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문 대통령 후쿠시마 사고 관련 거짓말” 이언주 주장은 사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3.2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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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난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핵에 대한 공포심을 일으키기 위해 근거 없는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사 3건와 블로그 글 1개를 링크하며,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이 가운데에는 “국민의 재산을 지켜주긴 커녕 근거없는(대통령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1000명 넘게 죽었다고 했다가 일본정부의 항의에 바로 사과했지요. 유엔보고서에 의하면 그로 인한 사망자가 한명도 없는 거였는데 말입니다ㅜㅜ) 거짓말로 사기핵공포를 일으켜 탈원전으로 에너지안보, 에너지자급, 산업경쟁력, 원전수출생태계 모두 파괴했습니다”며 문 대통령이 근거 없는 거짓말을 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 의원은 주장의 근거라며 블로그 글을 링크했다. 해당 글은 ‘[‘가짜뉴스’ 만든 정치인]① ”2011년 日후쿠시마 원전사고로 1368명 사망“ 주장한 대통령 문재인(上)’이라는 제목의 글로, 온라인매체인 <펜앤드마이크>의 기사가 원문이다. <펜앤드마이크>는 탄핵 심판 중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 인터뷰를 진행해 유명해진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전 주필이 대표로 있다.

이 의원의 ‘근거 없는 거짓말’이라는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대통령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1000명 넘게 죽었다고 했다.
② 일본정부의 항의에 바로 사과했다.
③ 유엔보고서에 의하면 그로 인한 사망자가 한명도 없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2011년 3월11일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과 곧이어 들이닥친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수소폭발과 방사능이 유출된 사고다. 가동 중이던 원자로의 핵분열은 자동으로 긴급 억제됐지만 전력공급 중단으로 냉각시스템이 마비됐다. 이 때문에 핵연료봉이 고열에 노출돼 수소폭발이 일어났고, 방사능 물질이 묻은 수증기가 외부로 유출됐다. 이로 인해 모두 2만여 명의 희생자가 생겨났고, 후쿠시마 원전 폐로까지는 40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언주 의원의 주장에 대해 하나씩 팩트체크 해보자.

① 문 대통령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1000명 넘게 죽었다고 했다.

사실이다. 해당 발언은 2017년 6월 19일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기념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날 기념사 가운데, “특히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는 너무나 치명적입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지진에 가장 잘 대비해온 나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2016년 3월 현재 총 1,368명이 사망했고, 피해복구에 총 22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 것이라고 합니다. 사고 이후 방사능 영향으로 인한 사망자나 암환자 발생 수는 파악조차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기념사 전문)

문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은 이 의원의 두 번째 주장과 연결된다. 경향신문의 2017년 6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 지지통신이 ‘일본 외무성이 한국 대사관 참사관에게 문 대통령의 발언은 올바른 이해에 기초한 게 아니어서 매우 유감이란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고,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연설팀의 착오’로, “원전 관련 사망자 수인데 연설문에서 ‘관련’ 자를 뺐다”며 “실무적으로 실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간동아도, '일본 <도쿄(東京)신문>이 2016년 3월 6일자에 후쿠시마 사고 후 지역민들의 힘겨운 피난살이를 소개하며, “지금도 9만9000여 명이 객지생활을 하고 있는데, 건강이나 질병 악화로 죽은 이가 1368명”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김수현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이 “도쿄신문 보도를 보고한 것이 맞다. 후쿠시마 원전 관련 사망자라고 했어야 하는데 ‘관련’이란 글자가 빠지는 바람에 오해가 생겼다. 이 때문에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간담회에서 ‘관련’이 빠져 오해가 생겼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②일본정부의 항의에 바로 사과했다.

거짓이다. 일본 정부가 항의한 것은 맞지만 바로 사과했다는 내용은 없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연설팀의 실수였다’고 해명했을 뿐이다. 특히 근거로 든 펜앤드마이크 기사에도 그런 내용은 없는 것을 감안하면 이 의원은 두 번째 주장은 거짓이다.

 

③유엔보고서에 의하면 그로 인한 사망자가 한명도 없다.

절반의 사실이다. 이언주 의원은  “유엔보고서에 의하면 그로 인한 사망자가 한명도 없다”는 주장의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추정컨대UNSCEAR (United Nations Scientific Committee on the Effects of Atomic Radiationㆍ유엔방사능영향과학위원회)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2013년 발간한 보고서와 이후 조사 연구 논문들을 추가해 2017년에 발간한 백서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후쿠시마 주민은 전체적으로 암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원전 30km반경 내의 유아에 한해 갑상선암의 증가가 확인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으나 현재로서는 데이터가 부족해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조사 연구 논문들을 추가 분석해 발간한 2017년 백서는 2013년 보고서를 뒤집을만한 특별한 것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인의 경우 피폭량이 적어 사망자와 급성질환자는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세 번째 발언은 전체 문장을 보면 ‘대체로 사실’로 볼 수 있지만, ‘사망자가 한 명도 없다’에 중점을 두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원전 복구작업에 참여한 노동자가 돌연사 등으로 사망한 사건이 연이었고, 처음에는 돌연사, 의문사 등으로 피폭과의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던 일본정부도 7년 후인 2018년 9월 처음으로 피폭으로 인한 사망임을 공식 인정했다. 또 후쿠시마 지역의 갑상선암 확진 아동이 평균 발병률의 5배 이상 늘었고, 백내장·협심증·뇌출혈·폐암·소장암 등에 걸린 환자가 크게 늘었다. 소장암 환자는 4배가 늘었고, 전립선암에 걸린 사람은 3배가 늘었다.

UNSCEAR이 핵발전소 확대에 기여하는 성격의 자료를 수집·정리해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에 전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국제핵마피아’ 가운데 하나라는 주장도 있다.

정리하면 ‘문 대통령이 해당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정부에 사과한 적은 없으며, 유엔보고서에 의하면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가 없지만 실제로는 사망자가 있다’로 요약할 수 있다. 해당 문장들을 액면 그대로 반영하면 ‘절반의 진실’, 배경이나 이면을 감안해 판단하면 ‘대체로 거짓’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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