파손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주민들의 소송에 대응하느라 쓴 예산이 수 십만 달러였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2017년 5월엔 시장이 주민들에게 도로 파손 현장을 보면 곧바로 모바일앱으로 신고해 달라고 호소했을까. 현지방송 뉴스리포트를 보면 파손이 심각한 도로가 곳곳에 널려 있고 그 중에서 겁이 나서 다니기 힘든 곳은 아예 다른 도로를 이용해 우회하고 있다는 주민 인터뷰가 등장할 정도다. 공유스쿠터 영업 허가를 내준 뒤에 이런 도로 상황 때문에 사고가 빈발하고 소송이 제기되면 시가 경제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 오클랜드 시의 '오버액션' 배경엔 스쿠터 사고가 큰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미국에서 공유스쿠터를 타다가 다친 사람이 몇 명인지,이용자가 몇 명인데 그 중 몇 퍼센트가 다쳤는지, 스쿠터와 부딪혀 다친 사람은 몇 명인지 등의 종합적인 조사는 나온 건 없다. 특정 기간 공유스쿠터와 관련한 부상 사례를 분석한 첫 번째 연구라는 평가를 받은 논문이 나온 게 불과 지난 1월의 일이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의대 연구팀의 분석이었다.

 

부상자 3분의 1이 구급차에 실려와

미국 의사협회 저널 '네트워크 오픈'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2017년 9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샌타모니카에 있는 UCLA 병원 응급실, LA의 UCLA 캠퍼스에 있는 병원 응급실 두 곳에서 치료를 받은 스쿠터 사고 환자 249명을 분석했다.

그런데 연구 결과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은 사람들 중 3분의 1이 구급차에 실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다치면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부상자의 92%는 스쿠터 이용자였고 8%는 달려오는 스쿠터에 부딪히거나 걸어가다가 거리에 놓여 있던 스쿠터에 걸려 넘어진 사람들이었다. 부상 부위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됐는데, 머리를 다친 경우가 40%로 가장 많았다. 골절이32%, 멍 들거나 삐거나 찢어지는 부상이 28%였다. 부상자 가운데 스쿠터를 탈 때 헬멧을 쓰고 있었던 사람은 4%에 불과했다.

출처: 플리커

인기는 급등, 우려도 비등

공유스쿠터 영업을 허용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도시 산호세(San Jose, 국립국어원 표기 새너제이). 시내 중심부에 있는 산호세주립대가 최근 캠퍼스 내에서 공유스쿠터를 포함한 전동스쿠터와 전기자전거 탑승을 금지시켰다. 지난해 여름부터 이 학교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에게 전동스쿠터(대부분 개인용이 아니라 빌려타는 공유스쿠터) 관련 민원이 100여 건 접수된 게 금지 조치의 배경이 됐다.

달리 보면 그만큼 공유스쿠터가 인기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이 대학 주변 도로를 지나면 업체 이름이 새겨진 공유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학교 주변 곳곳에 공유스쿠터가 세워져 있다. 등장한 지 1년도 안 됐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전체로 봐도 불과 1년 여 만에 60여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런데 산호세주립대의 경우에도 이용자 대다수는 자전거전용도로나 도로 가장자리가 아니라 보행자 통행로에서 타고 다닌다. 헬멧을 쓰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다.한 달에 10일 정도 갈 만큼 종종 학교 주변을 지나면서 목격한 개인적 경험담이다. 보도에서 타는 건 명백히 규정 위반이다. 다만 헬멧 착용은 대부분의 경우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 법 개정으로 캘리포니아에선 올해 1월부터 18세 미만인 경우가 아니면 전동스쿠터를 탈 때 헬멧을 쓰지 않아도 된다.

 

소송에 걸린 '공유스쿠터 안전' 문제

안전 문제는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로스앤젤레스카운티법원에 주민 9명이 공유스쿠터업체 두 곳과 스쿠터 제조업체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캘리포니아에서 공유스쿠터가 이용자, 보행자, 일반 시민의 건강과 안전, 복리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는 이유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이었다. 아무렇게나 스쿠터를 방치하고 자전거전용도로나 차도가 아닌 보행로에서 스쿠터를 타도록 방치하는 등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핵심이었다.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는 이들이 밝힌 피해 현황이 들어 있다. 일부만 보면, 2018년 7월 3일 로스앤젤레스카운티에 사는 한 소년은 공유스쿠터를 탄 사람과 부딪혀 앞니 8개 다치고 입술이 찢어져 꿰매는 수술을 받았다. 다른 여성은 7월 13일 보행로에 세워져 있던 스쿠터 3대에 걸려 넘어져 왼손 손목과 손가락, 갈비뼈를 다쳤다. 한 남성은 9월 21일 스쿠터 가속장치가 갑자기 작동되지 않으면서 도로에 넘어져 갈비뼈, 무릎, 팔꿈치, 엉덩이 등을 다쳤다.

 

공유스쿠터 위험 부풀려진 측면도

공유스쿠터가 인기를 끌면서 위험성이 부풀려진 측면도 있다.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보행자 사고에 비해 공유스쿠터가 더 사고 위험이 높다는 근거는 아직 제시된 게 없다. 지난해 10월 현재 7개 업체에서 1만1851대의 공유스쿠터를 서비스하는 텍사스주 오스틴 시에서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우려가 지나친 측면도 엿보인다(오스틴 시는 연방정부에 지원을 요청해 심층조사를 하고 있다).

오스틴 시는 지난해 9월 29일부터 10월 31일까지 한 달 동안 일어난 모든 교통사고를 분석했다. 예상 가능하듯 1528건의 사고 중 압도적으로 많은 1404건이 자동차 사고였다. 공유스쿠터 사고는 가장 적은 14건이었다. 자전거 사고는 35건. 당시 서비스하는 공유스쿠터 숫자는 7389대였다. 같은 시점의 오스틴의 자전거 숫자는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2011년 현재 자전거로 통근하는 직장인 숫자만 8206명이라는 조사 결과는 찾을 수 있었다. 적어도 자전거보다 공유스쿠터가 사고에 취약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업체들이 안전 이용 캠페인을 강화하고 부분적으로 헬멧을 나눠주고 있기도 하다.

자동차로 이동하기엔 가깝지만 걷기엔 먼 거리를 이동하는 편리한 수단이자, 타는 재미가 있는 놀이기구 같은 공유스쿠터. 안전 문제가 점점 중요하게 다뤄지는 상황에서 공유스쿠터 영업 허가를 두고 오클랜드 시와 업체들은 어떤 타협에 이르게 될까. 택시만 있던 세상에 우버가 등장하면서 그랬던 것처럼 공유스쿠터도 새로운 편의와 더불어 고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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