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섬유는 정말 합성섬유보다 환경과 건강에 좋을까

  • 기자명 박재용
  • 기사승인 2019.06.1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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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가 입는 옷을 만드는 섬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천연섬유인가 아니면 합성섬유(화학섬유)인가죠. 그리고 대개 합성섬유보다는 천연섬유가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일단 생산량을 한 번 살펴보지요. 2017년 통계를 보면 전체 섬유 생산량 중 합성섬유가 615억톤으로 65.8%를 차지하고, 면이 254억톤으로 27.2%. 레이온아세테이트가 54억톤으로 5.7%, 양모가 11.6억톤으로 1.2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비단이나 마 등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생산량이 극히 미미합니다. 전체적으로 합성섬유와 면이 전 세계 섬유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면은 대표적인 천연섬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 문익점이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목화씨로부터 대대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섬유였죠. 전 세계로 봐도 면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천연섬유입니다. ‘천연’ 섬유이기도 하고 또한 ‘식물성’ 섬유이기도 하지요. 식물성 섬유가 면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식물성 섬유에 비해 그 생산량과 사용량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거의 생산이 되질 않아 대부분 수입됩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면섬유에 대해 화학섬유보다 환경에도 이롭고, 몸에도 좋다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속옷의 경우 대부분 면으로 만듭니다. 그 외 간단한 티나 청바지도 모두 면직제품이지요. 이런 면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면화 생산량을 보면 2011/2012년 시즌에 중국이 730만톤, 인도 590만톤, 미국 340만톤, 파키스탄 230만톤 브라질 200만톤, 우즈베키스탄이 90만톤을 생산합니다. 이들 6개 나라가 거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거지요. 하지만 중국은 생산량이 세계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면화 수입역시 세계 최고입니다. 엄청난 인구도 인구지만 세계의 공장답게 면직물 가공도 워낙 많이 해서 자국에서 생산하는 면화만으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거의 전 세계 수입량의 1/3에 해당하는 양을 수입합니다. 중국의 면화 소비량이 전 세계 소비량의 40% 정도를 차지합니다(한국섬유산업연합회 ‘세계 면화 생산 및 수출입 현황과 가격변화’)

 

 

1989년(왼쪽)과 2009년 아랄해의 모습.

문제는 목화를 재배하는데 엄청난 물이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1kg의 면화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2만 리터의 물이 소비됩니다. 서울 시민 한 명이 소비하는 물의 양이 278리터인 것을 감안해보면 엄청난 양이지요. 현재의 러시아, 구 소련에서는 각 지역마다 특산작물을 심도록 강요했는데 중앙아시아는 면화 생산을 강제했지요. 그래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걸쳐 있는 아랄해가 끝장이 나버렸습니다. 한 때 아랄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면적이 큰 호수였습니다. 그러나 목화재배를 위해 물길을 인위적으로 돌려버린 결과 수량이 1/10로 줄어들어 버렸지요. 아랄해의 대부분은 현재 그냥 맨 땅입니다. 남아있는 호수도 염분이 높고 중금속과 농약에 오염되어 죽어버린 바다가 되었습니다. 

다른 문제는 목화 재배에 엄청난 살충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목화는 병충해가 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목화 재배 면적은 전 세계 농지의 5%에 불과한데 살충제는 전 세계 살충제의 25~35%가 소비되지요. 제초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땅이 오염되고 물이 오염되지요. 또한 화학비료의 사용 또한 어마어마합니다. 미국의 경우 전체 농업 면적의 1%를 차지하는 목화밭에 합성비료와 토양 첨가제, 고엽제 등 화학 물질 사용양이 미국 전체의 농지의 10% 가량 쓰입니다. 목화를 재배하는 농민들도 이런 물질에 노출되고 주변 생태계는 황폐화됩니다.

 

면화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미국을 제외하고 나머지 면화 생산국에서 주 담당자들은 가난한 소농이거나 소작인들입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면화 재배가 국가 경제의 핵심 산업 중 하나입니다. 재배된 목화는 모두 국가에서 독점으로 매입합니다. 자신의 밭이라고 목화 대신 다른 작물을 심을 수도 없습니다. 특히나 수확철인 9월부터의 3개월 동안은 아이들도 강제로 동원되어 노동을 하게 됩니다. 11살에서 17살 정도의 아이들이 적게는 50만 명에서 많게는 200만 명에 이르기까지 강제로 동원됩니다. 우리나라의 대우인터내셔널도 바로 이곳에서 아동노동에 의해 생산된 면화를 사들이고, 현지에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방직공장을 통해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강제 아동노동은 전 세계적인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지요. 인도에서도 면화는 문제가 됩니다. 인도는 농민의 빈곤자살이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전 기사에서 이 내용을 다룬 바 있습니다.

