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vs 수백만’, 집회 참석인원 팩트체크 가능할까?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10.0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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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8일 저녁, 서초역 부근에 수많은 ‘촛불’들이 모였습니다. 이날 열린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가 주최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는 지난 대통령 탄핵 촛불 집회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몰렸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10월 3일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파면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열렸습니다. 28일 촛불집회 참석 인원을 넘어섰다는 주장이 우세했습니다.

그러자 10월 5일 서초역 주변에서 열린 8차 촛불문화제에는 한 주 전에 열린 촛불집회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석하며 역시 만만치 않은 규모를 과시했습니다.

MBC 방송화면 갈무리

수만명에서 수백만명까지 참석인원 논란

세 차례의 대규모 집회가 열리자 참석자 수를 놓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28일 열린 촛불문화제는 당초 예상을 깨고 대규모 참여가 이뤄졌고, 주최 측은 200만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대 5만 명이 참여했는데 부풀리기를 했다는 주장이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나왔습니다. 인근 반포대로에서 열린 서리풀축제 관람객과 조국 사퇴 시위대가 뒤섞여 있었고, 주변 여건상 200만 명 숫자도 과장됐다는 것입니다.

이어 10월 3일 열린 집회에 자유한국당은 300만명 이상이 참석했다고 주장했고, 주최측인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는 200만명 이상으로 추산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민주당에서 턱없이 부풀려졌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그리고 5일 열린 제8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는 300만 명이 참석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세 차례 집회 관련 기사 댓글에는 참석자 수를 놓고 공방이 일었고,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실제로 팩트체크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는 <[팩트체크] 與 “조국집회 200만”···강남3구 다 나와도 160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28일 집회 인원 200만 명은 ‘전혀 사실 아님’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팩트체크의 근거로 반대 쪽 정치인의 주장과 소셜미디어 게시물들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게다가 당일 서리풀축제에만 10만 명이 몰렸다는 서초구의 주장도 근거로 했는데, 역시 중앙일보 과거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해 서리풀축제에는 개막행사에 4천명 등 닷새 동안 약 1만7700명이 방문했습니다. 또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폐막일 4만 명을 포함해 9일 동안 7만 명이 서리풀 축제에 참석했습니다. 두 신문 모두 해당 수치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주최 측 주장으로 보입니다.

 

대략적인 근사치를 추정하는 페르미 기법

28일 집회 인원 추산은 언론 외에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초구청장 출신의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페르미 기법’을 적용해 추산한 결과 28일 집회에 실제 참가 인원은 “3만3000명~5만 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박 의원은 이날 반포대로 일대에 촛불집회 최대 5만명, 서리풀 축제에 7만 명 등 합계 12만 명이 운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페르미 기법은 과거 경찰이 시위대 인원 추산에 사용한 방법으로 3.3㎡당 시위 인원을 5명(앉을 경우)~9명(서있을 경우)으로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구체적인 숫자가 나와 그럴듯해 보이지만 페르미 추정(Fermi Estimate)은 어떠한 문제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과 논리적 추론만으로 짧은 시간 안에 대략적인 근사치를 추정하는 방법입니다.

어디까지나 어림짐작에 불과해 정확한 수치를 필요로 하는 것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단번에 파악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대략적 추정치를 얻어 활용하는 것에 의미가 있어, 대학입시나 입사면접에서 엉뚱한 질문에 답을 찾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종종 쓰입니다.

예를 들면 “부산 출신이군요. 그럼 부산시에 10층 이상 건물이 몇 개 있는지 알겠네요?”라는 질문에 적합한 방식입니다.

한동안 페르미 기법을 통해 집회참가 인원을 집계해 발표하던 경찰도 2017년 1월 탄핵촛불집회 당시 발표 인원에 논란이 있자 이후부터 공식적으로 집회참가 인원을 집계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페르미 기법은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유동인원 추정에도 불리합니다.

원병묵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같은 페르미 기법을 통해 최소 30만 명에서 최대 100만 명까지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초역 인근을 포함해 가톨릭대학까지 집회 면적 길이를 2km, 도로폭을 50m로 계산해 집회 면적을 약 10만제곱미터로 산정하고 페르미 추정법에 따라 약 30만 명을 참여한 인원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전체 집회 시간은 6시간이었는데, 한 사람당 머문 평균 시간을 2시간으로 보고 같은 장소 다른 시간에 3명이 참여할 수 있다는 ‘빈도’ 개념을 적용하면 유동인구는 100만 명까지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비슷한 방식을 사용해 ‘10만 명 많으면 30만 명’이 참석했을 것이라고 추정한 집회 참가자의 글도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최소인원 최대인원 둘다 근거가 되는 지하철 빅데이터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서초동 일대의 교통 수용 능력을 따져보며 실제 참여 인원은 10만에서 20만 명 정도라고 주장했습니다. “나중에 교통카드 데이터 나오면 내 추산이 맞았을지 궁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28일 집회장소 인근인 서초역과 교대역에 하차승객은 10만2229명으로 평소보다 4배가 늘었지만 200만 명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도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9월 28일 서초동 인근 3곳(교대역 2호선, 교대역 3호선, 서초역, 오후 4~자정)의 지하철역 하차 인원은 10만2340명, 10월 3일 광화문 광장 인근 3곳(광화문역, 종각역, 시청역 1호선, 오전 11시~오후 7시)의 하차 인원은 22만2156명으로 분석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하철 역 하차인원도 집회참석 인원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른 역에서 내리거나 버스를 타고 온 후 도보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파악할 수 없고, 또 반대로 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인근에 온 사람들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집회시간보다 측정시점을 길게 잡기 때문에 집회 참석 인원의 최대치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최소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각광받는 통신사 빅데이터, 접속폭주로 불통될 경우 한계

최근 많은 관심을 모으는 측정방법은 해당 지역의 통신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탄핵촛불집회 당시 높은 신뢰도를 보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공공빅데이터와 통신데이터로 지역별·시각별 인구수치를 추계해 공개하는 ‘서울생활인구’를 이용해 9월 28일 촛불집회 참여인원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순간 최대 인원은 10만 명 정도, 연인원 방식으로는 최대 수십만 명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방식은 많은 인원이 참석해 접속 폭주로 통신망 불통이 되는 경우 최소인원으로 집계되는데, 28일과 3일 집회에서도 통신망이 불통인 시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집회 참석 인원을 추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모두 최소치를 기반으로 연인원을 예측하는 부분적인 추정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보통 집회 주최 측은 연인원을 기준으로 넉넉하게 발표하고, 이를 비판하는 측은 지하철이나 통신데이터를 근거로 최소치를 내세웁니다.

해외에서도 불특정 다수가 운집하는 시위 등의 참여자 집계는 논란거리입니다.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를 두고 주최 측과 홍콩 경찰이 추산한 참가자 수는 크게 차이가 났습니다.

앞서 집계한 추정수치들을 정리하면, 검찰개혁 촛불집회 2백만 명도, 광화문 조국 반대 집회 2백~3백만 명도 몇 배 이상 과장된 수치로 보입니다. 

실제 인원을 파악할 수 없으니 근거자료로 많이 쓰이는 것이 현장을 촬영한 사진인데 최근에는 사진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조작이 어려운 동영상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28일 촛불집회에 드론을 이용해 공중에서 집회 전체 모습을 촬영한 MBC뉴스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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