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 해병대 상주? 일본 자위대 출동 명분 준다

  • 기자명 임영대
  • 기사승인 2019.08.06 10: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제징용 대상자에 대한 배상금 지급 판결 문제로 시작된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외교, 정치 분야에서 경제, 문화 분야까지 전선이 확대되면서 해묵은 다른 사안들까지 강조되는 상황이다.

한일 갈등이라고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독도 문제 역시 지금의 상황에서 다시 주목받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러시아 조기경보기가 독도 인근 우리 영공을 침범한 사건이 지난 7월 23일에 발생하기까지 한 만큼, 독도가 하나의 화두가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에 관해 정의당 소속 김종대 의원은 정경두 국방장관이 참석한 상태에서 열린 8월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에 들어왔을 때 4개국 전투기가 거의 50대가 떴다. 독도가 국제 정치에 있어서 핫스팟이 되고 있다.”
“이런 열점이 되는 공간에서 우리는 독도방위사령부를 창설하고 독도경비군을 세워야 한다. 이것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보다 우리 의지를 과시하는 데 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치안 유지가 아닌 영토 수호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므로 독도 경비를 해병대로 이관하는 게 어떤가.”
“해군 1함대는 독도 인근에서 영해를 통제하는 전략군 사령부가 돼야 한다. 이를 시행하지 않더라도 군이 검토하고 대비해야 한다.”

 

현재 독도가 첨예한 대립의 현장이 되고 있다는 발언은 딱히 틀렸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독도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조치가 그 해답이 될 수는 없다. 군대를 주둔시킨다고 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명확한 이점도 없고, 부담만 늘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K-독도 페이스북

첫째, 독도에는 충분한 군사력을 배치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이 없다. 전차나 전투기는 언감생심이고, 해안포 하나 설치하려고 해도 대대적인 시설공사를 해야 한다.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독도에 배치할 수 있는 병력은 보병 1개 소대 정도가 고작이다. 현재 독도에 있는 경찰 소속 독도경비대 규모가 1개 소대다.

경찰 1개 소대가 해병대 1개 소대로 바뀐다 한들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 특별히 무장을 강화하여 휴대용 대전차 로켓이나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같은 장비를 지급한다 한들 일본 측이 작정하고 독도를 침공한다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축함이 함포로 지원포격을 하고, 전투기가 폭격하고, 헬리콥터가 상륙병력을 싣고 들이닥치는 상황에서 단 1개 소대가 장비한 무기가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정 원한다면 독도를 요새화할 수는 있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항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딱 틀어막고 있는 드럼 요새처럼, 콘크리트로 요새를 구축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미사일과 화포를 잔뜩 채워 난공불락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런 부담을 감수할 필요가 없을 뿐이다.

현대에는 어떤 요새도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외부에서 지원이 끊기고 구원군이 오지 않으면 ‘독도 요새’를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어도 소용이 없다. 통신이 끊어지고 연료와 식량을 비롯한 물자가 떨어지면 요새는 항복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만약 한일간에 전면전이 발발한 상황이라면, 일본으로서는 굳이 독도 요새를 공격할 필요도 없다. 훨씬 취약한 한국의 다른 곳을 공격해서 쉽게 압력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군대를 배치하면 일본 자위대 출동 명분을 줄 수 있다. 경찰은 법적으로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다. 어느 나라든 군사행동을 감행할 경우, 무력 투사 대상이 군인일 때와 민간인일 때 감당해야 하는 정치적인 부담은 전혀 다르다. 상대방이 중무장한 정규군이라면 선제적인 무력 사용도 가능하지만, 민간인인 경찰이라면 먼저 나서서 공격하기 전에는 군인을 대할 때처럼 무력을 행사할 수 없다. 더구나 현재 독도를 주로 위협하는 일본 자위대는 법적으로 선제공격을 할 수 없는 불완전한 군사조직이다.

현재 독도경비대는 일본 측의 시각으로 보면 “일본 영토인 다케시마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는 한국 측 민간인”이다. 일본 측 입장에서 이 상황을 해소하자면 해상보안청이 출동하여 ‘불법 입국자’들을 체포, 일본 국내법으로 처벌하거나 추방해야 한다는 게 논리적인 귀결이다. 허나 이대로 실행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많아서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만약 김종대 의원의 주장처럼 해병대를 배치한다면 어떻게 될까?

김종대 의원과 의견을 같이하는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우리 영토를 우리 군대가 지킨다면서 환호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 쪽의 시각에서는 어떨까? 일본 정부는 독도에 배치된 한국군을 “일본령인 다케시마를 강점한 외국군”으로 규정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평화헌법을 개정하지 않은 상태로도 자위대를 출동시켜 독도를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과거 정부에서는 군대를 배치한다면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인상을 대내외에 주기 때문’에 독도에 군대가 아니라 경찰을 배치한다는 태도를 견지했었다. 하지만 독도에 군대를 배치해서 불러올 수 있는 후폭풍은 분쟁지대라는 인상 정도가 아니다. 위쪽에서 언급했듯이, 일본 측이 독도를 대놓고 선제공격하는 구실을 줄 수도 있다.

 

셋째, 독도방위사령부를 지원할 병력이 인근에 없다. 독도방위사령부를 창설하고 1함대를 전략군사령부로 만들자는 김종대 의원의 제안은 서해 5도를 방어하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참조한 모양이다. 하지만 독도를 백업할 수 있는 위치인 울릉도에도 현재 전투병력이 없고, 2015년에 군에서 내놓은 해병대 배치 계획에서도 울릉도에 배치할 해병대는 고작 1개 중대에 불과했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에 둔 병력이 백령도 주둔 해병 6여단, 연평도 주둔부대 등 상당한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동해시에 사령부를 두는 1함대를 독도 인근에 두자는 주장도 현실성이 없다. 독도는 물론 울릉도도 함대가 주둔할 만한 장소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1함대가 독도 방어에만 힘을 쏟는다면, 해상자위대보다 더 위험한 상대인 북한 해군 동해함대는 누가 견제한단 말인가?

독도에 해병대를 배치하는 게 무리라는 해명은 이미 국방부에서도 오래전부터 내놓고 있다. 2008년에 나온 아래 기사만 해도 그렇다.

이 (국방부)관계자는 이어 "현재 독도는 경찰력으로 치안이 충분히 유지되고 있고 유사시 군이 즉각 지원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져 있다"면서 "최전방에 위치한 서해 백령도와 독도를 동일한 잣대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략) 군에 정통한 한 소식통도 "독도에 군이 상주할 경우 국제적으로 영토분쟁 지역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군이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방부해병대 독도 파견에 '유보적'(연합뉴스, 기사입력 2008.07.20. 오후 7:17)

 

2008년에 국방부가 이미 설명했듯, 현재 체제로도 유사시에 독도를 지원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해병대 배치는 감정적으로만 후련할 뿐, 실제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다. 특히 두 번째 이유에서 언급했듯이 일본 측에게 대놓고 군사력을 행사하는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극히 위험한 조치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국제적으로도 독도가 분쟁지역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최악의 경우 무력으로 ‘다케시마를 탈환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해병대의 독도 배치를 내심 환영할 공산도 있다.

갈등은 어느 일방의 생각대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상대에게 우리 의사를 일방적으로 강요할 힘이 없는 한, 상대가 어떤 시각으로 이 사안을 보고 있는가에 대해 파악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일본 측의 시각을 알고 그 의미를 분석해야만 우리에게 돌아올 피해를 줄이면서 가장 효과적인 대책을 찾아갈 수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