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G는 7.5만원, 8G는 5.5만원...왜 이리 차이나나

  • 기자명 참여연대
  • 기사승인 2019.05.1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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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3일 정부와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 상용화를 선언했다. 미국 버라이즌보다 2시간 빠른 ‘한밤중’ 기습 상용화였다. 통신3사가 미리 확보해둔 몇몇 소비자를 중심으로 개통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상용화 소식을 듣고도 하루 건너뛴 5일에야 5G 개통이 가능했다. 통신3사가 확정·판매한 5G 요금제를 마주한 소비자들은 다시 한번 당황했다. 3사의 요금이 찍어낸 듯 똑같은 것도 의아했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5만5천원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었다.

 LG유플러스는 5만5천원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이 9GB(기가바이트)였지만 SK텔레콤과 KT는 8GB로 동일했다. 문제는 그 다음 요금제인 7만5천원(KT는 8만원) 요금제의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무려 150GB라는 점이다. 요금은 2만원 차이인데 데이터 제공량은 무려 142GB인 셈이다. 이를 본 소비자들의 반응은 다양했지만, 5만5천원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8~9GB인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윗 요금제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50GB나 100GB는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사진1> SK텔레콤 5만원대 요금제안 기사 댓글.

 

실제 5G 요금제별 데이터 1GB당 요금을 따져보면 7만5천원 이상의 고가요금제 이용자들은 데이터 1GB당 400-500원의 요금을 내는 반면, 5만5천원 중가요금제 이용자들은 6111원 또는 6875원의 요금을 내야한다. 같은 5G 서비스를 쓰면서도 내는 요금에 따라 13배가 넘는 비싼 요금을 내야하는 셈이다. 만약 3만-4만원대 저가요금제가 출시되었다면 그 차이는 더욱 심각했을 것이다. 2만원 차이에 데이터 제공량 142GB의 현격한 데이터 차이, 무려 13배 비싼 요금, 이러한 차별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표1> 이동통신 3사의 5G 요금제 비교

첫번째 이유는 이동통신 3사의 고가요금제 유도 정책이다. 월 정액만 보면 5만5천원 요금제와 7만5천원 요금제의 가격 차이는 2만원이지만 통상 24개월 약정계약이 이루어지는 통신서비스의 특성상 통신사의 수익차이는 (보조금이나 멤버십 등 기타 혜택을 제외하고 최대) 48만원으로 커진다. 이에 반해 초기 망구축 비용은 많이 들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은 줄고 효용은 증가하는 네트워크 산업의 특성상 데이터 제공량이 늘어나더라도 생산원가는 오히려 줄거나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즉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가입자를 늘리고 특히 고가요금제를 쓰도록 하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요금이나 멤버십, 보조금 등에서 10배가 넘는 ‘차별’을 두기는 어렵다. 데이터와는 달리 요금, 멤버십, 보조금은 수익과 직결되거나 마케팅비 등 별도의 지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동통신사는 10배 넘게 주더라도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오히려 이용자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데이터 제공량’으로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물론 멤버십이나 보조금 등의 혜택도 고가요금제 이용자일수록 더욱 크다.

 

그래도 위 인터넷 댓글들처럼 소비자들의 의문은 남는다. 고가요금제에 데이터당 가격이 더 싼 것은 그렇다쳐도 5만5천원대 요금제의 데이터 1GB당 요금을 1100원(50GB)이나 3000원 정도(약 20GB)로 하는 것은 불가능했을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할 것 같은 이 가정은 통신사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 이유는 <저가요금제 이용자의 ‘호갱’의 역사②>에서 자세히 분석해볼 예정이다. 

 

필자 김주호는 참여연대 민생팀에서 3대 가계부담(통신비, 대학교육비, 주거비) 해소와 소비자 권리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대기업본사의 갑질 불공정,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행위를 막고 상가법 개정 등 중소상공인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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