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일본 유조선 공격 무기는 기뢰인가 아닌가

  • 기자명 임영대
  • 기사승인 2019.06.24 08: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6월 13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해(Oman海, Sea of Oman 혹은 Gulf of Oman)를 항해하던 유조선 2척이 폭발물로 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중 노르웨이 유조선은 침몰했으나 일본 유조선 쪽은 2회 피격당하고도 침몰은 면했다.

이 사건에 대해서 발생 초기에는 이란의 소형 잠수정이 어뢰를 발사한 것 아닌가 하는 일부 추측이 있었고, 미국은 이란 함정이 피격 선박의 선체에 부착된 정체불명의 물체를 제거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 자료를 근거로 해서 현재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이란 측이 저지른 테러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순찰정이 공격당한 유조선 2척 중 1척 측면에서 불발 기뢰를 제거하는 영상을 미군 당국이 공개했다(The US military has released a video it says shows Iran's Revolutionary Guard (IRGC) removing an unexploded mine from the side of one of two oil tankers attacked earlier in the day. 'At 4:10 p.m. local time an IRGC Gashti Class patrol boat approached the M/T Kokuka Courageous and was observed and recorded removing the unexploded limpet mine from the M/T Kokuka Courageous,' Navy Captain Bill Urban, a spokesman for the US military's Central Command, said in a statement.).

 

 

현재 이 사건을 누가 저질렀는지 확실한 전말은 드러나지 않았다. 미국은 이란을 범인으로 단정하고, 페르시아만에서 이루어지는 석유 수출입을 방해하려는 의도로 이런 일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란 측에서는 자신들은 무고하며, 이 사건은 이란에 누명을 씌우려는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나 미국 CIA(중앙정보국)가 꾸민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란 측은 이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18일 현재까지 자신들이 피격당한 유조선에서 수거한 물체의 정체도 밝히지 않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놀라운 점은 피격당한 유조선 2척 중 1척을 운용하는 당사자인 일본 선사 측의 반응이다. 이 배를 운항하던 일본 해운사 고쿠카산교는 무언가가 배를 향해서 날아오는 모습을 보았다는 승무원의 증언을 근거로 하여 자신들은 기뢰에 피격당하지 않았으며, 이란의 소행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間違いなく機雷や魚雷ではない(확실히 기뢰나 어뢰는 아닙니다).

 

국내 언론에서도 일본 측의 이러한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여 이렇게 보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격당한 유조선 고쿠카 코레이저스호를 운영하는 일본 해운사 고쿠카산교(國華産業)가 14일 미국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왔다. 고쿠카산교가 마이니치신문에 밝힌 바에 따르면, 13일 정체불명의 공격은 3시간 간격으로 모두 두 차례 있었다. 이날 오전 포탄으로 보이는 물체가 고쿠카 코레이저스호 우현 기관실로 날아왔다. 이로 인해 기관실 내에 화재가 발생했다. 선원들이 긴급 조치에 나서서 불을 끄고 손상된 상황을 조사한 지 3시간 만에 다시 공격을 받았다. 역시 우현으로 포탄이 날아와 박히면서 둥그런 구멍이 생겼다. 두 번째 공격 때 선원 중 일부가 날아오는 물체를 봤다고 증언했다. 두 차례 모두 단 한 발씩 공격받았으며 포탄은 이 선박의 수면 윗부분을 맞혔다. 이 회사는 선원들의 이 같은 증언과 배의 수면 윗부분에 폭탄이 떨어진 것으로 미뤄볼 때 어뢰나 기뢰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이란이 기뢰로 공격했다는) 미국의 주장은 잘못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정확한 공격수단도 판명되지 않았다. 미국 측은 입수한 영상을 근거로 해서 이란이 기뢰를 썼다고 주장하지만, 일본 측은 물 밖에 있는 피격 위치 및 일부 선원이 날아오는 ‘포탄’을 보았다는 증언을 근거로 기뢰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는 범인과 정확한 범행 장비를 확인하려는 게 아니다. 과연 미국은 기뢰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기뢰가 아니라고 하는 이런 미스매치가 왜 생겼는지, 기뢰의 형태에 따른 분류를 보면서 그 원인에 대해 파악해 보자.

