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장거리 비행 시 기내식 먹지 마라?

  • 기자명 선정수 기자, 김혜리 기자
  • 기사승인 2023.03.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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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가 여행 관련 기사를 내놨는데 좀 이상합니다. 장거리 비행 시 기내식을 먹지말라고 베테랑 승무원이 전했다는 내용인데요. 뉴스톱이 팩트체크했습니다.

매일경제는 지난 13일 <"기내식 먹지 마라" 25년차 승무원의 장거리 비행 조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연이어 3일간 한국경제서울신문서울경제 등 여러 매체들이 같은 내용의 기사를 제목만 다르게 보도했습니다.  

해당 기사는 "CNN 등 외신에 따르면"이라고 시작합니다. 외신 여러 개를 인용한 것 같지만 사실은 CNN보도 한 개를 인용했습니다. 원문은 <A flight attendant’s secrets to surviving long-haul flights> 입니다. CNN의 프란체스카 스트릿 기자가 작성해 3월1일 보도된 내용입니다. 이 CNN기사는 24년 경력의 승무원 Kris Major가 전하는 장거리 비행을 견뎌내는 법을 다룹니다.

기자는 여러가지 질문을 이 승무원에게 던집니다.

▲야간 비행 전이나 중에 꼭 먹어야 할까요? ▲기내에선 언제 먹어야 할까요? ▲베개는 직접 가져갈까요? 항공사가 주는 걸 쓸까요?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할까요? ▲승무원 휴게 공간은 어떻게 생겼나요? ▲비행기에서 자고 난 뒤 개운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은요? ▲장거리 비행에선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할까요? ▲승객들이 신발을 벗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장거리 비행에 최고인 좌석은 어디일까요?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사야할까요? 아이패드를 기내로 가져가야 할까요? 등 많은 질문을 합니다. 장거리 비행 계획이 있으시다면 한 번 들러서 살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① 팩트체크1 - 장시간 비행시 기내식 먹지 마라? →엉뚱한 번역 

매일경제 기사는 이 CNN기사의 일부를 발췌해 번역했습니다. 그런데 번역이 잘못됐습니다. 매일경제가 "영국 승무원인 크리스 메이저는 장시간 항공기를 탑승할 때 기내식을 먹지 말고 최대한 휴식 시간을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그래야 여행 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고 한 부분을 살펴봅니다.

원문 소제목은 Should you eat before or during an overnight flight? 야간비행의 경우 탑승 전에 먹어야 할까요 기내식을 먹어야 할까요? 입니다. 본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If you’re catching a night flight and you want to maximize sleep on board, Major suggests eating before boarding.

만약 당신이 야간 비행기를 탈 때 기내에서 최대의 수면을 취하고 싶다면, 메이저(승무원 이름)는 탑승 전에 식사를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This is particularly important if the flight is on the shorter end of the long-haul scale: if you’re traveling from New York to London, for example, at best you’re looking at around five or six hours sleep, so you want to make the most of that rest time.

이것은 장거리 비행 중에서도 비교적 노선이 짧은 경우에 특히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뉴욕에서 런던까지 여행한다면, 여러분은 기껏해야 대여섯 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그 휴식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를 원할 것입니다.

CNN 보도의 취지는 야간에 비행기를 탈 때, 기내에서 최대한 수면을 취하고 싶다면 탑승 전에 식사를 하라는 겁니다. 모든 장거리 비행시 기내식을 건너 뛰라는 취지가 아닙니다.

매일경제 기사(왼쪽)와 CNN 원문 기사(오른쪽). 출처 : 매일경제, CNN
매일경제 기사(왼쪽)와 CNN 원문 기사(오른쪽). 출처 : 매일경제, CNN

② 팩트체크2 : 간식을 챙겨라 → 특수 상황만 

매일경제 기사 중 "오히려 그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식사를 하라고 권했다. 그리고 배가 고플 경우를 대비해 간식을 챙기라고 말했다. 크리스는 비행 전 식사가 여행 컨디션을 최상으로 만드는 데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는 것도 짜깁기와 번역 오류가 겹쳤습니다.

CNN기사에서 비행 전 식사가 여행 컨디션을 최상으로 만드는 데 효과가 있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간식을 챙기라는 이야기도 당뇨병 환자나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할 때로 한정됩니다. 이륙 후 한 시간 정도는 음식 제공이 어려우니 특수한 상황에 처한 승객들은 각자의 음식을 챙기는 게 좋다는 충고죠.

 

③ 팩트체크3 - 기내식 주는 시간을 결정할 때 특별한 이유는 없다?  

CNN 기사 중 한 부분도 눈에 띕니다. "Most airlines don’t particularly plan their [food] service around the passenger and acclimatization and time zones crossing"인데요. 대부분의 항공사는 기내식 서비스를 특별히 승객의 시차 등에 맞춰 계획해서 주는 게 아니라는 내용입니다. 

A flight attendant’s secrets to surviving long-haul flights CNN 기사  
A flight attendant’s secrets to surviving long-haul flights CNN 기사  

보통 승객들은 항공사가 여러 가지를 고려한 시간대에 기내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별다른 이유 없이 주는 걸까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질의한 결과, 항공사들이 기내식을 주는 시간을 결정할 때 특별한 계획이 있기보단, 일반적인 식사 시간대에 맞춰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아시아나항공 홍보팀은 "식사 시간대에 맞춘 것"이라며 "기내식을 주는 시간대는 출발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대한항공 홍보팀도 일반적인 식사 시간대에 맞춰 제공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종합해보자면 뉴스톱은 팩트체크, <"기내식 먹지 마라" 25년 차 승무원의 장거리 비행 조언>은 '대체로 사실아님'으로 판정하고, 팩트체크은 '대체로 사실'로 판정합니다.    

현재 매일경제에서 와전된 기사는 한국경제, 서울신문, 서울경제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외신 인용 기사를 쓸 때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거리 비행하는 분들은 배고플 때 굶지 말고, 편하게 먹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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