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낙태죄 폐지되면 낙태율 증가?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4.1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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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되면 낙태율 올라간다”, “한진 조양호 회장의 사망은 현 정부 책임이다”, “OECD국가 중 한국만 고교무상교육 없다” 이 가운데 ‘사실’은 무엇일까요?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SBS 방송화면 갈무리

1. 낙태죄 폐지되면 낙태율 올라간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를 두고 다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낙태에 대한 처벌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쪽은 핵심 논리로 낙태죄를 없애면 낙태율이 급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SBS와 KBS에서 확인했습니다.

“영국은 낙태죄 폐지하고 낙태율이 1천% 이상 늘었다”, 낙태죄 폐지 반대 국민연합의 최근 주장입니다. 2016년 낙태 건수를 낙태죄 폐지 전인 1967년 낙태 건수로 나눠서 계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계산을 하면 가임기 여성이 많고 적음에 따라 낙태율이 변할 수 있어 UN과 WHO(세계보건기구) 등은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가임기 여성 1천 명당 낙태 건수가 몇이냐”를 봐야 하는데 잉글랜드와 웨일스 정부 통계를 보면 낙태죄 폐지 후 230% 정도 낙태율이 오른 것으로 나타납니다. 1천%, 즉 10배로 늘었다는 것은 과장된 수치입니다.

어쨌든 2배 이상 늘었으니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2012년에 나온 낙태에 대한 법적 규제와 낙태율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낙태에 자유로운 나라일수록 실제로는 낙태율이 약간 떨어지는 추세로 나타났습니다.

전 세계 낙태 현황을 분석한 다른 보고서에도 낙태가 자유롭고 규제가 덜한 나라일수록 낙태율이 높지는 않았습니다. 낙태를 하더라도 공인된 의료기관에서 상담을 거치는 안전한 낙태 비율이 규제가 약한 나라에서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보고서>에 인용된 OECD 자료를 보면, 2010년 기준 한국의 ‘추정 낙태율’은 15.8‰인데, 낙태가 허용된 미국은 11.8‰(2015년 기준), 독일 7.2‰(2015년 기준), 벨기에 9.3‰(2011년 기준)으로 낙태가 허용된 국가의 낙태율이 더 낮게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우리나라보다 더 엄격하게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 칠레의 경우 0.5‰(2005년 기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 폴란드도 0.1‰(2012년 기준) 등으로 낙태율이 낮았습니다. 낙태죄 유무가 낙태율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 낙태죄 존치를 주장하는 측은 한국의 낙태율이 지금도 세계 1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도 계산 방식이 달라서 그렇습니다. WHO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낙태율은 2010년에는 15.8에서 2017년에는 4.8까지 떨어졌습니다. 비슷한 시기 세계 평균이 3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1위라고 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해 보입니다.

 

2. “한진 조양호 회장 사망, 문 정부 책임”?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실상 문재인 정권과 계급 혁명에 빠진 좌파 운동권들이 죽인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압수수색을 18번씩이나 하는 과도한 괴롭힘이 결국 고인을 빨리 죽게 만들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JTBC에서 확인했습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2015년 발의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는 “재벌의 비정상적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 법을 고쳐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를 하자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사람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이언주 의원입니다. 3년 전에는 “의결권 강화”하자고 했다가, 이번에는 “좌파운동권”과 “계급혁명”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국민연금은 2004년 법적 근거를 마련해 의결권을 행사해왔습니다. 2010년 이후로는 3300회 넘게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대한항공의 경우만 봐도 2013년과 2016년 주총에서도 조 회장 이사 선임을 반대했습니다.

다른 한진 계열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11년과 2014년, 2017년 3월, 한진 주총, 그리고 2014년과 2017년 3월, 한진칼 주총에서도 조 회장 선임을 반대했습니다. 현 정부 때 1회, 과거 정부 때 7회 반대를 했습니다. 같은 논리라면, 과거 정부도 ‘좌파운동권’입니다.

김무성 의원이 주장한 압수수색 18회에서 횟수는 대체로 사실입니다. 언론 보도로 파악한 숫자는 2018년 15회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14년에는 2회, 2015년 3호, 2016년과 2017년 각 1회씩 압수수색을 받았습니다.

횟수로만 보면, 이번 정권 들어서 압수수색이 많이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압수수색이 많은 것은 그만큼 혐의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진 총수 일가는 지난해 4월 조현민 전무의 폭행 혐의를 시작으로, 밀수, 관세포탈 등 8개가 넘는 혐의로 수사를 받았습니다.

