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의원님, 팩트체크는 ‘기계적 중립’이 아닙니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10.07 08: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정감사장에 <뉴스톱>이 등장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소속 윤상직 의원은 지난 4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시 산하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연진이 여권 편향적 인사들에 치우쳐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윤 의원은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가짜뉴스 전담반’ 코너 역시 민주언론시민연합, 뉴스톱, 한겨레신문 소속 인물들이 출연해 진보매체를 옹호하고 보수 언론 비판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페이스북

<가짜뉴스전담반>은 '가짜뉴스 팩트체킹' 프로그램

먼저 팩트를 확인했습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한 코너인 ‘가짜뉴스 전담반’은 지난 1월 23일 ‘가짜뉴스 감찰’을 목표로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3~4명의 게스트(초청출연자)가 한 가지씩의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나, 인터넷 루머, 언론 오보에 대해 팩트체크를 해 주는 방식입니다. KBS 소속의 최경영 기자를 대표로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 뉴스톱 김준일 팩트체커, 한겨레 김완 기자,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가 주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윤 의원이 발표한 파워포인트 이미지를 보면 ‘특정 언론 중심 출연 : 뉴스톱 26회, 한겨레 24회로 최다 출연 기록 – ‘가짜뉴스전담반’ 코너에 민언련(34회), 뉴스톱(29회), 한겨레(24회) 대표자가 고정 출연‘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뉴스톱은 26회와 29회로 다르게 나타나 있는데, 뉴스톱 소속의 김준일 팩트체커는 총 29회 출연했습니다. 민언련의 김언경 사무처장의 출연횟수도 34회가 아닌 31회가 맞습니다.

‘가짜뉴스 전담반’은 9월까지 31회 방송을 통해 98개의 가짜뉴스 아이템이 소개됐습니다. 윤 의원은 “진보매체를 옹호하고 보수 언론 비판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주장했는데, 98개 가운데 진보매체를 옹호한 아이템은 하나도 없습니다.

허위정보, 오보, 잘못된 주장 등의 ‘가짜뉴스’를 소개하고 팩트체킹하는 내용의 방송이기 때문에, 특정인이나 단체를 옹호하는 아이템은 없습니다. 98개의 ‘가짜뉴스’ 소재 가운데 이른바 ‘보수언론’(조선·동아·중앙·매경·한경 등 신문과 TV조선·채널A·MBN 등 종편)의 보도기사가 대상이 된 것은 모두 27회였습니다. ‘보수언론’을 제외한 나머지 언론의 보도가 19회였고, 정치인 발언(18회), 모바일메신저(카톡방,12회), 유튜브(6회) 등의 주장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보수언론을 다룬 27회 가운데 조선일보와 TV조선이 17회를 기록한 것입니다. 김준일 뉴스톱 팩트체커는 허위정보 팩트체크 뿐 아니라 스마트폰 때문에 젊은이들 머리에 뿔이 났다는 잘못된 언론보도 등 팩트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고 해외언론을 그대로 인용보도하는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습니다.

 

