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삼성, 네이버ㆍ다음 영향력 행사 사실일까?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7.07.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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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에 불리한 기사 포털 노출 막았다.
- 한겨레, 2017년 7월 19일자 뉴스

 

<한겨레>는 19일 '삼성, 이재용 불리한 기사 포털 노출 막았다'는 기사를 통해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편법 경영권 세습' 기사를 최대한 적게 노출시키기 위해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 관리를 요청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포털은 한겨레에 대한 법적대응까지 시사하며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한겨레가 검찰과 특검의 수사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2015년 5월 15일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 임원이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네이버와 다음에서 기사들이 모두 내려갔다. 포털쪽에 부탁해뒀다"는 내용이다. 다음날엔 "(네이버와 다음) 양쪽 포털사이트에 미리 협조요청을 해놔서인지 조간 기사가 전혀 노출되고 있지 않다. 포털에 노출되지 않아 댓글이 퍼지고 있지 않은 추세. 기껏해야 댓글은 10여개"라는 보고가 올라왔다. 한겨레는 '이재용 편법 승계 비판 차단... 삼성, 그룹차원 댓글 대응도'란 기사에서 장충기 전 사장이 '조금 전까지 댓글 안정적으로 대응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삼성 그룹 차원에서 해당 기사에 댓글을 달았음을 시사했다.

삼성의 포털 기사관리 의혹을 제기한 한겨레 기사 캡처

네이버는 보도자료 (2619번)를 통해 "정황만으로 의혹을 제기한 점에 대해 네이버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관련 기사의 노출 이력을 공개했다. 카카오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의 요청에 따라 기사를 내렸다는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닙니다"고  밝혔다.

한겨레와 포털 주장 중 어느쪽이 맞을까?  뉴스톱이 팩트체킹했다.

팩트체킹 방법은 기사노출 여부와 댓글 숫자/내용 확인
삼성이 포털에 직접 기사관리를 요청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한겨레가 보도한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는지를 보고 진실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겨레가 입수한 자료의 주장대로라면 포털은 5월 15일 관련 기사를 오후에 올리지 않았어야 한다.  또 5월 16일 기사에는 댓글이 10여개에 불과해야 한다. 또 댓글 내용 상당수가 삼성에 우호적이어야 하며 조직적으로 댓글을 단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1. 5월 15일에는 포털에서 기사가 내려갔다?

양 포털은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일 기사 배열을 공개했다. 많은 언론이 이를 보도했지만, 양 포털의 주장을 그대로 전한 수준에 불과했다. <뉴스톱>은 실제 네이버와 다음의 주장이 맞는지 검증해봤다. 

다음은 7월 19일 보도자료에서 기사 배열 링크를 공개했으나 이 링크 사이트에는 데이터가 아예 없었다. 고의인지 실수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음측에 연락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최초 다음이 제시한 기사배열 이력에는 데이터가 없었다.

20일 다시 확인한 결과 기사배열 링크가 제대로 작동했다. 다음의 기사배열에는 네이버와는 달리 기사가 메인화면에 게재된 시간이 나와있지 않다. 그래서 첫 댓글이 달린 시점과 댓글이 주로 달린 시점으로 메인화면 게재 여부를 추정할 수밖에 없다.

다음측 주장에 따르면 머니투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그룹 사회공헌ㆍ문화사업까지 총괄'이라는 기사를 2015년 5월 15일 오전 8시 48분부터 오후 1시 26분까지 첫 화면에 노출시켰다. 20일 기사작성 시점으로 총 132개의 댓글이 달려 있으며 가장 처음 달린 댓글은 5월 15일 오전 8시 55분이었다. 댓글은 오전에 집중적으로 달렸으며 다음측의 주장대로 메인화면에서 내려간 오후 2시 이후에도 댓글이 이어졌다.

