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감동근 교수는 '왓슨 프로젝트'에 참여했나 안했나

  • 기자명 강양구 기자
  • 기사승인 2019.06.17 10: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감동근 아주대학교 교수(전자공학과)의 ‘허위 이력’ 논란이 진행 중이다. 신영준 박사의 문제 제기로 촉발된 이번 논란을 놓고서 감 교수는 일부 이력 과장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또 그와 관련된 집필, 기고, 강연 등을 통해서 약 2년 동안 벌어들인 모든 수입을 공개하고, 그에 상응하는 1억3000만 원을 국제 구호 단체에 기부했다. 감동근 교수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신영준 박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등을 상대로 감 교수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또 일부 언론은 이 논란을 놓고서 ‘과학계의 심각한 스캔들’로 보도하고 있다.

감동근 교수는 <뉴스톱>에 '논문 인용 세계 1% 과학자? '학계 퇴출' 저널에 실렸다' 기고를 통해 학계의 논문 실적 부풀리기 관행을 지적한 바 있다. 감 교수가 본지 소속은 아니지만 '팩트체커'로 글을 쓴 적이 있다(뉴스톱은 팩트체크 성격의 글을 싣는 대부분 필자를 '팩트체커'라고 표기한다). 또 일부 언론이 이를 '과학계의 스캔들'로 보도하는 등 사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해 이번 사안을 팩트체크한다. 사안의 특성상 감동근 교수에게 직접 해명을 듣고 자료를 제출받은 뒤 진위를 검증하는 방식을 택했다.

 

1. 감동근 교수는 왓슨 개발에 참여했나?

IBM의 인공지능(AI) 왓슨은 2011년 2월 16일 미국의 유명한 퀴즈 쇼 <제퍼디>에 출연해서 두 명의 인간 챔피언을 꺾었다. 이 일은 2016년 3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기 전까지 가장 유명한 인공지능 이벤트였다. 당시 감 교수는 2007년부터 IBM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었다.

감동근 교수가 2007년 IBM에 입사하자마자 맡았던 임무는 인공지능 하드웨어의 중앙처리장치(CPU)로 이용되는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Power7) 초고속 입출력 시스템(high-speed I/O system)을 설계하고 분석하는 일이었다. 감 교수의 연구 결과는 IBM 서버 사업부(System Technology Group: STG)가 Power7 프로세스 기반 서버를 개발할 때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감동근 교수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금융 위기로 IBM 전사적으로 신규 채용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예외적으로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승진했다. 승진 직후에 IBM은 감 교수의 영주권 신청 절차를 진행했는데, 당시 매니저가 작성한 재직 증명서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문서 링크)

2011년 2월 26일 <제퍼디>에 출연한 왓슨은 Power7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Power 750 서버 여러 대로 구동했다. 감동근 교수가 2016년 5월에 펴낸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동아시아 펴냄)은 그의 이력을 소개하면서 “퀴즈 인공지능 왓슨을 개발했다”고 명시했다. 감 교수가 왓슨의 하드웨어 개발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니, 이 문장은 ‘허위 이력’이라고 볼 수 없다.

 

2. 감동근 교수는 ‘인공지능 전문가’를 자처했나?

먼저 이 질문부터 답해보자.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이 연구 주제로 논문을 펴낸 박사만 인공지능 책을 쓸 수 있는가? 아니다! 예를 들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역사학 전공자가 아니지만 <역사의 역사>(돌베개 펴냄) 같은 책을 펴냈고, 신영준 박사도 공학 전공자이지만 영어 학습 책 <빅 보카>를 펴냈다. 

그러니 감동근 교수가 인공지능 전공자는 아니지만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을 펴낸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감 교수가 자신을 ‘인공지능 전문가’라고 거짓말을 한 적도 없다.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 서문에서 감 교수는 명확하게 “나는 인공지능을 전공한 전문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 서문. 저자 감동근은 "나는 인공지능을 전공한 전문가는 아니다" "퀴즈 인공지능 왓슨과 관련된 일을 하기도 했다" "나는 최근 화두가 된 '딥러닝' 등 인공지능의 기계 학습 기법 자체를 연구하지는 않았다"고 서문에 밝힌 바 있다.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내용을 해설한 책이다. 감동근 교수는 이 책에서 알파고의 작동 원리뿐만 아니라 알파고가 둔 수의 의미와 이세돌 9단의 승부 호흡 등을 분석했다. 감 교수가 인공지능의 최신 연구 결과를 따라가며 공부해온 과학자인데다, 바둑 유단자(한국기원 공인 아마 5단)였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책이었다.

2016년 5월의 시점에 감동근 교수가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을 집필하고, 출판사가 이 책을 펴내고, 더 나아가 이 흥미로운 소재의 해설자로 언론이 그를 찾은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니었다. 인공지능과 바둑을 함께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시점에 대한민국에서 몇 명이나 되었겠나?