 

기뢰의 정의 및 형태에 따른 분류

먼저 기뢰란 무엇인가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우리말 기뢰는 ‘기계수뢰(機械水雷)’의 준말이다. 기계장치를 이용해서 물속에서 폭발시켜서 적의 함선을 공격한다. 비슷하게 물속에서 폭발하는 무기인 어뢰는 ‘어형수뢰(魚形水雷)’의 준말로, ‘물고기처럼 생긴 수뢰’를 뜻한다. ‘수뢰’는 물속에서 터지는 무기의 통칭이다.

영어에서는 명칭의 유래가 약간 다르다. 영어에서 기뢰는 mine이라고 하는데, 이는 땅에다 묻는 지뢰를 가리키는 단어이기도 하다. 둘을 확실히 구분할 때는 지뢰는 land mine, 기뢰는 naval mine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mine은 본래 광산을 뜻하는 단어다. 광산이 왜 건드리면 터지는(물속, 땅속에서) 폭탄을 의미하게 되었을까?

이는 지뢰의 역사적인 사용에서 유래한다. 본래 지뢰는 지금처럼 미리 묻어 놓고 건드리면 터지는 폭탄이 아니었다. 공성전에서 공격 측이 성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지하로 굴을 파고 들어가 화약을 설치하고 터뜨린 게 지뢰의 시작이다. 이런 지뢰를 갱도지뢰(Tunnel mine)라고 하며, 1차 세계대전까지도 많이 사용했다.

사진1: 중세에는 성벽 밑으로 이렇게 굴을 파고 들어가 성벽을 무너뜨렸다. 나중에 화약이 전쟁에 쓰이면서 성벽 밑에 화약을 채우고 폭파하게 된다.
사진2: 미국 남북전쟁 피터즈버그 전투에서 남군 방어진지를 돌파하지 못한 북군이 남군 방어진지 밑에 터널을 파고 화약 8t을 묻어 터트린 뒤 남은 폭파 흔적.

광산에서 하듯이 굴을 파서 폭약을 터뜨리기 때문에 mine이라고 불리던 지뢰는 훗날 굴을 깊게 파지 않고 지표면을 살짝 파고 묻는 폭탄까지 모두 통칭하는 용어가 된다. 이 용어는 곧 바다로도 확장되어 기뢰 역시 mine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어뢰도 본래 근원은 기뢰다.

다만 기뢰는 부설한 위치에서 적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무기로서 계속 발전했고, 어뢰는 초기에는 기뢰를 끌고 가서 적선에 부딪히게 하는 형태였다가 폭탄 자체가 추진력을 가지고 적을 향해 움직이는 무기로서 계속 발달하면서 아예 다른 길로 떠나게 되었다.

그럼 기뢰는 또 어떻게 세부적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기뢰를 분류하는 기준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격발 방식에 따라, 부설 방식에 따라 종류를 구분할 수 있다. 이번 기사의 주제는 부설 방식이지만, 격발 방식에 따른 분류도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촉발기뢰: 배가 물리적으로 기뢰와 접촉하면 그 충격으로 신관이 작동해 폭발한다. 가장 고전적인 형태의 기뢰다.
자기기뢰: 금속으로 된 배는 자기장을 생성한다. 배가 가까이 오면 자기장을 감지해서 폭발한다.
음향기뢰: 배가 움직일 때는 엔진과 스크루 등 추진계통에서 소음이 발생한다. 그 소음을 감지해서 폭발한다.
수압기뢰: 배는 물을 밀어내면서 전진하므로 큰 배일수록 주변 물속에 큰 압력을 가한다. 그 수압의 변화를 감지해서 폭발한다.
조종기뢰: 관제원이 상황을 보고 직접 터뜨리는 기뢰다. 이것도 제법 오랜 역사가 있고,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그럼 부설방식에 따른 분류는 어떻게 될까? 가장 주요한 세 가지는 대략 아래와 같다.

 

ㆍ부유기뢰(浮游機雷, floating mine): 해수면이나 적당한 깊이의 물속을 떠다니는 기뢰다. 목표 해역에 부설하면 바다 위를 떠다니다가 배에 부딪혀 폭발한다.
ㆍ계류기뢰(繫留機雷, moored mine): 기뢰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 쓸모없어지거나 자칫 사고를 일으키지 않도록 해저에 고정해서 매달아두는 기뢰다.
ㆍ침저기뢰(沈底機雷, bottom mine):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가 배가 위로 지나가면 목표를 감지하고 폭발한다. 위의 두 가지 방식에 비해 잘 들키지 않기 때문에 현대에 개발되는 최신 기뢰는 거의 침저기뢰이며, 폭발 방식도 다양하다. 해저에서 그대로 폭발하는 구조, 기뢰 본체는 해저에 남겨두고 탄체는 위로 떠 올라서 배 가까이에서 폭발하는 구조, 아예 어뢰를 싣고 있다가 표적을 향해 어뢰를 발사하는 구조의 기뢰까지 있다.