연합뉴스의 '삼성공익재단에도 이재용식 변화의 바람 부나'란 기사는 오후 1시 15분부터 4시 28분까지 노출되었다고 다음은 밝혔다. 확인 결과, 댓글은 49개며 첫 댓글은 오후 1시 18분, 마지막 댓글은 오후 9시 13분이었다. 종합해보면, 다음은 5월 15일 오전 뿐 아니라 오후에도 기사를 게재했으며 게재시간은 다음측이 주장한 내용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는 보도자료에서 다음보다 자세하게 한겨레의 내용을 반박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이데일리의 '이재용 부회장, 삼성재단 이사장 선임... 후계자 지위 강화'는 오전 10시 33분부터 12시 19분, '삼성공익재단에도 이재용식 변화의 바람 부나'란 기사는 오후 12시 20분부터 오후 3시 33분까지, '삼성, 재단 이용한 우회상속은 없다'는 뉴시스의 기사는 오후 4시 11분부터 오후 6시 44분까지 게재됐다. 

시간대별 네이버 기사 배열 (11시13시16시30분)과 댓글 확인 결과, 네이버의 주장 역시 사실로 확인됐다. 결국 삼성 장충기 당시 미래전략실 사장이 받은 보고 (이 부회장과 관련된 기사들이 모두 내렸다)는 과장됐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짧은 시간 노출됐거나, 포털 뉴스 화면의 덜 주목받는 위치에 놓였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검증할 수 없는 부분이어서 건너뛸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사안과 관련해 한겨레의 보도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2. 5월 16일에는 이재용 기사가 거의 노출이 안됐다?

한겨레에 기사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을 다룬 5월 16일자 조간 기사가 포털 메인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고 댓글도 10여개에 불과했다. 

다음은 한겨레 기사에서 "전날 두군데 통신사 뉴스를 걸었기 때문에 뉴스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안 걸었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포털은 주말에는 정치 경제 기사보다는 연예 스포츠 기사를 더 많이 게재하는 편이다. 2015년 5월 16일자 기사 배열이력을 보면 삼성 이재용 기사는 메인에 전혀 나오지 않는다. 

네이버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5월 16일에 메인화면엔 배열되지 않았으나 조간 1면 아침신문 헤드라인 모아보기에 소개를 했다"고 밝혔다. 블로터 기사에선 "네이버 기사배열 프로세스에 적용된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에 의해 크기가 큰 클러스터로 구성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전날과 동일한 이슈로 네이버의 기사배열 기준의 하나인 최신성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일보의 '이재용 체제 지난 10일부터 움직임 감지' 기사가 2015년 5월 16일 경제분야 많이 본 기사 5위에 올라와 있다. 댓글은 총 36개 달렸다. 5월 16일에는 한국일보 기사를 제외하곤, 많이 본 뉴스 30위에 이재용 관련 뉴스가 없었다.

종합하면, 한겨레가 보도한대로 5월 16일에는 이재용 보도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전날 여러 언론에서 보도했기 때문에 굳이 주요 뉴스에 배치할 이유가 없다는 포털의 해명 역시 합리적이다. 엄청나게 큰 사회적 이슈가 아니면 전날 보도된 내용을 다음날 재차 주요 뉴스에 올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장충기 사장이 보고받은 "조간 기사가 전혀 노출되고 있지 않다. 포털에 노출되지 않아 댓글이 퍼지고 있지 않은 추세. 기껏해야 댓글은 10여개"라는 내용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삼성주장대로 포털에 협조 요청을 해서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평소 포털의 뉴스 편집 관행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출처: 삼성전자 뉴스룸

3. 삼성 차원에서 기사에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았다?

댓글을 단 사람들의 신원을 파악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조직적 개입을 파악할 방법은 없다. 다만 시간대별로 삼성에 비판적인 댓글이 달렸는지 우호적인 댓글이 달렸는지를 파악해 당시 정황을 추정할 수는 있다. 