팩트체크는 '기계적 중립'과 다르다

윤 의원은 ‘팩트체크’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흔히 언론의 중립을 이야기하며 양쪽 진영에 50:50의 비중을 두는 ‘기계적 중립’을 강조하는데, 언론학계에서는 이를 ‘거짓 등가성(False Equivalence)’, 혹은 ‘거짓 균형(False balance)’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팩트체크’는 기계적 중립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유혜영 밴더빌트대 정치학 교수는 2016년 9월 시사인 기사에서 “여전히 많은 언론이 기계적 중립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지난 몇 년간 좀 더 적극적으로 언론의 구실을 하겠다고 나선 흐름이 있다. ‘팩트 체크’ 사이트의 등장이다. 정치인이 한 말이나 내놓은 정책의 사실관계가 맞는지 틀리는지를 검증해서 보여주는 팩트 체크 사이트의 등장은 최근 언론의 흐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정은령 서울대팩트체크센터장은 <언론정보연구>제55권 4호(2018년)에 게재된 <한국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특징: 팩트체크 언론인들의 사실 인식과 사실 검증과정 탐색을 중심으로> 논문에서 “정치적으로 극화된 현실에서 검증대상 선정을 둘러싼 논란을 완화하기 위해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그러한 개입이 오히려 팩트체크의 원래 취지를 훼손한다는 견해도 있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가짜뉴스 전담반'의 검증 대상으로 가장 많이 나온 조선일보 소속의 박국희 정치부 기자도 관훈저널 2017년 가을호에 실린 ‘팩트체크의 실제와 한계’라는 글에서 “전통적인 대선 보도에서 언론은 기계적 중립성을 최우선으로 해왔다. 지지율 40% 후보와 4% 후보의 동정은 거의 비슷한 빈도와 분량으로 다뤄진다. 하지만 ‘팩트체크’의 경우 이러한 기계적 중립을 맞추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지지율이 낮은 후보의 경우 그에 상응해 논란이 되는 이슈도 적게 마련이다. 언론이 이를 억지로 만들 수도 없다. 유권자들의 관심 역시 아무래도 1위 후보에 쏠리게 마련이다. 각종 의혹을 폭로하고 네거티브 공방을 시작하는 쪽은 대부분 후발 주자들이었고, 지지율 1위 후보는 이를 오롯이 감내해야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거짓말을 언론이 팩트체킹하는 기사를 많이 냈는데. 트럼프 기사가 힐러리 기사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발언을 팩트체킹 하는 기사가 많은 이유는 트럼프 후보가 거짓말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특정 언론이나 정치인이 팩트체킹 대상에 유독 많이 올라간다면, 거짓말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뉴스톱>은 '기계적 균형' 추구하지 않아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윤 의원은 “소위 이야기하는 좌파 언론사들이 대부분 여기에 출연하고 있다”는 발언과 함께 KBS, 뉴스톱, 한겨레, 머니투데이, MBC 순으로 패널이 많이 출연했다는 그래프를 띄웠습니다. 뉴스톱 소속 인원이 자주 출연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뉴스톱>은 2017년 6월 팩트체크전문 언론으로 출범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대선 후보들의 자서전 검증을 시작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검증 사이트인 '문재인미터'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재인미터는 집권 2년차 때 대통령 공약 전수조사를 통해 공약 이행률이 13%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에는 트럼프미터, 캐나다에는 트뢰도미터가 있듯이, 한국에는 뉴스톱이 운영하는 문재인미터가 있습니다.  뉴스톱은 전세계 17개국 팩트체크 기관들과 함께 ‘유엔총회 기조연설’ 팩트체크를 협업으로 진행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팩트체킹하기도 했습니다. 

뉴스톱에서 윤 의원이 ‘좌파’라는 부르는 진영에 불리한 기사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정부여당이나 진보진영의 잘못된 정보를 팩트체킹하거나 분석한 뉴스톱의 최근 기사 리스트입니다.

심지어 뉴스톱은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씨의 음모론을 비판한 기사도 있습니다. 이처럼 <뉴스톱>은 팩트체크 결과에 따라 양 진영 지지자 모두에서 비난을 받더라도 기계적인 균형이나 중립을 추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톱은 뉴스톱이 좌편향 언론인 것처럼 묘사한 자유한국당과 여의도연구원, 윤상직 의원에 심히 유감을 표합니다.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고 해서 좌편향, 혹은 우편향 딱지를 붙이는 정치권의 행태는 멈춰야 합니다.

 

* 10.7. 11:40 논문필자의 제보로 <한국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특징: 팩트체크 언론인들의 사실 인식과 사실 검증과정 탐색을 중심으로> 논문이 게재된 곳과 연도를 '방송문화연구 31권 1호'에서 '언론정보연구 55권 4호(2018년)'으로 수정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