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법정부담금 공개가 “지나친 사학 죽이기”?

  • 기자명 대학교육연구소
  • 기사승인 2019.10.0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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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조선일보는 <서울교육청 "사립학교 11% 법정부담금 안 내", 사립학교들 "통계 왜곡… 지나친 사학 죽이기"> 기사에서 사립 초·중·고교 법인 10곳 중 1곳이 법정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서울시 교육청 발표에 대해 사학법인 관계자 멘트를 담아 “지나친 사학 죽이기”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법정부담금을 내고 싶어도 학교법인 자체 재산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등 사학재정이 열악”하기 때문이라며, 학교회계에서 법정부담금을 충당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사학법인 측 주장도 기사에 담았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보도는 타당한가?

 

 

사립학교 법인, 법정부담금 부담 형편없어

‘법정부담금’이란 관련 법령에 따라 학교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경비(교직원의 사학연금,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고용보험, 퇴직수당 중 법인부담금)를 뜻한다. 기업에서 고용주가 각종 연금의 일정 부분을 의무 부담하듯이, 사립학교도 고용주인 학교법인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과 「국민건강 보험법」에서 학교법인이 부담할 수 없을 경우 학교에서 부담할 수 있도록 ‘단서’ 조항을 명시했다. 이 영향인지 학교법인의 법정부담금 부담 실태는 형편없다. 서울시 교육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사립 초·중·고교 348곳 중 학교법인이 법정부담금을 다 낸 곳은 57곳(16%)이었다.

사립 ‘대학’도 다르지 않다. 우리 연구소가 사립 대학과 전문대학 274곳을 확인한 결과, 2018년에 ‘학교법인이 법정부담금을 전액 부담’한 곳은 44곳으로 16%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 부담’한 곳으로 넓히더라도 98곳(36%)으로 전체 사립 대학 및 전문대학 274개 학교의 3분의 1 정도다. 

학교법인이 부담하지 않은 금액은 교비와 교육청 몫이다. 2018년 서울 사립 초·중·고는 법정부담금 940억원 중 661억원(70%)을 ‘교비와 교육청’에서, 대학 및 전문대학은 7,170억원 중 4,000억원(55%)을 ‘교비’에서 충당했다. 만일 법인이 제대로 부담했다면, 이 금액은 학교 교육여건 개선에 사용할 수 있었다.

 

수익 안 나는 ‘수익용’ 기본재산

사립대학 법인이 이토록 법정부담금 조차 제대로 부담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익용 기본재산’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

사학법인은 법정부담금을 포함한 학교운영비 부담을 위해 비영리법인임에도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대학설립·운영 규정」 제7조(수익용 기본재산)에 따르면 수익용 재산으로 토지, 건물, 증권, 예금, 사업체 등을 법정기준 만큼 보유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학교에 전출해야 한다. 하지만 사립대학 가운데 2018년 법정기준 만큼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한 학교법인은 사립 대학 및 전문대학 법인 245개 학교(동일법인 산하 학교는 1개 법인으로 산출) 4곳 중 1곳(24%)이다. 사립 초·중·고는 학교알리미에 수익용기본재산 현황을 공개하지 않아 파악이 불가능하다.

더욱 문제는 재산 중 수익이 거의 없는 토지가 58%에 달한다는 점이다. 토지 수익률은 1.1%로 기타재산(36.6%), 건물(9.8%), 유가증권(2.3%), 신탁예금(1.6%)에 못 미친다. ‘토지’는 수익이 없더라도 땅값(?)은 계속 상승해 학교법인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재산이다.

 

사립 초·중·고 법정부담금, 정당한 행정정보로서 공개돼야

사립 ‘대학’은 학교법인이 ‘사학연금’ 부담금을 부담하지 못해 교비로 부담하려면 교육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학교법인이 법률에 따라 당연히 부담해야 할 비용임에도 교비로 무책임하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제기 돼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초·중·고는 이런 관리·감독 장치가 없다. 대학은 대학알리미를 통해 전국 대학의 법정부담금 현황을 공개하지만 초·중·등은 학교알리미에도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립학교 관리 관독청인 서울시 교육청이 이제 와서 법정부담금 현황을 공개하는 건 어찌 보면 너무 늦은 조치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마치도 이런 자료를 공개하면 안 되는 것처럼 비판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시 교육청이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 종합 계획’을 발표하고, 16개 추진과제 중 하나로 “학교별 법정부담금 공개”를 밝힌 바 있음에도 말이다. 이런 흐름은 인천시 교육청 등도 함께 하고 있다.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전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로 보인다.

결국 서울시 교육청이 지역 학교 현황을 공개한 것은 ‘지나친 사학 죽이기’가 아니라 ‘법적 의무’를 요구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정정보 공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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