네이버의 뉴시스 '삼성, 재단 이용한 우회상속은 없다'는 기사 (오후 4시 11분~오후 6시 44분) 를 보면 초기에는 대체로 삼성에 대해 비판적인 댓글이 많다. "벌써 줄거 다 줘놓고선 무슨 상속이 없다고 그러냐?" "그냥 한번 웃자..." "지금까지 우회상속한 건 말이없네. 낙장불입?"이 초기에 추천을 받은 주요 댓글이다. 기사가 네이버 메인에 내려간 뒤에는 우호적인 댓글이 부쩍 늘어난다. 포털 메인에서 사라지면 일반적으로 댓글이 크게 감소하는 것이 보통이다. "삼성에서 이재용 말고 누가 해야하는데요?" "약속하신거 또 앞으로의 경영 둘 다 잘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경영성과의 경력도 있는데 탁상공론으로 평하지 맙시다" 등 우호적 댓글이 크게 늘어났다. 

연합뉴스의 '삼성공익재단에도 이재용식 변화의 바람 부나'란 기사(오후 12시 20분~오후 3시 33분)에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이런기사나 써대고 스폰받는지는 몰라도 자식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은가" "공익을 가장한 사익을 즉 가짜라는 말이구나" "북한이나 삼성이나 3대 세습하면서 점점 망하고 있는듯" 등 비판적인 댓글이 주를 이뤘다. 기사가 메인화면에서 내려간 직후에는 "경영능력으로 얘기합시다. 잘할거라 믿어요" "이재용만한 사람이 있나?? 경영능력 이제 인정받고 있는데 좀 응원 좀 하고 지켜 좀 보시지" "지금도 삼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분에게 믿음을 주어야지"

이데일리 '이재용 부회장, 삼성재단 이사장 선임... 후계자 지위 강화' 기사 (오전 10시 33분~12시 19분)도 마찬가지다. 초반에는 "건희찡은 괜찮은 건희?" "아 됐고 아버지 요즘 뭐하시냐?" "금수저 물고나와서 부럽다" 같은 비판적인 댓글이 추천을 받았지만, 기사가 메인에 내려간 이후에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은 "외국에서 보면 한국사람으로서 삼성이 곧 희망이자 자랑입니다. 선대에 이어 삼성을 더 잘 이끌어 가 주길 바랍니다" "무조건 깎아내리는 건 좀.. 개인적으로는 젊어지는 삼성에 기대가 큽니다" 등이 많다.

게다가 3건의 기사에 반복적으로 우호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면, jtoh**** 는 3개의 다른 기사에 각각 비슷한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다음 메인 화면에 게재된 기사 역시 게재 초기엔 비판적인 댓글이 주를 이루다 기사가 메인에서 내려간 이후에 우호적인 댓글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정황증거만으로 삼성이 조직적으로 댓글 부대를 동원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으나 이를 의심할만한 근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뉴스톱의 판단

한겨레가 입수해 보도한 특검자료는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이 사장에게 보고한 내용으로 포털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실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공개된 자료를 놓고 판단하면 삼성이 직접 포털의 뉴스배치에 개입한 흔적은 나타나지 않는다. 2015년 5월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기사는 오랜 시간동안 포털 메인화면에 띄워져 있었다. 다음날인 16일이 토요일이고 이미 전날 보도가 많이 됐음을 감안하면 네이버와 다음이 삼성 기사를 전면에 배치하지 않은 이유도 이해가 된다. 

다만, 삼성이 이재용 관련 기사에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은 확인 결과, 정황상으로 의심해볼만한 상황이다.

한겨레는 네이버와 다음의 해명에 대해 '본질 흐리기식 해명'이라며 비판 기사를 내놓았다. 삼성쪽과 접촉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인데 이를 제외하고 포털이 해명했다는 주장이다. 한겨레의 주장은 일리가 있지만, 삼성과 포털의 접촉은 의혹을 제기한 한겨레가 취재를 해서 밝히는 것이 저널리즘의 상식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한겨레 보도는 충분히 보도할 가치가 있고 공익성이 강하지만, 보다 엄밀한 검증과 사실확인 절차가 필요했다. 한겨레의 후속 취재를 기대한다. 하지만 <뉴스톱>은 한겨레 기사를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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