감동근 교수도 <뉴스톱>에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을 출간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이 대결의 의미를 궁금해 하는 사회적 요구가 많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자황 박사처럼 바둑 인공지능을 전공한 전문가가 없어서 (바둑도 알면서 인공지능에도 관심을 가져온) 어쭙잖은 제가 나서게 됐습니다.”

 

3. 감동근 교수는 왜 사과를 했는가?

신영준 박사는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의 “퀴즈 인공지능 왓슨을 개발했다”고 명시한 감동근 교수의 이력을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신 박사는 <제퍼디>에 출연한 왓슨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Deep QA 엔진) 개발을 주도한 데이비드 펠루치 박사의 확인 메일을 증거로 내놓았다.

앞에서 살폈듯이, 감동근 교수는 인공지능 왓슨의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그것을 구동하는 하드웨어(Power7) 개발에 참여했다. 그러니 펠루치 박사가 자신의 소프트웨어 개발 그룹에 감 교수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확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감 교수도 기회만 있으면 여러 차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감동근 교수가 2016년 알파고가 화제가 될 당시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왼쪽은 최초 3월 30일엘 올린 글이고 오른쪽은 4월 20일에 수정한 내역이다. 감 교수는 처음부터 본인이 인공지능 전문가가 아니라고 밝혔다. 감 교수는 오해의 소지가 있자 4월에 글을 약간 수정했는데 IBM연구소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본인의 하드웨어 연구가 왓슨 프로젝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혔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 감동근 교수가 사과한 이유는 무엇일까? 감 교수는 <뉴스톱>에 이렇게 입장을 밝혔다.

 

“(제가) ‘왓슨의 하드웨어와 관련된 연구를 했다’는 것은 틀리지 않은 표현입니다. 왓슨이 구동된 Power7 계열 서버가 개발되는데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왓슨의 하드웨어 개발에 참여했다’라고도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퀴즈 인공지능) 왓슨을 개발했다’고 한 것은 올바르지 못했습니다. 

왓슨의 요체는 아무래도 인공지능(Deep QA 엔진)이므로, 전후 맥락 없이 저렇게만 얘기하면 제가 마치 인공지능 개발에 참여한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제가 인공지능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은 제 졸저인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의 서문을 비롯해 많은 자리에서 밝혔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 전문가로 오해 받을 수 있는 발언을 했고, 또 그렇게 인식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바로잡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습니다.”

 

알다시피, 감동근 교수는 이런 사과와 더불어 사죄의 의미로 집필, 방송, 강연 등을 통해서 약 2년 동안 벌어들인 모든 수익 내용을 자세하게 공개하고, 그에 상응하는 금액(약 1억3000만 원)을 급하게 융통해서 국제 구호 단체에 기부했다. 짜깁기 책 몇 권과 어쭙잖은 경력 한두 개로 강연, 방송 등에 나서는 수많은 ‘전문가’가 난립하는 현실을 염두에 두면, 감 교수의 이런 행동은 과하다. 

<뉴스톱>의 결론은 이렇다.

1. 감동근 교수는 IBM 연구소에서 퀴즈 인공지능 왓슨의 하드웨어(Power7) 개발에 참여했다.

2. 감동근 교수의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해설하고, 바둑을 통해서 인공지능의 과거, 현재를 살펴본 책이다. 감 교수는 2016년 5월 시점에 과학자로서 이런 작업을 수행할 만한 적임자였다.

3. 감동근 교수는 퀴즈 인공지능 왓슨의 소프트웨어(Deep QA엔진) 개발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 교수는 <바둑으로 본 인공지능> 저자로서 집필, 방송, 강연 등을 할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4. 감동근 교수는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 서문부터 자신은 ‘인공지능 전문가’가 아니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자신의 사과대로 언론이 ‘인공지능 전문가’로 자신을 포장할 때, 일부 이를 적극적으로 시정하지 않았다. 이를 놓고 감 교수는 사과와 함께 사죄의 의미로 약 1억3000만 원을 기부했다.

참고로 뉴스톱은 이 문제를 촉발시킨 감동근 교수와 신영준 박사의 논쟁과 갈등에 대해서는 팩트체크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며 개입할 의사가 없다. 감 교수가 애초 비판했던 신 박사 책의 질은 독자가 판단할 일이다.

*2019년 6월 18일 오후 8시 추가: 많은 독자들이 의견을 줬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반론이 있으신 분은 간략한 프로필과 함께 contact@newstof.com으로 글을 보내주면 상의 후 게재하겠습니다. 뉴스톱은 논쟁적인 기사에 대해 수차례 반론을 게재해 왔으며 항상 반론에 열려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