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 공개,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일까?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7.07.18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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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생성한 문건들을 공개했다. 수석비서관회의 자료 및 각종 현안 검토 자료, 그리고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메모였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전임 대통령기록물을 무단 공개했다”면서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뉴스톱>이 대통령기록물법과 관련한 각종 의문 사항들을 팩트체크했다.

 

1. 대통령기록물은 공개할 수 없다?

절반의 진실. 대통령기록물은 2007년 4월 27일에 공포된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기록물법)’에 의해 열람 공개단계에 따라 일반기록물, 비밀기록물, 대통령지정기록물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일반기록물은 아무런 제약 없이 일반인들도 열람이 가능한 정보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6조 제1항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은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비밀기록물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에 해당하는 정보로 비공개 사유가 있어 열람이 제한된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지정기록물은 대통령이 최장 30년까지 열람을 금지하도록 지정한 자료다. 

공개여부는 해당 대통령기록물이 어떤 유형인지에 달렸다. 일반기록물은 국민에게 공개하는데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비밀 및 지정기록물의 경우에도 생산연도 이후 최장 30년이 지나면 공개가 되고, 그 이전이라도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 제시된 경우 등에는 열람이 가능하다. 

 

2. 비밀 표기가 없어 지정기록물이 아니다?

판단 보류. 청와대가 공개한 회의 문건과 검토 자료에는 비밀 표기가 없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 자료들에 대해 “대통령기록물은 맞다. 하지만 비밀 표기를 해놓지 않아 대통령지정기록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 비밀 표기가 없더라도 지정기록물일 수는 있기 때문이다. 지정기록물에는 비밀 표시가 별도로 되어 있지 않다. 대통령이 지정기록물로 지정하면 그 문건 자체가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돼 봉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밀 표기가 없어 비밀기록물은 아니다'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비밀기록에는 보안업무 규정과 군사기밀보호법 등에 따라 문건마다 1급, 2급, 3급 등 비밀의 등급을 별도로 표시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대통령지정기록물은 대통령 퇴임 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어야 한다. 전 정부의 지정기록물이 청와대에 아직까지 남아있다면 당시 근무자는 대통령기록물 유출에 따른 법위반으로 처벌받아야 한다. 따라서 발견된 문건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일 가능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지정기록물 목록까지 비공개로 분류해 발견된 자료들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인지 현재로서는 판단할 수 없다.

과거 공개된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일지 중 '정윤회 문건' 관련 내용

3.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메모는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다?

진실. 청와대는 발견된 문건 중 회의 자료는 대통령기록물로 분류한 반면 고 김영한 수석의 자필 메모는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공개된 메모는 대통령기록물이 아니고, 따라서 대통령기록물 중에서 지정하도록 돼있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기록물법 제2조는 대통령기록물에 대해 대통령(대통령권한대행, 대통령당선인을 포함)과 대통령의 보좌‧자문 기관 및 경호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기록물 및 물품(대통령상징물, 대통령선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 전 민정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이 기준만 보면 그의 메모는 대통령기록물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기록물이 되려면 관련 기관이 자료를 생산하고 접수한 뒤 보유해야 한다. 판례를 보면 서해 북방한계선(NLL)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논란 당시 법원은 “기록물의 생산 또는 접수가 완료된 것, 즉 결재권자의 결재가 있는" 기록만을 대통령기록물로 판단한 바 있다. 청와대는 “김 전 수석의 메모는 회의자료 이면에 자신의 단상, 회의 내용 등을 자필로 자유롭게 축약 기재한 것”이라며 “공개된 메모는 대통령기록물이 아니고 따라서 대통령기록물 중에서 지정하도록 되어 있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은 더더욱 아니다”고 밝혔다. 즉 ‘생산 완료’가 되지 않은 것이기에 대통령기록물이라 볼 수 없다는 청와대의 주장은 맞는 말이다.

 

4.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목록도 알 수 없다?

진실.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지정기록물은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결정했다. 황 대행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실, 국가안보실이 생산한 문서를 지정기록물로 봉인했다. 시민사회는 '증거인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는 법위반이 아니다. 일단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봉인되면 외부에서는 어떤 자료가 지정되었는지 파악할 수 없게 된다. 보호기간이 끝나기 전까지는 문서의 존재조차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서를 파기하는 일이 반복되자 노무현 정부때 청와대 기록을 남기기 위해 비밀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도입한 제도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국회 3분의 2 찬성이나 고등법원 영장이 발부되면 제한적으로 열람이 가능하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핵심 이슈인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증거 자료가 봉인된 것은 안타깝지만, 현 대통령기록물법의 법령상으로는 가능한 일이다.

 

5. 특검에 사본을 넘긴 것도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다?

거짓. 이번에 발견된 문서자료들은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 창관 후보자 등 인사 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및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 등 각종 현안 검토자료 등이다. 그런데 청와대가 검찰에 넘긴 자료들은 문서의 원본이 아니라 사본이다. 청와대 측은 “사본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견해”라고 밝히며 검찰에 사본을 제공한 행위가 위법이 아니라고 밝혔다. 

사본을 검찰에 제공한 행위는 기록물의 무단파기 및 반출을 금지한 대통령기록물법 14조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유출한 때'에 해당하지 않아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참고로 지난 2015년 10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는 "사본 등 기록물 생산ㆍ보고과정에서 생산된 모든 문건을 대통령기록물로 보고 폐기하거나 유출하는 행위를 처벌한다면 이는 지나친 확장ㆍ유추 해석으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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