 

침저기뢰가 어뢰를 발사하는 정도까지 도달했다는 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기뢰’가 더 이상 기뢰의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수중에서 폭발하여 선체를 파괴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그렇다면 피격된 유조선을 놓고 일본 선사 측에서 “기뢰나 어뢰 피격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도 가능한 일일 수 있다. 문제는 물 밖으로 드러난 선체를 파괴하는 ‘기뢰(mine)’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림펫 기뢰란 무엇인가?

맨 처음에 소개한 가디언지의 기사 일부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현시 시각으로 오후 4시 10분, 이란 혁명수비대(IRGC) 소속 가쉬티급 순찰정이 유조선 고쿠카 커레이저스 호에 접근하여 불발한 림펫 기뢰를 제거하는 모습이 관찰, 기록되었습니다.
'At 4:10 p.m. local time an IRGC Gashti Class patrol boat approached the M/T Kokuka Courageous and was observed and recorded removing the unexploded limpet mine from the M/T Kokuka Courageous,'

 

림펫 기뢰(limpet mine)는 기뢰라고 불리기는 하나,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형태 기뢰와는 전혀 다르다. 세 가지 기뢰가 모두 사람에 의해 바다에 뿌려진 뒤 적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무기인 데 반해, 림펫 기뢰는 기뢰이되 다른 기뢰와는 달리 사람이 손으로 목표에 부착한다. 대개 강력한 전자석이 장착되어 있어서 그 자력으로 강철 선체에 붙는 방식이다.

림펫 기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특공대가 독일군을 상대로 특수작전을 펼치기 위해 개발한 무기다. 수중으로 침투한 특공대원이 조용히 목표만 파괴하기 위해 개발한 무기였다. 림펫(삿갓조개)이라는 이름부터가 표적에 부착했을 때 모양이 바위에 붙어 있는 삿갓조개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래서 림펫 기뢰는 우리말로는 ‘흡착기뢰(吸着機雷)’라고 부른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림펫 기뢰를 기뢰라고 부르지 않는다! 영어인 림펫 마인을 일본식으로 발음해서 ‘リムペットマイン’이라고 부르며, 한자로 해설할 때도 ‘吸着爆弾(흡착폭탄)’이라고 부른다. 수중에서 폭발하는 기뢰와는 아예 별도의 무기체계로 분류하는 것이다.

서로 대상을 정의하는 용어가 달라져 버리니 한쪽에서는 ‘그건 기뢰(mine)가 맞는다’, 다른 쪽에서는 ‘그건 물 밖에서 터졌으니 기뢰(機雷)가 아니다’ 하는 다툼이 생기게 된다. 기뢰였다, 기뢰가 아니었다 하는 주장은 서로의 언어 정의가 달랐던 데서 온 허탈한 결과였다.

 

덤: 포탄을 봤다?

‘그건 기뢰가 아니’라는 일본 측의 주장에다 힘을 실어주는 증거가 있었다. 포탄이 날아오는 모습을 봤다는 승무원의 증언이다. 그런데 그 증언은 믿을 만할까? 포탄은 음속보다 몇 배나 빠르게 날아온다. 연달아 여러 발이 날아온다면 주의하고 있다가 후속하는 포탄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단 한 발만 날아오는 포탄을 눈으로 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고 발견이 쉬운 로켓이나 미사일이라고 해도 의문은 남는다. 보도된 것처럼 위력이 약한 포나 미사일은 사거리도 짧다. 도대체 누가 들키지 않고 대포나 미사일을 쏠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했을까? 미군은 이란 순찰정이 유조선 선측에서 미확인 물체를 떼는 장면까지 촬영했다. 만약 포나 미사일을 쏘는 배가 정말 있었다면 과연 미군의 눈을 피할 수 있었을까?

이란과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이 그 일대를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누군가 배를 타고 접근해서 포탄을 날렸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승무원이 뭔가를 잘못 보고서 포탄이 날아오고 있다고 착각했다고 판단함이 타당할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