 

더군다나 면화를 면섬유 제품으로 만드는 데는 보통 20여 단계의 가공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 중 표백 과정에서는 다이옥신dioxin이란 발암물질이 발생할 수 있고, 수지가공과정에서는 발암의심 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사용됩니다. 방축pre-shrinking과정(세탁후 옷이 수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수축을 시키는 과정)에서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액체암모니아가 사용됩니다.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염색과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과하면서 섬유에 남아있는 유해 물질이 우리가 옷을 입는 동안 서서히 방출되어 인체에 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문제입니다. 중국이 전 세계 면화의 40%를 수입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중국의 섬유산업은 1980년대부터 연 평균 30%씩 성장했습니다. 티셔츠 10장 중 6장 이상이 중국에서 만들어지지요. 그 덕분에 티셔츠 가격은 아주 저렴해졌습니다. 농촌에서 몰려드는 농민공들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에도 끊임없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기 때문이지요. 이런 섬유노동자의 삶은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10년 동안 세계 의류 시장은 2배 이상 성장했고, 옷의 실제 가격은 떨어졌습니다. 우린 더 쉽게 옷을 살 수 있게 되었고, 더 쉽게 버리게 되었지요. 그래서 어떤 이들은 면섬유를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옷감’이라고도 부릅니다.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천연섬유는 레이온 즉 인견입니다. 인견이란 말의 뜻은 인조견직물, 즉 비단과 비슷하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비스코스 레이온Viscose rayon이라고 합니다. 면 조각이나 나무 종이 등을 화학용제로 녹여내서 실을 뽑아 씁니다. 원 재료가 천연에서 나온 것이니 천연섬유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이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가공과정에서 사용하는 용제들에 의한 노동자들의 산재가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시작은 미국이었습니다. 1900년대 초 미국의 레이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정신병적 장애와 신경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저항과 소송과 재판이 잇달아 일어났고 견디다 못해 레이온 산업은 일본으로 이전됩니다. 그 뒤 일본에서도 이황화탄소 중독 증세가 나타나면서 공장 노동자들에서 뇌혈관 장애에 따른 정신장애나 마비 환자들이 나오지요. 그리고 1968년 일본의 기계를 한국에 들여와서 원진레이온을 만듭니다. 1980년대 직업병 환자가 보고되었고 결국 산재 사망자 8명, 장애판정 637명이 발생합니다. 물론 당시 상황에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은 더 많았지요. 결국 회사는 1993년 폐쇄되고 기계는 중국으로 넘어가지요. 물론 중국에서도 공장 가동 중 온갖 질병이 한국 못지않게 나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인견은 모두 외국에서 생산한 원단을 들여와 가공하고 있습니다. 레이온의 역사는 그 곳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모진 삶과 떼어낼 수 없습니다.

 

세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모직물도 그리 친환경적이진 않습니다. 양을 대량 사육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축산폐수가 발생하지요. 요사인 사육과정에서 양에 대한 학대문제도 제기되곤 합니다. 가죽이나 오리 혹은 거위 깃털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합성섬유는 어떨까요? 면화처럼 물을 많이 쓰지도 않고 독성 살충제나 제초제를 뿌리지도 않습니다만 합성섬유가 완전한 대안이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인 합성섬유로 폴리아미드(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아크릴, 폴리우레탄 등이 있습니다. 폴리아미드, 즉 나일론은 스타킹이나 우산, 수영복, 스키복 등에 주로 쓰입니다. 폴리에스테르는 천연 섬유와 섞어서 옷을 만드는데 사용하지요. 아크릴은 양모 대신으로 사용되며 커튼이나 카펫 등에도 사용됩니다. 폴리우레탄은 흔히 스판이라고 하는 겁니다. 신축성이 좋아 여성용 속옷이나 수영복 등에 사용합니다. 합성섬유는 천연섬유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 비교적 오래 사용되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문제점도 있지요. 물론 섬유마다 장단점이 따로 있어 이들을 섞어서 사용하기도 하지요. 주로 면과 합성섬유의 혼방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합성섬유는 대부분 석유로부터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천연섬유보다 더 많이 발생하지요. 폴리에스테르의 경우 면직물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두 배가 넘습니다. 2015년 섬유용 폴리에스테르 생산과정에서 7억 5천 만 톤의 온실 가스를 내놨는데 이는 석탄발전소 185개와 맞먹는 양입니다. 물론 페트병을 수거하는 등 석유 화학 제품 폐기물을 재활용해서 합성섬유를 만들기도 합니다. 특히나 21세기 이후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한 환경 문제로 대두되면서 기존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정책이 많은 나라에서 강력하게 진행되면서, 이렇게 수거된 플라스틱을 이용해서 합성섬유를 만드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입니다.