‘물컵 사건’은 내부 제보로 시작된 것입니다. 이후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컸고, 또 다른 제보도 이어졌습니다. 당시 재계에서도 “기업들이 국민과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김무성 의원의 주장에는 그런 흐름과 맥락이 다 빠져 있습니다.

 

3. 상하이 임시정부 기념은 ‘이승만 지우기’?

1948년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에 오른 이승만은 앞서 1925년 임시정부 대통령직에서 탄핵됐습니다. 이 때문에 ‘1948년 건국론’자들은 임정 기념이 특정 정파가,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을 지우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KBS에서 확인했습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이승만의 실제 발언을 살펴보면, 이 주장의 타당성은 떨어집니다.

1919년 상하이 임정수립 두 달 뒤 이승만이 일왕에게 보낸 문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자주독립국가이다”, “대한민국 땅에서 일제는 물러가라”고 선언합니다. REPUBLIC OF KOREA 상하이 임정이 제정한 국호, 대한민국입니다.

1948년 5월, 제헌의회 의장이 된 이승만은 “기미년(1919년) 3․1혁명에 궐기해 처음으로 대한민국 정부를 세계에 선포했다.”고 말합니다. 또 두 달 뒤 이승만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취임사에 대한민국 30년 7월 24일, 이렇게 적었습니다.

임정 시절에도, 광복 후에도, 이승만은 1919년을 대한민국의 시작으로 거듭 강조한 겁니다. 이승만 정부 1호 관보에도 ‘대한민국 30년’이 명시돼 있습니다.

40년이 흐른 1989년, 상하이 임정수립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건 ‘상하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강조한 노태우 정부였습니다.

정리하면, “상하이 임정 기념은 특정 정파의 이승만 지우기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4. “OECD 국가 중 한국만 교교 무상교육 없다”

올 2학기 고교 3학년부터 단계적 고교 무상교육 시행이 발표된 가운데 네티즌 사이에서 “OECD 국가 중 고교 무상교육 안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를 두고 사실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데일리에서 팩트체킹했습니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무상교육이 제기될 때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법안 발의와 함께 OECD 발언을 했던 인물은 故 노회찬 전 의원입니다. 노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9월 고교 무상교육을 보장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법안 발의와 함께 “우리나라는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하지 않는 유일한 OECD 국가”라며 “그러나 민간 공교육비 비율은 매년 OECD 국가 중 선두를 앞 다툰다”고 지적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는 OECD 37개국 중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가 맞습니다. 이러한 환경에는 세금 문제, 정책 현황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유일하게 시행하지 않는 국가’인 것은 사실입니다. 학비 외에 별도로 소요되는 조세, 교통비, 식비 등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교육에 해당하는 단위에서 무상교육 정책 여부를 판단한 결과입니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교육부가 의뢰하고 숙명여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고교 무상교육 실현을 위한 방안 연구’에서 OECD 국가들의 고교 무상교육 현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5월 OECD에 가입한 리투아니아까지 총 36개국의 무상교육 범위를 밝히고 있는데 리투아니아와 함께 가입한 콜롬비아는 범위 안내에서 빠져있습니다.

그러나 주한 콜롬비아 대사관의 자료에 따르면 콜롬비아도 공교육 단위에서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나이까지 무상교육을 시행 중입니다. 교육부 자료 외에 OECD에서 자체적으로 발표하는 ‘Education Policy Outlook’에서도 국가별 교육 제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한국과 자주 비교되는 일본도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헌법과 교육기본법, 학교교육법에 근거해 시행되고 있는 의무교육 과정에, 2010년부터 공립고교 무상화를 더했습니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늦게 시작된 편입니다. 멕시코도 고교 무상교육을 비교적 최근에야 시행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지난 2012년부터 의무교육 기간을 14년으로 확장하면서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후기 중등교육을 무상 제공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미국은 국가 특성상 주마다 정책이 상이해 의무교육 기간이 10년부터 14년까지 다양하게 나뉘어있습니다. 19세기 메사추세츠 주에서 의무교육이 시작되어, 20세기 초까지 대부분의 주에서 의무교육과 무상교육 제도를 정착시켰습니다. 교육에 관한 정책 권한은 오로지 각 주의 헌법에 따라 결정되므로 연방정부가 간섭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스위스와 캐나다도 각 주에서 결정하는 무상교육 정책에 따릅니다.

고교 무상교육은 물론 대학까지 지원하는 곳도 OECD 중 16국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전면 정책보다는 조건부 혹은 국·공립 대학 위주로 시행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시행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 노르웨이, 리투아니아, 아일랜드, 핀란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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