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직원은 왜 구글을 쪼개겠다는 정치인을 지지하나

  • 기자명 박상현
  • 기사승인 2019.08.0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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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진대로 미국은 1911년 존 록펠러의 유명한 스탠더드 오일을 34개 독립회사로 해체하고, 20세기의 대부분을 미국과 캐나다의 전화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벨Bell 전화회사인 AT&T의 분할해버린 나라다. 도대체 독점은 무엇이고, 미국은 왜 잘 나가는 거대기업을 쪼개려 할까? 

미국 폭스뉴스 캡처

한국처럼 대마(大馬)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1위 기업이 될 경우 사회적인 책임을 강하게 요구받는 사회에서는 독점의 결과로 기업분할명령을 내리기 까지 하는 미국법의 이론적 근거를 쉽게 짐작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업자가 부당행위를 할 경우 벌금 등의 제재를 가하는 경우는 있지만, 단순히 한 사업자가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을 분리한 예는 찾기 힘들다. 한국은 자국의 기업이 해외로 진출해서 세계시장을 제패하기를 기대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사실 독점기업을 막아야 할 이유에 대해서는 21세기의 미국인들도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애틀랜틱의 기자 플랭클린 포어는 그의 책 ‘생각을 빼앗긴 세계’(World Without Mind: The Existential Threat of Big Tech—Full Disclosure: 필자가 이 책의 한국어판을 번역했다)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20세기 중반이라면, 테크 기업들은 지금처럼 마음놓고 활개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엄중한 감시를 받았을 것이고, 이따금씩 제재를 받기도 했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미국인들은 대기업과 그들이 가져올 위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지금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도 당시에는 적어도 사람이들 그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정치인들은 독점의 폐해를 자주 언급했고, 어느 당이 집권했느냐와 상관없이 독점의 폐해를 막는 것은 정부의 최우선 과제였다.” 

 

그런데 그동안 무엇이 바뀌었을까? 제일 먼저 인터넷의 탄생 배경을 들 수 있다. 인터넷이 일반에 확산된 시점은 절묘하게도 구 소련의 붕괴와 맟닿아있다. 당시 세계는, 특히 미국은 소련의 붕괴와 함께 신자유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정부의 최소화, 규제의 철폐를 외치고 있었고, 그것이 앞으로 다가올 세계의 룰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인터넷 기업들의 독점 여부를 살펴야 할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의장이 나서서 “광대역 통신망[인터넷]에 규제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따라서 사람들은 인터넷은 20세기에 대기업들을 감시하던 각종 세금과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예외 공간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필자도 미국 유학생이던 시절,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면 세금을 아낄 수 있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1백 달러가 넘어가는 물건을 사면 배송비를 지불하고도 오프라인 상점에서 사는 것 보다 싼 경우가 흔했다. 그러다가 오프라인 상점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비로소 온라인 매장에서 구매해도 세금을 내게 했을 때 몹시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아쉬워하고 말았지만 아마존은 각종 법의 구멍을 이용해서 철저하게 저항했고, 그것도 안될 때는 법을 어기거나 속여가면서 세금을 내지 않으려 했고, 그러다가 주 정부에 걸리면 그 주에서 철수하겠다고 위협해서 사면을 받거나 특혜를 받아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미국의 정치 지형은 변하기 시작했고, 이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거대 테크기업들의 독점혐의를 조사하기를 바라고 있다. 인터넷이 성장하던 시점에서는 각종 세금과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키워줬지만, 이제는 어떤 기업들 보다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고, 그로 인한 부작용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구글의 직원들이 가장 열렬하게 지지하는 2020년 대선후보가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과 버니 샌더스라는 사실이다. 자신들이 다니는 회사를 조사해서 쪼개겠다고 공언을 하는 후보들을 지지하는 이유는 뭘까? 구글의 직원들은 구글이 민주주의를 억압하거나 위협하는 국가나 조직과 거래하는 것을 반대하는 진보적인 성향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들의 눈에는 구글이 전례가 없을 정도로 크고 막강해지는 것은 우려스러워 보인다. 많은 엔지니어들이 구글이 분리된다 해도 회사에 손해가 가지는 않을 것이고, 오히려 작고 민첩한 회사가 되면 오히려 구글 본래의 모습에 가깝게 될 것으로 믿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테크기업들이 그동안 성공 가능성 높은 스타트업을 인수해버리면서 커왔다는 사실이다. 구글이 구글, 안드로이드 등 모든 사업부를 총괄하는 기업명으로 알파벳으로 바꿨다. 2019년 현재 알파벳에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안드로이드와 유튜브가 그렇게 인수를 통해 구글의 품에 안긴 것이고,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 

 

앞서 언급한 프랭클린 포어는 1990년대에 마이크로소프트를 괴롭혔던 반독점 혐의를 예로 든다. 정부와 길고 지루한 싸움 끝에 회사가 분리되는 것은 했지만, 그 때의 호된 경험으로 장래성이 큰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1990년대 말에 아직 어린 새싹에 불과했던 구글을 인수하려고 했지만, 또다시 반독점법 조사를 받을 것을 우려해 포기했다는 것이다.

 

당시의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을 인수했다면 지금의 알파벳이 되었을까? 같은 질문을 이제는 GAFA에게 해봐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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