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불법 회의 막은 건 선진화법 예외”?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4.29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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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 정당 간의 갈등이 커지면서 여러 확인되지 않은 발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정부에서 영화 어벤져스를 겨냥해 스크리상한제를 도입한다”는 주장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한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1. “불법 회의 막은 건 선진화법 예외”?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국회 선진화법을 어겼다며 한국당관계자 20명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선진화법은 회의를 방해하고 회의장 근처에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시설물을 부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인데 한국당은 선진화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SBS에서 확인했습니다.

SBS 방송화면 갈무리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사보임은 명백한 국회법 위반, 또 회의 시도는 불법, 국회선진화법 위반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다.”고 말했습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 본인이 원치 않았는데 사개특위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바꿔서 회의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주장입니다. 한국당은 불법을 막으려고 한 거니까, 선진화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선진화법 즉, 국회법 165, 166조 ‘국회 회의 방해죄’에는 “회의를 방해하다 사람까지 다치게 하거나 시설물을 부수면 7년 이하 징역까지 처할 수가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또 500만 원 이상 벌금형만 확정돼도 최소 5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조항을 적용 안 한다는 예외 조항은 없습니다. 설령 사보임에 불법성이 있어도 선진화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또 사보임이 불법이니까 회의 자체도 불법이라는 주장은 회의와 사보임은 별개 문제이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회의장 안에서 회의를 하려다가 충돌한 게 아니고, 주로 회의장 밖에서 안건을 못 내게 막다가 벌어진 일이라 ‘회의 방해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법조계 의견도 있습니다.

 

2. “국민사찰 공수처” “의원 500석 가능” 주장 팩트체크

자유한국당이 여야 4당이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권한과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국민사찰 공수처”, “의원 500석 가능”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에서 팩트체킹했습니다.

한국당이 주장하는 ‘국민사찰’ 개념부터 모호하다는 지적입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즉 고위관료·국회의원·판사·검사·경찰 등의 비리를 전담하는 수사기관으로 그 대상은 약 7000명 정도입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한다는 게 당초 민주당의 구상이었지만, 여야 4당은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 5100여명을 대상으로만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게 하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설령 한국당 주장대로 ‘사찰’이 일어나더라도 대상은 ‘국민’이 아니라 훨씬 좁은 개념의 고위공직자로 한정됩니다.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가미한 선거제 개편을 두고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청와대 앞 집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선 국민 여러분이 누구를 찍는지도 모르는데 맘껏 불어서 500석도 넘어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의석수 증감에 민감한 여론을 자극하려는 의도지만 거짓입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심상정 의원은 여야 4당 합의에 따라 의원 정수를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못 박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현행 300석 유지는 이미 지난달 공식화한 부분입니다.

 

3. 정신질환자, 범죄 가능성 더 높을까?

최근 진주아파트 사건으로 정신질환자들의 범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에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범죄율이 더 높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KBS에서 확인했습니다.

KBS방송화면 갈무리

결론부터 얘기하면 정신질환자들의 범죄 가능성은 전체 인구 범죄율에 비해 훨씬 낮습니다.

먼저 국내 통계를 보면, 정신질환자 천 명 중 1명꼴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전체 범죄율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옵니다.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범죄 중 강력범죄 비중은 10% 정도로 상당히 높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비중이 클 뿐, 만 명 당 발생으로 따지면 전체 강력범죄 건수보다 적습니다.

조현병만을 다룬 국내 범죄 통계가 없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통계 역시 한계가 있는 것을 감안해 국내외 문헌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다수의 연구에서 조현병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게 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는 “대다수 조현병 환자의 폭력 위험성은 작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조현병 환자가 저지르는 폭력 범죄의 절반 이상은 첫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일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결국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4. 페리호, 삼풍백화점 참사 보상 못 받았다?

국회에서 5.18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해 물의를 빚은 지만원 씨가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세월호 참사와 1993년 서해 페리호, 1995년 삼풍백화점 참사를 비교하며, 서해 페리호와 삼풍백화점 희생자들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데일리에서 팩트체킹했습니다.

지난 1993년 10월 10일 전북 부안 인근 해상을 지나던 여객선 서해 페리호가 정원 초과와 기상 악화, 무리한 과적으로 침몰했고 이 때문에 292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참사 발생 후 정부와 유가족 배상대책위원회 사이에서 보상금 협의가 오갔습니다. 당시 1인당 약 9200만원의 보상금을 책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합의가 일방적으로 진행됐다고 항의했고, 1994년 2월 1인당 9910만원으로 최종 타결됐습니다.

한편 정부가 일괄 지급하기로 했던 보상금 9910만원을 거부한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당시 서울지법은 “국가가 희생자 1인당 2억 원에서 4억 원씩 모두 24억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은 지난 1995년 6월 29일 갑자기 붕괴됐습니다. 부실공사와 불법 설계 변경이 원인이었으며, 희생자 502명, 부상자 937명, 실종자 6명의 대형 참사로 번졌습니다.

사고 직후 삼풍백화점 희생자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1995년 10월 16일부터 서울시와 함께 수차례 협상을 가졌습니다. 당시 서울시는 1인당 1억 7000만원을 제시했지만 유가족들은 1인당 2억 1000만원의 보상금을 제시했습니다.

보상금 문제는 이듬해까지 계속됐지만 결국 1996년 3월 12일 대책위는 총회를 열어 서울시가 제시한 1인당 1억 7000만원의 보상 방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1999년부터 원금 일부에 이자를 더해 갚아왔습니다. 총 금액은 원금 200억 원과 이자 95억 8000만원이었습니다.

결국 서해 페리호와 삼풍백화점 참사 모두 희생자 1인당 정부 차원의 보상금이 지급됐습니다. 지만원 씨의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5. 어벤져스 겨냥한 스크린 상한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상영 초기부터 역대급 흥행기록을 세우면서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박양우 문화체육부 장관이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을 하자 온라인 일부에서 “정부가 어벤져스를 겨냥해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한다”는 주장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에서 확인했습니다.

스크린 상한제를 둘러싼 논란과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국내외 영화를 불문하고 대규모 제작비를 들인 작품의 스크린 독과점은 영화계의 오랜 문제로, 지난 2016년부터 스크린 상한제를 제도화한 법안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관련 법안 4개가 국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2016년 10월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는데, 두 법안 모두 복합상영관에서 동일한 영화를 일정 비율 이상 상영하지 않도록 하는 스크린 상한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7년 11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대기업 직영 상영관에서 같은 영화를 40% 이상 틀지 못하도록 하는 더 구체적인 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때는 한국영화 ‘군함도’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있던 시기입니다. 당시 역대 최다 스크린인 2천27개 스크린에서 상영됐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전인 지난달 26일 박 장관 인사청문회를 기점으로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CJ ENM 사외이사를 지낸 박 장관이 일부 영화인들로부터 “스크린 독과점 금지에 소극적인 대기업 입장만 옹호했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박 장관은 이를 의식한 듯 인사청문회에서 “영화계도, 국회도 반대하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 해결을 정부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답변한 데 이어 취임 직후 영화계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스크린 독과점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현재 문체부는 지난 15일 발의된 민주당 우상호 의원의 영비법 개정안을 토대로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이 개정안은 스크린 독과점이 심한 주요시간대(13~23시)에 스크린 점유 상한을 50%로 규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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