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겠다' 선언한 정부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9.1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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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범부처 ‘인구정책태스크포스’에서 논의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계속고용제도’ 도입이었습니다. 현재 60세인 기업의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거나, 노동자를 65세까지 고용보장하거나, 아예 정년을 폐지하는 안을 기업이 선택하도록 검토하겠다는 겁니다. 인구정책 패러다임이 출산에서 고용연장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각계의 이해관계가 달린 정책이라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정년 65세 시대 검토중인 정부>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인구정책TF 핵심과제

 

1. '뜨거운 감자’는 안 먹는다

18일 정부 발표는 스포츠에 비유하면 본 게임에 앞선 몸풀기였습니다. 발표엔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한 중소기업에 근로자 1인당 월 30만원을 지원하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제도를 내년부터 도입하다는 방침도 있었습니다. 고령자 고용기업 지원 확대는 올초에 이미 발표한 내용입니다. 발표된 정책 대부분은 이미 기사가 나온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번 발표의 핵심은 정년연장이었는데, 정부는 2022년까지 정년 65세 확대를 담은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추세를 볼 때 정년 연장을 피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2022년입니다. 이 해 5월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섭니다. 정부 발표는 문재인 정권 내에서는 정년 연장과 관련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현 정부가 정년 연장 결정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한 겁니다.

 

2. ‘세대 갈등’ 대선에서 터진다

정년연장 논의의 핵심은 노년 소득공백기를 줄이는 겁니다. 현재 한국사회 시스템에선 만 60세에 정년을 맞이합니다. 국민연금 수령은 당초 60세에서 올해부터 62세로 늦춰졌고 2033년엔 65세까지 증가합니다. 5년의 소득공백기가 발생합니다. 60세 이상 인구는 매년 50만명씩 증가하고 있으며 노년층 소득은 감소해 소득분배율은 악화일로에 있습니다.

문제는 노인 빈곤 뿐 아니라 청년 실업 역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정부는 노년층과 청년층이 차지하는 일자리가 달라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대적 고임금의 노년층 고용이 증가하면 청년 채용이 감소하는 일종의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청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직종이 공무원인데 공공부문에서 정년이 연장되면 임금피크제 등이 도입된다 하더라도 청년층 채용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결국 2022년 대선에서 이 문제가 화두가 될 것이고 세대갈등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조국 사태로 촉발된 계급 문제와 세대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 큰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정년을 연장하면 현재 50대인 ‘86세대’가 직접적인 수혜자가 됩니다. 젊은 세대의 반발이 커질텐데 문제는 이들의 인구가 현재 20대보다 많습니다. 세대 대결 양상이 펼쳐지면 정치인은 어느 쪽이 득표에 유리한지 선택을 할 겁니다.  

 

3. 예견된 노사 힘겨루기

현재 정부가 검토중인 계속고용제도는 일본에서 2013년부터 시행된 제도입니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를 맞아 기업이 65세까지 고용보장, 정년 폐지, 정년 인상 중 하나를 택하도록 했습니다. 일본 기업의 80%는 65세까지 고용보장을 선택했습니다. 비용이 증가하는 기업으로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고연봉 노년층 한 명을 고용하는 돈이면 청년층 두 세명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 차원에서도 기업은 정년 연장을 꺼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정책이 발표되자, 재계는 경제신문을 통해 아예 정년제도를 페지해 노동시장 유연화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또 임금 피크제는 물론, 생산성에 부합하는 임금체계를 도입해야한다는 주장도 냈습니다. 

노조측에서는 정년 연장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지만 실질 임금 감소는 없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임금 수준 감소는 고령자들의 노동 의욕 저하로 이어져 실질적으로 정년 연장의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주장입니다. 2015년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조사에 따르면 민간 대기업에 다니는 61세 노동자 4명 중 1명이 그 이전에 받던 임금의 60%만 받았다고 합니다. 정년 연장은 사회적 부의 재분배와도 관련이 있는 주제입니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정년 연장시 임금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유지할지, 정부가 얼마나 지원할지를 놓고 재계와 노동계의 치열한 여론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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