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문제제기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9.03.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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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은 인공지능, 기후변화, 뇌과학, 자율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미래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기획 ‘미래 지식을 담다, 미래담론 <미담>’을 연재한다. 각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들과 김준일·강양구 뉴스톱 팩트체커의 대담으로 구성된 <미담>은 지식콘텐츠 팟캐스트다. 방송녹음은 2018년 8월에 이뤄졌다. 대담의 풀 버전은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청취할 수 있다. 

 

“언젠가 인간을 능가하고 넘어서는 능력을 발휘하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나올까요?”

철학자이면서 인공지능 전문가인 김재인 박사(경희대 교수)의 답은 회의적이다.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의 저자인 김 박사는 미래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뉴스톱>의 기획 <미래 지식을 담다, 미래담론 미담> 1회에 출연해 현재 인공지능의 수준이 “구체적인 문제에 대응하는 솔루션을 찾는 것”을 수행할 뿐이라고 보았다. 바둑 밖에 두지 못하는 ‘알파고’처럼 특정한 문제를 인간보다 잘 풀 수 있는 인공지능, 바로 ‘약 인공지능’에 아직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SF영화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등에서 그려진, 의지와 자유를 갖고 인간을 지배하는 수준의 능력을 발휘하는 ‘강 인공지능(초 인공지능)’이 출현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김 박사는 그에 대해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이지, 과학과 기술의 영역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철학자 김재인 경희대 교수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첫째는 공학적 이유다. 이세돌 9단이 바둑을 둘 때 사용하는 에너지는 20w에 불과하지만, 알파고가 소모하는 전력량은 100만w에 달한다. 인간의 뇌처럼 효율성을 갖춘 인공지능 기계를 만들려면 최소 전력량을 5만 배 이상 높여야 하는데, 이는 공학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알고리즘의 이유다. 인간과 달리 컴퓨터는 오류가 발생할 때 작동을 멈출 뿐, 아직 스스로를 고쳐가며 작동하는 알고리즘을 구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인공지능의 미래가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할 것이라는 공포가 만연하지만, 김 박사에 따르면 아직 인공지능에는 한계가 많다. 예컨대, 성별 구분이 없는 터키어를 구글에서 영어로 번역하면 “He is a doctor. She is a nurse”로 산출한다. 의사는 남성, 간호사는 여성이라는 현실 세계의 선입견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오류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기존의 영어 데이터 용례에만 기반해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한 결과물만을 도출해내는 한계다. 인간 사회의 편견과 고정관념이라는 현실마저 그대로 반영할 뿐, 인간처럼 스스로 판단하는 경지에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인공지능의 머신러닝에 사용되는 데이터는 항상 과거”라면서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인공지능이 처리한 제안은 바뀔 수 없다는 것이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금 전 세계는 인공지능의 기술을 토대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인간의 일자리는 기계에 의해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의 무인 매장에서 인간의 노동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시대다. 인간의 육체노동, 감정노동의 수요가 줄어들고, 자연히 사라지는 일자리의 수와 종류가 훨씬 많을 것이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만의 능력을 사용하는 일이다. 무인 매장에서 유일한 인간 노동자의 일은 미성년자의 주류 구매를 방지하기 위해 사람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자연스러운 능력이지만, 문제를 스스로 파악하고 해결하는 일은 아직 기계가 수행할 수 없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능력을 발휘하는 영역의 일은 미래에도 유효할 수 있다.

김 박사는 “(인간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시키는 일을 잘 하는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일을 시키는 일’이 중요해진다. 일을 시키는 일이란 “현상을 포착하고 문제를 정확하게 정립해 (기계에) 시킨다”는 뜻이다. 결국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고 정리해 처리를 지시하는 일이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는 것이다. 김 박사는 “옛날(우리 사회)에는 문제제기를 하면 이야기를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문제제기를 많이 하는 것을 서로 권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학교 교육 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인간의 고유한 노동 영역을 남긴다고 해도, 인간의 노동이 전반적으로 쇠락하고 구매력이 떨어지는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사회의 복지 제도다. 김 박사는 “기업주도형 기본소득과 정부 및 사회주도형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그는 “기술 발전의 결과는 인류 전체의 공”이기에 “기업에 과실이 집중돼선 안 되고 사회 전체의 잉여, 이윤으로써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 미학, 철학을 두루 섭렵했지만 “안착하지 못 했다”는 김 박사는 그러나 자신의 이력이 오히려 인공지능을 맞이하는 시대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전통적 사고방식과 달리,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종합적이고 다양한 방면에 대해 창의적인 사고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제기한 논리학, 공학, 사회학, 교육학 등 온갖 이슈들을 누가 종합해 다룰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제 멋대로 살아온 사람이 다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그때 갖게 되는 관심들을 놓지 말고,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붙잡고 할 수 있을 때까지 파보고, 시들해지면 다른 데로 가고, 계속 재미있으면 하고, 이런 방식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전통사회와 달리 이제 새롭게 구성되는 사회에서는 조건 자체가 달라지고 있어요. 이제 다른 삶을 살아아죠.”

 

※ 뉴스톱 기획 ‘미래를 담다’, 네이버 오디오 클립 채널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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