 

더 큰 문제는 ‘미세섬유’입니다.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세탁기로 세탁을 하면 ‘미세섬유’라고 부르는 매우 작은 섬유 가닥이 나옵니다. 현미경으로나 겨우 보이는 아주 작은 일종의 플라스틱입니다. 세계자연보호연맹은 요사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해양 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미세플라스틱 발생량의 35%가 이렇게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Primary microplastics in the oceans Author(s): Boucher, JulienFriot, Damien). 미세섬유는 워낙 작아서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질 않습니다. 즉 전부 강으로, 다시 바다로 흘러갑니다. 이렇게 바다로 나간 미세섬유는 바다에 있는 독성물질을 흡착합니다. 마치 우리 옷에 잉크가 묻으면 지워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지요. 이런 상태로 바다생물에게 흡수됩니다. 일단 생물체 안으로 들어온 미세섬유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됩니다. 그리고 이 물고기들이 다시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거지요. 물고기의 내장에서 이런 미세섬유나 플라스틱이 발견되는 건 이제 아주 평범한 일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남해 연안은 특히나 이 미세플라스틱 오염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거제 진해 앞바다에는 1km3당 평균 55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있다고 합니다. 세계 평균보다 무려 8배나 되는 수치입니다.

그렇다고 소각을 할 수도 없습니다. 합성섬유의 소각과정에서는 다이옥신과 같은 유독물질들이 엄청나게 나오지요. 그리고 더불어 이산화탄소도 다량 나오게 됩니다. 만들 때도 이산화탄소가 나오고 탈 때도 이산화탄소가 나오니 참 문제가 아닐 수 없지요.

결국 문제는 합성섬유냐 천연섬유냐가 아니라 과다 소비의 문제입니다. 21세기 들어 패션산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 중 하나가 패스트패션(혹은 SPA)입니다. 패스트푸드에서 유래한 말이죠. 유행에 따라 빠르고 값싸게 생산되고 유통되는 옷들입니다. 자라ZARA, 망고Mange, 유니클로UNIQLO 등이 대표적이지요. 당시의 유행을 따르고 가격도 싸니, 유행이 지나면 쉽게 버려지기도 합니다. 삼성패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SPA 시장규모는 2008년 5000억 원에서 2017년 3조 7000억 원으로 10년간 7배 이상 급성장했습니다. 많이들 산거지요. 그리고 많이 쉽게 버리기도 합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8년 5만 4677톤에서 2014년 기준 국내 의류 폐기물은 7만 4361톤으로 50%가까이 증가합니다([디지털스토리] 옷 한벌 만드는데 고작 1주일…환경 파괴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21세기 들어 전 세계 의류 산업이 10배 이상 커지는데 그에 따라 의류 폐기물도 폭발적으로 증가하지요. 더구나 그 대부분은 패스트패션의 소재인 폴리에스테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행스럽게도 폐기물의 처리는 2002년경까지는 소각과 매립이 80% 가까이 되었지만 현재 60% 이상이 재활용되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옷이 재활용된다고 한들 그 과정에서 다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그렇게 재활용된 뒤에는 결국 폐기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합성섬유건 천연섬유건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물이 소모됩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합성섬유를 사용하는 것이나 천연섬유를 사용하는 것이나 모두 문제가 됩니다. 결국 세계 인구가 너무 많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과다하게 많은 옷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며 폐기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의류 구매량을 줄이고, 이미 구매한 의류를 좀 더 오래 입고, 낡아 버릴 때 재활용이 되도록 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선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것이죠. 물론 섬유 산업 자체의 다른 문제점들은 정책적으로 고민해봐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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